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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문학][BGM] 롤이 추억이 되던날-2
게시물ID : lol_4336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별그림
추천 : 5
조회수 : 51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1/15 22:00:29


편의상 1편,2편을 붙여놨습니다. 둘다 워낙 짧아서;
1편 보신 분을 위해서 숫자로 구분해 놨음 >_<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ZRrdb
-1

어느 봄날 두시쯤을 살짜기 걸쳐 햇살이 가장 따사로울 즈음. 갑갑한 방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유독 눈에 띈다. 
들어온 햇살은 칙칙해보이는 널직한 컴퓨터 모니터와 오래되어 니스칠이 다 벗겨져 가는 나무 책상,
그리고 무슨꿈을 꾸고있는지 몰라도 행복한표정으로 침흘리며 자고있는 파란 후드티 남자 한명을 비쳐준다. 

" 겁나 잘자네 "

턱을 괸 채로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는 티모모자 사내가 말했다. 방안에있는 사내들은 컴퓨터를 만지작거리고 있거나
후드티 사내처럼 행복한 표정은 아니더라도 온몸이 녹아늘어지도록 자고있거나. 어찌됐던간에 티모모자 사내의 말에 대꾸해줄 사내는 없어보인다.
티모모자 사내도 딱히 대꾸를 바라고 한말은 아니다. 나긋나긋한 분위기에 당연히 유저는 없고 모니터에 대기 시간은 이미 수시간을 넘어가고 있다.
이런상황에 뭐라도 말하지않으면 저 파란 후드티 친구처럼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까 걱정되서 한말일 뿐이다.
티모모자 사내는 흘끗 모니터를 바라본다. 아마 숫자만 계속 늘어가고 있겠지

십 몇년동안 롤은 꾸준하게 게임의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스타크래프트의 위업을 리그오브레전드가 뚫을 수는 없을거라는 게이머들의 예측과는 달리. 생각보다 오랫동안 버텨왔다.
게임점유율1위의 타이틀을 유지하기위해 다양한 컨텐츠를 마련했고, 롤드컵의 이벤트성과 재미는 계속해서 나날이 발전했다
한때는 정형화가 너무 심해져 일부 챔피언 말고는 사용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기도 해 리그오브레전드가 퇴물 소리를 들을정도로 망할 뻔하기도 했다
그러나 롤은 대규모 패치를 통해 정형화를 뒤엎어내는데 성공. 덕분에 리그오브레전드 시즌 16라는 말도안되는 숫자에 도달할 수 있었다.

물론 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게임 점유율은 꾸준하게 내려오고 있었다. 단지 롤보다 더 재미있고. 뛰어난 AOS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AOS가 유행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롤이 AOS계의 정상이라는 타이틀을 빼앗긴건 시즌 10부터 였다. 롤이 운영, 대처가 나빠진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라이엇은 정상의 자리를 유지할수록 초심을 유지하려했고 그 덕분에 오랫동안 살아 남을 수 있었던것이라 평가받는다 
하지만 롤은 이미 추억속의 게임으로 넘어갔고. 결국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쉽은 시즌 14를 끝으로 막을 내렸으며 
시즌 16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 라이엇은 16의 종료와 함께 리그오브레전드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돈이 되지 않는 리그오브레전드를 라이엇은 마지막까지 롤을 즐겨주는 유저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했다.

현저히 낮아진 리그오브레전드 접속율 덕분에 지금까지 유지되어오던 ELO를 기반으로한 매칭시스템은 더이상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전세계 서버 통합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잡으려하면 수십 시간을 기다려도 한게임이 잡히지 않는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그러나 라이엇은 마지막까지 남아준 유저를 위해서 각 ELO실력별로 게이머를 운영자로 영입. 한 유저가 플레이를 하려 할때 9~7 명의 게이머들이 함께 플레이 해주는 방식을 도입한다. 남은 소수의 유저들은 덕분에 롤을 하고싶을때마다 할 수 있었지만. 그 숫자도 점점 감소

그리고 이 글은, 리그오브레전드가 끝나는 마지막날. 이들의 마지막 게임에 관한 이야기다.

