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도 이래저래 갑질로 인해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뭐... 각박해진 세상의 탓이긴
하겠지만 의외로 서비스 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겪는 마음 고생들을 생각해보면 참 너무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뭐, 그런 정서가 공감이 되는 건지 요새 술자리에서는 영원한 안주거리인 상사 대신 갑질하는 고객들이 새로운
안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근데 말입니다... 그러면서 욕만하다보니 뭔가 감정 소비만 과해진다 싶어서...
항상 그렇듯이 들려오는 카더라 통신의 황당 무계한 이야기들로 화제가 옮겨 갔는데... 은근히 어처구니 없는
고객 클레임이나 분쟁 사례들이 많더군요.
요컨데... 고객이 갑질은 커녕, 오히려 안습하기 그지 없어 이쪽 직원들이 이를 갈면서 도와주려다 보니 본의아닌
츤데레처럼 보이는 경우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그런 얘기들을 한번 해볼까 합니다. 늘 그렇듯이 술자리 통신에서
나온 누가누가 그랬다더라에 의거한 사실여부는 다소 불투명한 내용입니다.
1. 휠체어
어느 점포의 지원팀장이 계속 발생되는 매장내 집기 파손 때문에 분노했음. 그래서 원인을 찾아보니... 점포 인근에
있는 노인 복지원에서 집에 가시는 길에 들린 노인 분들중에 휠체어를 타시는 분들이 직접 휠체어를 몰다가 집기나
손님에 부딪치거나 해서 발생된 사고들이 많았음. 결과가 알려지자 지원팀장이 길길히 날뛰며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
근데... 워낙에 몸이 불편하신 노인들이고, 동행하는 가족들도 손자들인 경우가 많이 근본적으로 누군가 쇼핑을
도와주지 않으면 사고를 막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옴. 그러면 쇼핑 도우미를 두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면 인력이
부족해서 어렵다고 직원들이 호소. 그래서 결국... 하는수 없이 지원팀장이 욕하면서 자기가 직접 도우미를 하겠다고 함.
그래서 그 이후 매장에 오는 휠체어를 탄 고객들의 쇼핑을 직접 나와서 도와줌. 근데... 이게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주변에 평도 좋아지고, 매장의 집기 파손도 줄어듬.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연히 매장에 방문한 오너 자제분이
그 모습을 보고 우수 서비스 사례로 본사에 전달. 최근에는 임원되셨다고 함.
2. 결식아동
매장에서 시식 코너는 너무 벌리면 집객 효과는 좋아도 매장이 어수선해지는 단점이 있음. 그 점포의 지원팀장도
그 점을 지적하고 시식 코너를 축소시키라고 지시. 근데... 직원들이 좀 머뭇거림. 경위를 알아보니... 거기 오는
어떤 어린 남매가 있는데... 어린이집이 끝나고 집에 엄마가 들어오는 시간까지 시식코너에서 배를 채우며 지낸다고 함
좀 봐주면 안되겠냐고 직원들이 하소연했으나 단칼에 거절하고 시식코너 축소.
그리고 얼마후, 점포의 직원 식당에서 어린이 급식카드를 받아주기로 지침이 변경됨. 원래 외부인에게는 오픈되지 않는
직원 식당에 예외적으로 급식카드를 가진 아이들은 받아주기로 결정. 아니, 아예 안들고 와도 그냥 들여보내줌.
직원식당 운영하는 계열사 영업 담당자가 그러면 곤란하다고 항의했으나, 직급으로 무시하고 쪼인트 까버림.
3. 배달
어느 점포의 배달 직원이 한 고객에 대해 불평을 늘 했음. 산동네 옥탑방에 살면서 맨날 쌀이나 생수같은 무거운걸
배달시키고... 그러면서 저녁 시간에 배달하면 애들 깬다고 벨 누르지 말고 노크해달라고 요청하는 고객이 있어서 항상
화가 나있었음. 근데 사정을 알고보니 남편이랑 사별한 젊은 과부가 힘들게 일하며 애들 키우고, 그래서 장볼 시간이
없어서 배달 시키는 거라 뭐라 하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배달함.
근데 어느날... 배달 목록을 보더니 평소처럼 생수랑 쌀이 많은 것도 아닌데 쌍욕을 하면서 물건도 안들고 그 집에
쳐들어감. 그리고 문을 발로 차서 집에 들어가서 자던 애기들이 울고 불고, 그리고 그 고객님도 당황하는 가운데
이렇게 소리침
"쌀이나 물처럼 살자고 시키는건 얼마든지 배달해주겠지만, 이딴거 배달시키지 마! 이 망할 아줌마야! 애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아!!!"
고객님이 배달시킨건 알고보니 다량의 청테이프. 사는게 너무 힘들어서 극단적인 생각을 하셨던듯 함. 그 일갈에
고객님이 울면서 잘못했다고 애기들 끌어안고 직원한테 사과하고, 직원은 씩씩거리면서 돌아와서 배달 누락으로
한소리 들었다고 함.
