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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의 숲 (8화 신탁)
게시물ID : readers_58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경읽는스님
추천 : 0
조회수 : 25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1/03 17:18:19

로독왕국 수도 로독의 로독왕성

"폐하 이 서류는 궁전설계에 관한 내용입니다."

"무슨 내용인가?"

"지금 4번째 왕비님의 궁전을 2배 크기로 증축한다는 내용입니다."

"흐음....안나의 궁전 증축인가? 2배는 너무 작다 4배로 하도록 하라!"

"과연!! 영민하심이 초대 칼리온 성왕 폐하의 재림이십니다."

"하하하"

왕성의 집무실에는 탄탄한 몸집의 스무여댓살의 금발머리 청년이 거대하고 화려한 왕좌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수많은 대신들이 줄지어 서서 그 청년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두꺼운 서류를 보던 청년은 한마디를 뱉었다.

"너무 길잖아!! 이것을 적은 사람이 누구인가? 앞으로 나오거라"

청년은 읽고있던 서류 뭉치를 집무실 바닥에 거칠게 던졌다.

"고귀하시고 영민하신 크라이스 데 로독 성왕폐하...킬리안 여신의 말을 들어주시옵서서"

"볼프강 대신관 그대가 이 상소를 올렸는가? 무슨 내용인가?"

뱀이라고 말하면 완벽하게 설명이 될까. 얍삽하고 비열하게 생긴 로독왕국의 킬리안교 대신관 볼프강 4세는 무릎을 꿇고 미소띈 얼굴로 금발의 청년,크라이스 덴 로독 성왕에게 입을 열었다.

"저희 킬리안 여신의 신탁이 내렸습니다."

"신탁이라?"

"네. 폐하께서도 저주받은 악마의 시를 알고 계실꺼라 믿습니다."

"그 제럴드 시몬 말인가?"

볼프강 4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예. 그 시구절에 대하여 전지전능한 킬리안 여신께서 신탁을 내려주셨나이다."

제럴드 시몬의 저주받은 악마의 시에 관한 일이여서 그럴까 평소 집무에 관심도 없고 망나니 처럼 날뛰던 크라이스 성왕도 볼프강의 말에 귀를 귀울였다.

"저희 킬리안교에서 받은 신탁을 해석한 결과. 그 시는 조만간 마족들이 몬스터를 이끌고 로독왕성을 치려한다는 예언으로 밝혀졌습니다."

추측도 아니고 밝혀진것이라고 딱 부러지는 볼프강의 말에 크라이스 성왕은 흥미로운 눈으로 볼프강을 바라보았다.

"감히 마족놈들이?"

"네 그리하옵니다. 자애롭고 슬기로운 성왕폐하와 로독왕국을 사랑하시는 킬리안 여신님께서는 그 예언을 돌파할 돌파구를 저희에게 내려주셨습니다."

빠직!

크라이스 성왕이 너무 힘을 주어서 앉아있던 의자의 손잡이가 부서졌다. 이야기를 질질 끄는 볼프강4세가 못마땅스러워서 자신도 모르게 급한 성격이 나온탓이였다.

"킬리안교 대신관은 너무 끌지 말고 요점만 말하시오!"

눈치를 보던 크라이스 성왕의 오른팔이자 장미의 기사인 세린 도리안 백작은 앞으로 나서서 볼프강4세에게 크라이스 성왕의 분노가 미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였다.
그것을 볼프강4세도 잘아는지라 눈빛으로 장미의 기사에게 감사의 뜻을 비쳤다.

" 몬스터의 숲을 정복하라는 킬리안여신님의 신탁이 고귀하고 영민하신 폐하께 내려왔습니다."

볼프강의 말이 끝나자 마자. 집무실의 사람들, 많은 대신들이 흥분해서 떠들기 시작했다.

"웃기지마시오! 예로부터 몬스터의 숲은 불가침의 영역. 선대의 가르침을 어길셈이요?"

"맞소! 숨어서 공격하는 엘프들을 어떤수로 무찌른단 말이오"

" 우리에게는 몬스터의 숲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소. 적을 알지 못하는데 섣불리 병력을 파견할수는 없소이다."

