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한잔 하고 외로워서 끄적여 보내요..
그녀와 내가 처음 만난 건 소개팅이다.
20살.
정말 공부를 못했던 나는 저기 지방 돈만 내고 들어갈 수 있는 학교에 들어갔다.
같이 어울리는 선배와 동기들과 술과 여성들...
여자친구가 필요하다 못 느꼈을 정도로 방탕한 생활을 즐겼고 자금적으로도 여유가 있었으며 매일같이 즐거운 생활을 했다.
한 학기가 지나고 통학버스를 타러 같이 오가던 같은 과 같은 동네 형이 휴학을 했다.
방탕하고 즐겁던 생활은 이미 지났구나 생각이 들 무렵 난 여자친구가 필요했다.
연락하는 여자 날 좋아하는 여자가 아니라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여자가 필요했다. 외로웠다.
마침 휴학한 동네 형이 자기 여자친구의 후배라며 친구 한 명을 소개시켜 주었다.
연락처를 받고, 문자를 보내고, 싸이월드에 몇장 없는 그녀의 사진을 구경하며 어떤 여자일지 기대했다.
소개팅 당일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아마 11월 쯤?
생에 첫 소개팅이라 기대가 컷던 만큼 꽤나 차려 입었지만 옷에 커피를 흘려 펑퍼짐한 친구 옷을 입고 나갔었지.
난 내 추리한 모습이 마음에 안들었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솔직히 내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난 참한 여자가 좋았지만 그녀는 무서운 진한 화장과 염색머리 짧은 청치마에 하이힐 입술 밑에 피어싱 자국과
마른 나로써는 약간 벅찬 몸무게.. 첫인상은 그냥 좋은 친구 말동무로 생각했다.
사실 여자친구도 딱 한번 사귀어봤고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보지 못했던 나는
- 미안하지만.. 주위에 여자들이 많았고 날 좋아해준 몇 여자들도 있었다 -
그녀도 내 주위 여자들처럼 그냥 그런 친구가 되겠구나 생각했다.
첫 날 당연하듯 좋은 분위기로 술자리를 이끌었고 그녀와 난 좋은 친구로 남았다.
그녀는 날 좋아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썩 나쁘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 게다.
다음 날도 만나고 좋은 친구? 아니면 그 이상?의 관계를 유지하며 주기적인 연락을 하며 지냈다.
내 생일날 친구들에게 생일인 것을 말하지 않는 나이지만 그녀는 내 생일을 챙겨주었다.
물론 저녁에 친구들과 술 약속을 잡아 놔서 그녀와는 커피한잔고 잠깐 온 정도지만 누군가가 아니 그녀가
내가 말하지 않은 생일을 챙겨준다는 것에 감사를 느꼈고 생일 선물로 귀걸이를 선물 받았다.
난 귀를 뚫었고 그녀가 사준 귀걸이를 했다.
21살
몇 개월이 지났지만 좋은 관계는 지속되었다. 간간히 연락하며 사랑은 아닌 친한 친구처럼
그런 관계를 유지해 오다
난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고... 차였다.
그리고 별로 맘에는 없었지만 다른 여성과 연애를 시작했다.
이 연애는 그녀에게 말하지 않고 계속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었다.
여자친구의 생일 날, 여자친구가 가지고 싶다던 이니셜 목걸이를 사러갔다.
여자친구의 이름에 맞는 아름다운 디자인의 이니셜 목걸이를 제작해주겠다던 점원에게 가격을 흥정하며 실랑이를 벌이다가 난 전시되어있던 이니
셜 목걸이에서 그녀의 이름을 봤다. 난 다음 달 그녀의 생일 선물을 미리 사놓고 싶은 마음에 하나를 더 구입했다.
전시 품목이라 좀 싸게 구입하긴 했지만 그래도 가격이 좀 나갔던 걸로 기억한다.
기분이 좋았다. 여자친구가 목걸이를 받았을 때 기분이 좋았다 여자친구가 기뻐하는 모습이 좋았다.
하지만 난 내심 그녀에게 목걸이를 주었을 때 더 좋을 거라 생각했다.