티모모자 사내는 흘끗 하고 모니터를 쳐다봤지만 
역시나 모니터에 보이는 대기시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티모모자 사내는 입을 쩌억 벌리고서 하품을 한다.
티모모자 사내는 옆자리에 커피를 마시고있는 사내를 쳐다봤다. 사내는 겉으로 보기에 대략 30대 후반쯤 되어보였지만 머리스타일이 괜찮아서 그런지 30대 초반쯤으로 보이기도 했다 정장차림을 하고있었지만 검은 양복은 벗어던진지 오래고 넥타이도 흐트러져 단정한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 아저씨 뭐해요? "

티모모자 사내가 묻는다

" 도타 "
" 우와.. AOS게임 질리지도 않아요? "
" 오냐 안질린다. 평생 이것만 해왔는데도 질리질 않더라 "
" 거짓말 "

와이셔츠 사내는 티모모자 사내를 힐끔 쳐다보더니 한숨을 한번 푹 쉰다.
그리고 커피를 한모금 들이키고 말을 잇는다

" 혹시 리그오브레전드가 초기에 어땠는지 아냐? "
" 그럴리가요. 저는 롤이란게임을 6개월 전에 알았는데요 "
" 챔피언 숫자도 백개를 간신히 넘는 정도였고. 스펠도 10개밖에 안되고, 맵도 소환사 협곡말고는 잘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롤을 좋아했어. 트롤대처도 잘 안되서 열번에 한번 이상은 꼭 트롤을 만났지만. 대부분의 남자라면 롤을 좋아했다. "

티모모자 사내는 와이셔츠 사내를 쳐다본다 와이셔츠 사내는 티모모자 사내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눈은 모니터를, 손은 마우스를 향한채로
이야기를 계속한다

" 당연히 나도 롤을 좋아했어. 진짜 재미있었거든. 스킬 데미지를 계산하고 스킬을 피하고 킬포인트를 따내고 운영으로 게임을 이기고. 그런것들이 그냥 다 재미있었으니까. 정말 좋아해서 선수까지 했었지. "
" 아저씨가요? "

와이셔츠 사내는 피식 웃는다.

" 지금은 이래도 한때는 닉네임만 들어도 아는 정도였어 임마. "

티모모자 사내는 입술을 부르르 떨면서 ' 그말은 못믿을것같은데요 아저씨 ' 라는 의견을 표했다. 사내는 신경쓰지 않는다.

" 그런 게임이 지금 이렇게 되있는걸 보니까. 마음이 좀 찡하더라. 한번은 도타도 해보고, 프로즌도 해보고 별의별 게임을 다해보고 밸브 게임도 해보면서 다른게임으로 갈아 탈까 생각도 해봤는데. 피지컬이 딸려서 선수생활을 그만뒀어도 롤이 나한테는 제일 손이 맞더라고. 어쩔 수 가 없더라. "
" 근데 왜 지금 도타해요? "
" 롤에 사람이 없으니까. 이 초딩아 "

티모모자 사내는 흐음 하면서 와이셔츠 사내의 말이 계속되기를 기다렸지만. 와이셔츠사내는 그 말을 끝으로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다.
티모모자 사내는 다시 지루해짐을 느끼고 모니터를 쳐다봤다. 이번에도 당연히 모니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느긋한 분위기를 깨는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때 나타나는 법이다. 
당연하지 않게도 티모모자 사내가 본건 늘어가는 대기시간의 숫자가 아니라 수락 버튼과 거절 버튼이었다.

" 어? 야. 야 일어나 "

티모모자 사내가 당황하며 주변 친구들을 깨우기 시작한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깨어난 몇몇 사내들은 티모모자 사내와 동일한 ELO였다
와이셔츠 복장의 사내는 플레이하던 도타를 종료하고 수락버튼을 눌렀다.
파랑 후드티 사내 옆에서 추워보이는 얼굴로 자던 람머스 모자 사내가 일어나더니 얼굴을 찌푸린다

" 아 씨발.... 하루만 더 줄여 말할껄. "

람머스 모자 사내가 말을했다. 그 옆에 노란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빈티지풍의 모자를 쓰고있는 사내가 모자를 푹 눌러쓴 머리는 꿈쩍도 안한채 람머스 모자 사내에게 팔을 뻗어 손을 쫙 펼친다
람머스 모자 사내는 뭐라뭐라 궁시렁대면서 주머니에서 5만원자리 몇장을 빈티지 사내에게 쥐어준다
빈티지 사내는 자세를 고쳐 모니터 위에 뜬 수락을 누르면서 모자를 위로 올려보였다.

" 내가 7일은 안갈거라고 했냐 안했냐. "
" 니미다 븅신아 "

람머스 모자 사내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빈티지 사내에게 가운뎃 손가락으로 엿을 먹이고. 다른 손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수락버튼을 누른다.
람머스 모자 사내는 파랑 후드티 사내를 쳐다본다. 여전히 침을 흘리며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잠을잔다. 도저히 깨우면 안될것같은 느낌에 람머스 모자 사내가 대신해서 수락버튼을 누른다.