볼프강은 대신들의 반발을 예상했는지라 가볍게 웃어 넘기면서 크라이스 성왕을 올려다 보았다.
볼프강은 확신했다. 이 성왕은 젊다. 그리고 대대로 로독왕실은 전부 대체로 다혈질이라 천수를 누린 왕이 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젊은 성왕은 이 큰 미끼를 덥석 물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볼프강은 아부라는 효과적인 미끼를 하나 더 던졌다.

"우리에게는 성검 카스칼리온과 영민하신 천하무적 크라이스 성왕폐하가 계시지 않습니까"

그랬다. 초대 성왕 칼리온의 성검. 엄청난 능력을 지닌 에코소드인 성검 카스칼리온이 있었다.

볼프강의 말을 들은 성왕은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은 강하다! 이것이 크라이스 성왕의 생각이였고 그의 마음은 벌써 몬스터의 숲에서 13마리째 오우거를 베고 있었다.


"확실히 성검의 위력은 대단하오! 하지만...."

대신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기 직전, 크라이스 성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세린경"

장미의 기사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급히 성왕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말해보라 친애하는 장미의 기사 영광된 나의 신하여. 우리가 몬스터의 숲을 정복하면 무엇을 얻을수 있는가"

옆구리에 찬 성검 카스칼리온을 뽑은 크라이스 성왕은 성검으로 세린을 가리키며 물었다.

"예 저의 전부이신 크라이스 데 로독 성왕폐하, 여러가지 탐나는 것이 많겠지만 뭐니뭐니 해도 최고의 이득은 몬스터의 숲 너머의 끝없는 대지일것이옵니다."

"그렇다. 삼면은 날뛰는 바다. 한면은 뚫을수 없다는 몬스터의 숲. 우리 로독왕국이 한단계 더 나아가려면 우리에게는 몬스터의 숲 너머의 끝없는 대지가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대신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단 한명만 빼고는...

"위대하신 크라이스 데 로독 성왕폐하. 신이 한말씀 올리겠습니다."

그 표정이 유난히 밝은 한 대신이 겁도 없이 크라이스 성왕의 앞에 나섰다.

"말해보라"

승낙을 받은 그 대신이 입을 열었다.

"신은 성왕폐하의 은혜를 받아 그레이엄 영지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알 그레이엄 백작이라고 하옵니다."

알 그레이엄 백작. 형 길버트 그레이엄 백작의 작위를 빼앗고 지금은 성왕의 왼팔이 되어있는 작자였다.
그가 나오자 뒷줄에 있던 13군단의 군단장인 철혈의 기사 알폰소 그레이엄 남작의 표정에 미세한 변화가 생겨났다.

"저희 영지가 솔선수범하여 영지의 모든 재산과 병력을 성왕폐하께 바치겠습니다"

"오오 이 얼마나 충성스러운 가문인가....모두 본받도록 하거라!"

잘짜인 연극이였다. 아마도 저 작전은 저 알 그레이엄의 머릿속에서 나온것이였을터

사제측을 대표해서 볼프강4세가 먼저 신의 이름이라는 동기를 부여한 몬스터의 숲 토벌작전을 제청하고 왕국의 무력을 대표할수 있는 왕실경호단장인 장미의 기사가 성왕에게 찬성의 뜻을 내비침과 동시에 지방영주들중에서 대영주인 그레이엄 영주가 몬스터의 숲 토벌작전에 모든 것을 바친다. 이렇게 되면 신의 이름으로 토벌을 진행할수 밖에 없었다. 지금상황에서 반대를 하게 되면 역적으로 몰리기 십상이니까.
눈치를 보던 영주들과 대신들도 누가 먼저랄꺼 없이 찬성의 뜻을 내비치었고 성왕에게 완벽한 충성을 맹세했다.
하지만 그때

"신은 이 토벌작전을 반대합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품있는 예식갑주를 몸에 두른 한 노기사가 뒷자리에서 성왕앞으로 나오면서 외쳤다.
성왕 크라이스 데 로독은 성난 얼굴로 그 늙은 기사에게 말했다.

"아버님이 그대의 충절을 기려 철혈의 기사라 칭했거늘 감히 내앞에서 반대를 논하는가?"

보통의 대신같았으면 가차없이 사형을 시켰을 것이다.하지만 철혈의 기사는 대륙 모든 기사들의 존경을 받는 사대기사중 한명이고 그 세력도 만만치 않은 지라 아무리 성왕이래도 쉽게 그의 의견을 내칠수는 없었다.

