' 띵동 띵동 '
이른 오전 7시 나는 잠에서 덜깬채 눈을 비비적 거리며 바지를 주섬주섬 입고 현관으로 나선다.
문을 열며 벨을 누를사람을 확인해보니 어머니의 친한친구분이셨다.
집에는 나 혼자 잠을 자고 있었는데 아무 연락없이 찾아 오신것을보아하니 어머니께 연락을 못받으신거 같다.
' 엇! 안녕하세요? 집에 아무도 안계시는데 어머니 아버지랑 여행가셨어요.. '
" 어머.. 귀빈엄마한테 오늘 온다고 말했었는데 깜빡 하셨나보다.."
' 그러면 오셨으니까 차라도 한잔하고 가시겠어요? '
" 그럼 귀빈총각한테도 할말 있으니까 잠깐 들어가도 되겠지? "
우리 가족과 친하게 지내며 어머니와 오랜세월을 함께하신분이라 나는 서스름없이 어머니 친구분을 안으로 모시고
주방에 들어가 할머니께서 얼마전에 시골에 내려가서 가져오신 수정과를 식탁으로 가져갔다.
' 그나저나 이번엔 오랜만에 오신거 아니에요? 마지막으로 뵀었던게 작년 12월쯤이였던것 같은데 .. 어디 놀러갔다오셨나봐요 허허허 '
" 귀빈총각은 어쩜 이리도 말을잘해~ 안그래도 이번에 프랑스 다녀왔어~ "
' 좋으셨겠어요 아주버님도 건강하시죠? 저희 어머니 오늘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는데 '
" 그럼~ 이것만 마시고 해주려고 했던 이야기 몇개 해주고 갈게 "
나는 평소에도 부모님 친구분들 , 지인분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어 다른사람이 보면 그분들 친구들과 이야기하는것으로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들었었다.
어머니 친구분과 이런저런얘기를하다가 거실 벽면에 걸려있는 시계에 눈을 돌려보니 시간은 어느덧 9시를 향하고 있었다.
한시간 여 얘기를 하던도중에 어머니 친구분이 내게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기시작했다.
" 귀빈총각도 지금 나가야 하는거 아니야? "
' 네? 저 오늘 쉬는날이라서 집에서 쉬려고 했는데요 오늘 무슨 날인가요? '
" 이거 말로는 설명을 못해줄것같고 같이 가봐야 할것 같은데 .. "
' 제가 끼어있는 일이에요? 가까우면 같이 갔다 올게요 '
" 그럴래? 안그래도 귀빈총각이 꼭 가봐야 할것같아서... "
이말을 할때, 아니 집에 아무도 없는데 찾아올때부터 알아봤어야했다.
그것이 나의 불행이, 나의 악몽이 다시 시작된다는것을...
아주머니와 함께 집앞으로 내려와서 집앞 삼거리에는 어마어마한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관광버스보다 크고 생전 처음보는 대형버스가 30대정도 줄을 서서 정차하고 있었다.
눈대중으로 보았을때 그 버스는 약 60~70명정도 탑승할수 있을것 같았고 .. 사람들또한 매우 많았다..
' 이상하다.. 집근처에 이렇게 사람들이 붐빌리는 없는데 '
그때 영화배우 스티븐시걸 처럼 생긴 할아버지께서 메가폰을 들고 소리쳤다.
- 빨리빨리타세요 !! 출근시간때이니 만큼 더욱 바쁘게 움직여야합니다 !!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모든것이 수상하고 모든것이 괴기했다.
그순간 나의 생각을 비집고 들어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 귀빈총각! 총각도 저 버스에 타야돼! "
' 네? 제가 왜 타야되죠? 저 오늘 쉬는날이고 어디 갈생각도 없어요 '
평소라면 이런말을 자주하는 아주머니의 말에 웃으며 대답을 해드렸겠지만 오늘 만큼은 무언가 이상하여
아주머니의 말에 반문하였고 그순간 내 주위로 메가폰을 든 할아버지와 다른 제복을 입은 장정들이 내 양팔을 잡은뒤
그 버스 안 으로 강제탑승 시키기 시작했고 그 뒤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아주 작지만 선명하게 들려왔다.
' 귀빈총각 미안해. 너희 어머니가 차마 못하겠다고 하셔서... '
- 탑승을 거부하는자는 강제 연행한다 !
나는 갑자기 일어난 일에 대해 이해를 하지못하고 버벅되는 상태에서 제복을 입은 남자들에 의해 버스 한구석에 포박당해 탑승하게 되었다.
그뒤로 그 남자들은 나의 어깨에 무언가를 주사하였고. 나의 기억은 거기서 끝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꿈에서 깬것처럼 비몽사몽한채 눈을 떴다.
버스에서 안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하고 내 주변을 둘러보니 나와같이 포박당한사람, 그대로 앉아있는사람 , 울고불며 흐느끼는사람 등등 다양했고
버스의 창문은 볼수없게 아주 까맣게 선팅되있었다.
