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변에서 애인은 언제쯤 만들래? 라는 의미의 질문이 날아오면
그런 거 관심없다고 하는 평범한 징어입니다.
어무이께선 그런 절 두고 다 인연따라 간다며 자식의 연애사정엔 마음놓고 계시지요.
그런 질문이 한두 번 날아오는 것도 아니고, 따라서 어무이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신 것 역시 한두 번이 아니지요.
인연 얘기가 나오면 네네 해도 믿진 않았는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니 싫어도 믿게 되더군요.
고등학교 때의 일입니다.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시골 중에서도 시골, 가까운 읍내에 가려면 몇 시간마다 한 번 있는 버스를 타고 30분은 족히 가야하는 곳이었습니다.
얼마나 벽지인지 묘사하는 건 관두고.. 그냥 전형적인 연령대 높고 사람 만나기 힘든 시골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학교에 삼십대의 여선생님이 계셨는데,(아마 30대 중반쯤이셨을 겁니다)
쓸데없이 관심을 과하게 갖는 나잇대라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 선생님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게
대체 그 쌤은 언제 연앨 하실까.
남자에 관심은 있으신 걸까..
..일 정도로 본인을 잘 꾸미지도 않고 여성스런 태도는 찾아볼 수도 없는 선생님이셨습니다.
그 선생님, 연애결혼은 틀려먹었어. 친구가 그런 말까지 했더랬죠.
그런데 그런 선생님께서 결혼하신다는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다들 뭘 잘못 들었나 싶어 다른 선생님들께 묻고 난리가 아니었죠.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그 소식을 긍정하시고.
전원 기숙사제인 시골 학교에,
방학에도 대다수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데다,
기억하기에 담임까지 맡고 계셔서 야자(~11시)감독도 자주 하셨는데.
대체 사람 만날 시간이 어디 있었던 걸까?
애초에 이 벽지를 떠날 시간도 없었을 텐데?
대체 어떻게 만난 거에요?!?!
하는 의문은 당연하지만 선생님 입에서 나온 말로 풀렸습니다.
선생님 왈,
차 사고로 만났답니다.
네. 차 사고요. 차하고 차하고 빵 부딪혀서 나는 그 사고요.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보험처리하고 그러면서 연락하다보니 사귀게 되었다던가.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한두달 정도인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임신까지 결혼하시고 일 년도 안 걸렸구요.
보통 차 사고 났을 때 상대방에 대한 첫인상이 긍정적일 거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다
하필이면 그 상대가 비슷한 연령대의 미혼 남성.
뭐 그런 건 둘째치고 그렇게 만난 상대와 연애하는 것도 놀라운데 결혼까지..?
듣는 순간 어무이 말씀이 떠오르더군요. 정말 인연따라 가셨구나.
그러니 희망을 가져봅시다
인연이란 건 있어요! 물론 다른 사람 인연은 있어도 내 인연은 없...아니 있을거에요. 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썼는데 쓰고보니 재미없네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