"지금 백성들은 굶어가고 있으며 몬스터의 숲 토벌에는 적지않은 백성들의 희생이 있을것입니다. 지금 백성들의 원망은 불처럼 타오르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몬스터의 숲 토벌이라는 무리수는 그들의 원망에 기름을 붙는 것과 같사옵니다. 폐하!"

당당한 걸음걸이로 성왕의 앞으로 걸어나온 알폰소 그레이엄 남작은 군례를 하며 무릎을 꿇었다.

"재미있는 말을 하는군 철혈의 기사. 백성들이 굶는다고? 그럼 더더욱 몬스터의 숲 토벌을 해서 백성들의 입을 줄이면 되지 않는가"

'아아....선왕이시여...'

크라이스 성왕의 말에 눈앞이 깜깜해지는 철혈의 기사였다.

"한번만 더 생각해주시옵서서. 지금 백성들의 원망소리가 들리지 않으시나이까. 저기 저쪽에 모여있는 대신들이 빨아먹은 백성들의 피와 땀 때문에 왕국의 근본이라고 할수 있는 백성들이 신음하고 있나이다."

알폰소의 번쩍이는 눈동자가 자신들을 훑어보자 자신들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지는 대신들이였다.

"흥! 무슨 소리를 하는가 했더니 늙은이의 넋두리였군"

하지만 성왕은 알폰소의 충성어린 말도 콧방귀를 끼면서 흘려버렸다.

"제발 성왕폐하. 선왕께서는 언제나 백성을 먼저 생각하시던 인자하시고 훌륭하신 왕이셨습니다. 부디 아버님 선왕폐하처럼...."

알 그레이엄 백작이 다가와 알폰소의 팔을 잡아 끌었다.

"자리를 가리고 말을 하게 그레이엄 남! 작!"

"이것 놓아라! 고얀놈 같으니라고!"

철혈의 기사가 유난히 남작이라는 말에 강조를 하는 알 그레이엄을  강하게 뿌리치자 알 그레이엄은 바닥에 꼴사납게 뒹굴어버렸다.

"이...이...천한것이!!"

"내가 그래도 네놈의 숙부이거늘. 사기와 음모로 네 형의 자리를 빼았더니 감히 네놈이!!"

사기와 음모라고 말하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알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어디서 천한 첩의 자식놈이 위대하신 성황폐하의 앞에서 망발인가!"

그 모습을 보던 장미의 기사 세린이 경비대에게 외쳤다.

"무엄하도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여봐라!  알폰소 그레이엄 남작을 끌어내라."

세린의 명령에 순식간에 십여명의 기사들이 철혈의 기사를 에워싸서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폐하 제발!! 백성들을 생각해주시는 성군이 되어 주소서...에잇! 이것 놓아라 내 발로 걸어나가겠다."

"치워라!"

땅바닥에 질질 끌려가면서도 온몸으로 외치는 알폰소의 말을 치워라는 말로 간단히 자른 크라이스 성왕은 대신들을 바라보면서 외쳤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 시간부로 수도방위는 하위 군단들에게 맞기고 10군단 위 상위군단들은 모두 몬스터의 숲 토벌작전에 참가한다."

로독에서 군단의 숫자는 순위를 뜻했다. 총 15개의 군단중 상위의 10개의 군단이 나선다는 것은 로독왕국의 전력의 9할이 움직이는 것과 같았다.

"총사령관은 여기 장미의 기사 세린경이다. 그리고 참모는 충성스러운 나의 알 그레이엄 백작에게 위임한다."

세린과 알의 입에 살짝 웃음기가 머금어졌다. 완벽한 연기였고 완벽한 성공이였다. 비록  철혈의 기사의 돌발행동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 전쟁은 킬리안여신에게 바치는 성전이다! 킬리안여신이 우리를 지켜주신다. 성검 카스칼리온의 이름으로! 초대성왕 칼리온의 이름으로!"

"로독 왕국 만세!"

"만세!!"

"로독 왕국이여 영원하라!!"


울려퍼지는 외침들 속에서 볼프강4세와 장미의 기사 세린 그리고 알 그레이엄은 번뜩이는 탐욕의 눈빛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이제 크라이스 성왕을 비롯한 로독왕국의 운명은 그들의 손아귀에 달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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