나의 머릿속에서는 엄청난 상상력을 동원하여 말도안되지만 어쩌면 존재할수도 있겠다는 무서운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를 한적한 산속 연구실로 데려가서 비밀리에 프로젝트를 하는 정부의 악독한 일의 마루타가 되는것이 아닌지.
취업을 했지만 딱히 필요없는 인력을 따로 빼내서 산채로 매장하는것이 아닌지 ...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있을때 안내방송이 나왔다.
- 아.. 아아 ..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여러분들은 아직 국군의 새로운....
안내방송이 나오는 도중 버스가 멈추고 안내방송도 같이 멈추었다.
버스의 문이 열리고 나를 포박하던 줄들이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문의 바깥쪽에서는 또다시 메가폰을 든 할아버지가 소리지르고있었다.
- 빨리빨리 나와! 빨리 나와서 대기하라 !
어디선가 많이봤던모습, 언젠가 내가 306 보충대에서 훈련소로 배치받을때 그 버스에서도 이렇게 내리지 않았던가.
기억속에서 절대 잊혀질수 없던 그 모습들 나는 애써 머릿속에서 지우며 버스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보인것은 다름이아닌 연.병.장 내가 본것이 잘못된것이라 믿고 부정하기 시작했다.
주위에는 나와같이 경악을 금치못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았지만 나는 그것을 볼여유가 없었고 그사이에 또다른 안내음성이 들려왔다.
안녕하십니까.
친애하는 ㅇㅇㅇ시 국군 예비역 및 공익근무요원 분들께 이자리에 모여주신것에 대해 정말 감사함을 뜻합니다.
이야기에 앞서 저는 이곳 ㅇㅇ사단의 사단장 ㅇㅇㅇ 입니다.
여러분들은 국방의 의무 현역,공익근무를 모두 마치셨습니다. 하지만 작년 군법개정안을 통보 받지못한 분들로 선발되셨으며
이자리에 모이신 이유이기도 합니다.
헌법에 따라 여러분들은 모두 국방의 의무를 2년반동안 끝내셨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이렇게 다시 만나뵙게되어 죄송스러우며
감사드립니다. 작년 개정안으로 모든 국군의 복무기간은 6년 , 전역자들은 추가 3년 복무를 하게됩니다.
이후 무수한 연설이 계속되었지만 , 나는 그것이 들리지 않았다. 말도안돼.. 어떻게 이런일이 벌어진거지.
분명 어제까지만해도 퇴근후에 친구들을만나 학창시절 이야기부터 군부대의 추억등을 떠올리며 어느곳이 더 빡센지 경쟁하고 얘기하였는데
이런소식은 어디서도 못들었다. 이것은 꿈인것이 확실하다.
아무리 꿈이라고 생각해도 내가 밟고있는 연병장의 열기또한 내가 들은것에 대한 사실을 인정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상입니다.
부대 차렷! 사단장님께 대하여 경례!!
췅!! 썽 !!!
그사이에 어떤 말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주변의 수군거림이 사라지더니 이내 모든일들을 수긍하기 시작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인원이 자신의 재입대를 인정하기 시작했고 모두 들었고 알고있었다는 얼굴로 종대를 해쳐모여 이동하기 시작했다.
분명 나도 이들 사이에 끼어 본청으로 보이는 건물로 이동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나는 이 사실들을 받아들일수가 없었다.
약 300명이 본청으로 이동하였고 본청앞에서는 우리가 알던 구형, 신형 전투복이 아닌 난생 처음보는 피복들과 장구류를 지급하고있었고
그자리에서 개인 소총을 지급하고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수 없는 부분이지만 일단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모든 품목을 지급받고 내무반에 앉아 생각하고 있던도중 레인저 모자를 쓴 조교가 들어와 나를 포함한 사람들 모두에게 소리쳤다.
이렇게 느닷없이 불행이 닥쳤다고 생각하지마라. 우리는 전투만이 살길이고 전투만이 너희 가족을 지킬수있다.
너희가 병장만기전역을 하였든 공익으로 놀거나 쓸대없는 상관아래서 온종일 노가다만 뛰고 온것을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 조교들은 모두 너희보다 복무기간이 많고 경험이 풍부한 병력으로 투입하였으니 딴말은 하지마라
너희들도 모두 군복무 경험이 있으니 이해했을거라 믿는다.
지금 부터 모두 복명복창한다 , 환복 실시.
실시 !
조교가 들어와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해준후 환복을 명령했다. 우리는 그 말을 따르며 환복을 하였고 , 오랜만에 하는것이지만
이미 오랜 시간 몸에 베었던 그 느낌을 다시 느끼게 하고있었다.
환복을 하며 조교의 계급장을 보았지만 내가 알던 계급체계의 계급문양이 아니였다.
모두 환복하고 침상앞에 서있었을때 조교는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는 모두 새로운것으로 대체되었다.