- 2


" 아저씨 선수했었다구요? "

람머스 모자 사내가 말한다. 티모모자 사내가 못믿겠다는 표정이었다면 람머스 모자 사내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와이셔츠 사내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와이셔츠 사내는 그런 껄끄러운 시선들에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 나도 선수했었는데 혹시 저 알아요? 씨제이 엔투스 알 프로스트 미드 "

와이셔츠 사내도 그말에는 관심이 갔는지 고개를 돌 뚫어져라 쳐다본다

" 아 왜 아오신 하면 떠오르는 선수 없어요? 롤드컵에서까지 나왔는데 "

와이셔츠 사내는 곰곰히 생각한다 람머스모자사내는 기대에 찬 눈으로 쳐다보고 빈티지풍 사내는 에이 설마 하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 사이에 와이셔츠 사내는 머릿속에 스치는 선수가 있었는지 손가락을 탁 튕기며 입을 연다

" 아 프로스트 알 캐논? "

람머스 모자 사내는 빈티지 사내쪽을 쳐다보더니 아직도 자신의 명성은 건재하다는 자신감을 드러내 보인다. 
빈티지 사내는 못볼거라도 본것처럼 표정을 찌푸리더니 아까전에 받아먹었던 엿을 고스란히 돌려준다. 

" 이것 봐 나 유명했다니까? 내가 4년전에 진짜 전설 아니었냐! 그때 폴라리스가 전성기였을때 즈음에 폴라리스 무서워서 
다른 미드 애들이 무조건 봇라인이랑 스왑 했던 때였는데 그 폴라리스를 꺾은게 나 캐논이다 이말이야 알겠냐? "

람머스 모자 사내는 빈티지풍 모자 사내를 향해 얼굴을 돌리면서 조소를 흘린다 빈티지풍 모자사내는 
'이제 저 새끼의 도발에는 어디 개가 짖는것처럼 아무렇지 않는것 같구나' 라는 태도로 대응하려 했었으나. 당연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  등신이냐? 여기 플레 ELO 이상 운영자 형들중에 선수 안한사람이 어딨겠어 누구하나 자는사람 깨워서 ' 형 선수였어요? ' 하고 물어봐라 
' 뭐지 이 머저리는? ' 하는 표정으로 당연하다고 대답하실거다. "

람머스와 빈티지 사내는 또다시 티격태격 하며 싸운다. 와이셔츠 사내는 두 사내를 잠깐 응시하다가 피식 웃고서 눈을 모니터쪽으로 향한다. 
티모모자 사내도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쯥 하고 눈을 모니터로 향한다

티모모자 사내와 와이셔츠 사내는 뭔가 위화감을 느낀다. 티모모자 사내는 이태껏 봐왔던 화면이 아님에 있어서 위화감을 느끼고. 
와이셔츠 사내는 오히려 너무 익숙했던 화면이었기 때문에 위화감을 느낀다.
와이셔츠 사내는 당연히 신경쓰지 않는다. 티모모자 사내는 신경쓰이긴 했지만. 
' 라이엇이 패치라도 했는갑지 ' 하고 그냥 흘려넘긴다. 물론 잘만 생각해봐도 말도안되는 생각이었지만 
티모모자 사내는 그런걸 신경쓰는 사내가 아니다. 

블루팀에는 티모모자, 와이셔츠, 람머스모자, 파랑 후드티 사내. 그리고 처음보는 닉네임인 [Every 1]. 
와이셔츠 사내는 리그오브레전드를 플레이하는 마지막 유저를 직접 보게 되었다는 생각이들자 목안쪽에서부터 씁쓸한 느낌이 끌려올라온다

만일 마지막 유저가 랭크게임을 플레이하려 했다면 수정된 클라이언트는 유저를 자동적으로 1픽으로 선택했을 것이다. 
또한 유저가 원한다면 12개의 밴 카드를 모두 직접 선택 할 수 있었을터였다. 
러나 이상하게도 마지막 유저가 플레이하는 게임은 오래전에 없어진 노말 모드였다. 이번엔 티모모자 사내는 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와이셔츠 사내는 이 모드를 기억한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에 누구나 롤을 하던 시절에 이 모드를 수천판이나 해왔고. ELO가 너무 높아진 나머지 랭크 게임의 대기시간보다 노말게임의 대기시간이 훨씬 길어져 버렸었다. 그게 와이셔츠 사내가 랭크게임을 시작하게된 계기였다. 그러니 어찌 이 게임을 잊을 수 있을까. 

와이셔츠 사내는 이제 확실하게 뭔가 이상한걸 느낀다 분명 클라이언트에 문제가 있다. 하지만 리그오브레전드 최후의 날이다. 문제가 있다고 한들 접수를 받아줄 상담원도 없고. 그걸 수정해줄 프로그래머도 이젠 없다. 무슨일이 일어났는진 몰라도 그냥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어 감사하며 플레이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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