여자친구에게 난 군대를 가지 않는다고 4급이라 했던 거짓말을 정정하고
입대 날짜를 통보한 뒤 잠시 시간을 갖자는 말과 함께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생일 날
난 빨리 일을 마치고 생일선물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원래 저녁 12시 까지 하는 일을 10시로 바꿨다.
그리고 약속을 잡았다.
그녀는 일 끝나는 시간을 고려했는지 아니면 놀다가 늦게 귀가할 것을 계산했는지는 몰라도 12시 넘어서 보자고 했다.
택시타면 만원 안밖으로 갈 수 있는 거리였기에 늦은 시간 약속을 잡았고 일이 끝난 10시 쯤 그녀에게 문자가 왔다.
'
나 xx역 지나가' 내가 일 하고 있는 역을 지나간다는 그녀의 문자에
난 늦게 만나기 보다 빨리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내리라고 줄게 있으니까 얼른 내리라고 연락을 했고 그녀의 답장은
'
구라치지마 니가 무슨......'
너무 편한 친구사이로 지내서 선물 생각은 못했는지 너무 장난스럽게 받아들이는 그녀에게 한달 전부터 준비했던 선물을 주고 싶지 않았다.
12시가 넘어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 네게 선물을 전해주러 가고있다고 전화했지만 집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술친구 필요하냐고 선물은 무슨...
거짓말하지 말라는 답을 듣고 택시를 돌렸다.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해보겠다고 했지만 내가 싫었다. 한달 가까이 연락하지 않던 여자친구와는 나 홀로 마음 정리를 벌써 끝마쳤다.
주말에 그녀와 데이트를 했다.
가방 같은 건 하지 않는 나였지만 그녀에게 줄 목걸이를 보관하기 위해 가방을 메고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그녀에게 줄 책 한 권을 넣었다.
그녀를 만나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책을 주고... 이미 책은 줬다. 목걸이를 주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널 위한 선물이 더 있다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날 무시했다. 책이 다냐고 더 없냐고 장난치며 날 비웃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그렇게도 기분이 나빴던지...
그냥 책 선물에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난 뒤 그녀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못했다.
시간이 지나 입대 날이 가까워 왔다. 술을 마시는 날이 많아지고 술을 마시고 그녀에게 전화하는 횟수가 늘어만 갔다.
그냥 친구에서 약간의 감정이 더 생겼다.
소개팅을 주선해 주었던 형 커플이 헤어질 위기에 노였다.
나는 형과 술을 마셨고 형은 형의 여자친구와 전화를 했고 난 그녀와 전화통화를 했다.
그리고 내 마음을 털어 놨다. 나 널 좋아하는 것 같다 내 입대나 사정 알지만 네가 좋다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단박에 거절하지 못했다.
망설였다.
전화통화를 끝내고 술을 더 먹은 뒤, 형이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을 같이 갔다.
다혈질 형을 말리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형의 여자친구와 그녀가 같은 동네에 살았기에 그녀를 볼 작정으로 같이 갔다.
그녀와 난 술을 마셨다.
난 입대를 한달 남짓 남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실 술김에 고백이 맞는 것 같았지만 그녀가 내 여자친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술을 마셨다. 소소한 얘기를 하며 그녀와 난 이야기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이 소소한 이야기가 지나면 친구보다는 더 먼 관계가 되던지 아니면 친구보다 더 가까운 관계가 되어있을 것이다.
아마 그녀의 생각도 나와 같았을 리라.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어쩔 수 없는 무거운 침묵 뒤 그녀의 입에서 먼저 종전을 알리는 얘기들이 튀어나왔다.
'
너 나 좋아해?'
'
너 군대 얼마나 남았지?'
내가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아?........
나 사랑하니?'
마지막에는 차마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살아 온 날은 많지 않지만 난 사랑한다는 소릴 부모님에게도 꺼려하는 성격이었다.
그때까지 순수했나보다.
난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랑 꼭 결혼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누구는 흔히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내겐 참 어려운 말이었나보다.
그 말을 그땐 차마 할 수 없었다.
나중에서야 말했지만 그녀는 그 당시 많이 망설였다고 사랑한다고 했으면 어찌 됐을지 몰랐을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이 적힌 목걸이도 전해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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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아님니다.. 얘기가 긴데.. 올린김에 오늘저녁에 술한잔해야것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