너희가 주변을 둘러봐도 알수있겠지만 , 너희가 알던 쓰레기같던! 본청 침상 관물대 방탄모 피복 등등 모든게 그딴 쓰레기가 아니라
모두 미군이 사용하는것보다 좋은것으로 대체되었고! 있으나마나한 보병부대가 아닌 우리나라 최고수준의 군부대가 이곳이다!
너희는 앞으로 휴가를 나가던 외박을 나가던 전역을 하던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발설만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최고의 대우를 받을수 있을것이다.
작년부터 우리나라 6.25 유공자들의 모든 대우가 달라졌다는것은 모두 알고있겠지.
그러니 지금부터 너희들의 헝클어진 체력들을 14일동안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앞으로 내가 이것보다 말을 많이하는것은 보기힘들것이므로 질문을 많이 해두도록!
이상 ! 질문있나?
말을 마치기 무섭게 내 앞자리에 서있던 남자 한명이 병장 ㅇㅇㅇ 라고 관등을 대며 질문하였다.
' 이렇게 관등을 되는것이 맞습니까? '
모두들 궁금할수도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질문에 같은 마음을 담아두었다.
너희는 두가지의 복무상태를 끝마치고 섞여있어 부르기 애매한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계급체제는 같지만 모든 계급용어는 다르게 불리게 된다.
이등병부터 병장까지는 똑같이 부르지만 병장 윗계급부터는 하사가 아닌
이름으로 부르면된다. 그러니 너희는 너희 이름으로 관등을 대고 말한다.
' ㅇㅇㅇ ! 알겠습니다 '
여러가지 질문들이 오간후 우리는 체력단련을 하기위해 밖으로 나왔다.
연병장 너머로 다른 막사가 보였는데 그곳에는 짙은청록색의 전투복을 입은 병력들이 백사로를 가는 소리와 함께 포복 전진 기상 포복 전진을 반복하고 있었다.
내가 받았던 전투복은 짙은붉은색의 전투복이였는데 1년차의 전투복은 짙은붉은색, 그위로 짙은청록색 , 짙은남색 으로 연차가 구분되었으며
본청막사 및 식당 PX 모두 다른 연차로 구분되어있었다. 선후임이 없지만 그만큼 다들 알만큼 복무했던 기록이 있는지 누구도 간섭하지 않고
어느정도 말만 트고있었다.
밖으로 나와 우리는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구보만 하였고, 그다음날도 식사시간을 제외하면 모두 구보 및 체력단련이란 명목으로 군장구보를 실시했으며 그다음날 부터는 실내 체육관에서 영화에서만 보던 기기들처럼 몸에 이것저것 붙여 건강을 확인했으며 , 그뒤로 체력은 점점 늘어만갔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우리는 어느정도 적응하여 체력단련을 하는것이 처음처럼 힘들지 않게되었고.
이번주부터는 모든 초소근무 및 불침번근무가 추가된다 하였다.
바깥 초소는 최첨단 무기로 모니터링만 하면되는것이였고 , 나는 불침번 조로 발탁되었다.
한소대씩 돌아가면서 초소경계와 불침번을 나눠 근무하였고 무덤덤한 사람들도 초소경계를 원할뿐이였다.
그뒤로 내가 불침번 근무를 섰던 그날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306의 첫날밤처럼 긴장되었지만
그 긴장역시 얼마가지않아 수그러들고 다음 근무자를 깨워 교대를 하였다.
이렇게 하루하루 지나다보니 어느세 나도 다시 군인 특유의 향이 나는것 같았고, 나는 점점 익숙해져갔다.
14일째 되던날 우리는 모든 체력단련을 끝냈고, 2주란 짧은 시간에 우리는 현역복무시절보다 뛰어난 지구력 , 폐활량을 가지게 되었고.
마지막 체력단련이라 하며 06시부터 18시까지 쉬지않고 달리게 하였다.
중간중간 포기하는사람이 속출하였고 , 마지막 시간 18시가 되었을때 남아있는 인원은 300명중 20명도 채 되지않았다.
물론 나도 그중 포함되어있긴 했지만 천천히 걸으면서 가고있었기에 확실하게 포함된건 아니라고 생각된다.
마지막 체력단련을 마친후 우리는 바로 식사를하고 샤워를 하였으며 , 그뒤로 모든 병력은 근무 면제를 받았으며 우리는 그렇게 잠에들었다.
창밖으로 들리는 새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나는 본청에서 보았던 천장의 택스가 아니라 항상 있던곳에서 마주친 천장의 별이 보였고 , 잠에서 깨어 앉아보니 나는 내가 그렇게 그리워하진 않았지만 억지로 끌려오기전의 어머니 친구분이 나에게 말을걸었고 나와 가족이 함께했던 우리집에서 잠에서 깨었다.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14일간의 지옥같았던 체력단련 , 이상한 나라의 군부대 등등 일어나서 검색해보았지만
어느곳에서도 찾아볼수 없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 생각을 해보니 우리 어머니와 친하신분은 내가 아는사람중에는 한분밖에 안계셨고
나는 그동안 어디서 무었을 했던것인가. 지옥같았던 12번째 재입대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