들리는 바에 의하면 결국 인연이 되서 그 직원분 연상의 마누라와 자식들이 생겼다고 하는데... 솔직히 집에 쳐들어가서
욕한 것 까지는 그럴듯 한데, 결혼한것 까지는 누군가 각색한것 같음.
4. 책임
이름을 밝힐수 없는 어느 패션 브랜드가 유행을 탔는데... 당시 각 유통사들이 공급을 땡겨오기 위해 안달이 났음.
그러던 어느날 어느 수입업자가 그 물건을 대량으로 확보하고 각 유통에 가격 제시를 요구함. 각 유통회사들은 사활을
걸고 수입업자를 왕으로 모시면서 물건을 땡겨오기 위해 혈안이 됨.
우리 회사의 패션팀장도 임원들 지시를 받고 직원을 파견하여 그 물건을 확보하라는 특명을 내림. 근데... 직원이 좀
알아보니 물건 입수 경위가 좀 불투명하고, 공공연하게 커미션을 요구하는게 꺼림칙함. 그래서 원래 수입업자 비위 다
맞춰주란 회사 지시 무시하고, 정상적인 조건만 제시하고 수입업자가 어처구니 없어하며 꺼지라고 하자 그냥 돌아옴.
회사가 난리가 났음. 다른 유통들 다 들여오는 핫트렌드를 못들여온 죄로 비난이 쏟아짐. 패션팀장도 빈손으로 돌아온
직원 조인트 까버림. 근데... 나중에 관련 문제로 문책이 시작되자, 짤릴 거라고 생각한 직원은 의외로 아무런 조치도
당하지 않아 당황. 알고보니... 패션 팀장이 모든 문제는 자신의 지시라고 말하고 직원들은 무관하다고 말함.
그런데 상황이 어처구니 없이 흘러가는게... 그 수입업자가 들여온 물건이 알고보니 상표권 문제로 사실상 가짜에 가까운
좀 그런 물건으로 밝혀짐. 그리고 패션 임원이 그 업자랑 미리 협의가 되어 커미션 챙겨서 나누기로 합의가 되어있는
걸로 밝혀짐. 그 사건이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문제가 되었음
그래서... 그런 여파를 막고 전부 자신의 지시라고 공식적으로 말한 패션팀장의 혜안을 칭찬하며 다들 칭송함. 근데...
패션 팀장은 정작 자신은 업체 만난적도 없고, 그 일은 전부 직원들이 판단해서 결정한 거라고 상담 일지를 공개함.
직원들 전부 감동하여 팀장에게 충성을 맹세함. 이후 몇년간 그 팀은 최강의 팀웍으로 회사는 물론 업계에서 명성을 떨침.
5. 분할 판매
이건 좀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 어느 점포에 한 할머니가 찾아와서 과일 코너에서 망설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왜 망설이냐고 여쭤보니... 손녀가 바나나를 먹고 싶어하는데... 가격이 5000원은 너무 비싸고
반만 사고 싶은데 방법이 없냐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할인점이 다양한 판매기법들이 동원되지 않은 지라 가격이 매겨진 상품을 분할해서 파는 것에 대해
가능한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망설이다가 평소에도 성질 까칠하기로 유명한 본사의
회계팀장에게 의견을 여쭤봤다고 합니다.
회계팀장은 말같은 소리를 하라고 욕하면서, 그딴게 어딨냐고 했는데... 마침 옆에 연수받고 있던 눈치없는 신입 직원이
일본의 백화점에서 보니 포도를 몇알만 파는 낱개 판매로 유명해진 사례가 있다고 말을 한겁니다. 분위기가 급...
가라앉으며 전원 회계팀장만 바라보는 상황... 결국 회계팀장이 이를 갈며 방법을 알아보겠다고 소리쳤습니다.
그래서... 그날 회계팀 직원들 전원이 매장에 있는 어느 바나나 하나의 분할 판매를 어떻게 매출로 산정하고, 재고로
잡고, 정산하고, 분개처리하는지 고심하며 사투를 벌였고... 저녁 11시부터는 퇴근하려던 시스템 담당자도 급소환해
전산 반영을 논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매장의 분할 판매에 대한 프로세스를 만들어서 점포에 전달.
다음날 직원들이 할머니에게 절반의 바나나를 팔수 있다고 전하고, 할머니가 오셔서 2500원 어치 바나나를 사가면서
POS에 매출이 정산되는 순간! 모든 회계팀과 점포의 직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고 합니다. 근데 당황하면서도 고맙다고
바나나를 사가는 할머니를 뒤로하고, 지나가던 한 직원이 하는 말이...
"그냥, 저거 하나만 행사 코드로 찍어서 팔고, 차이나는 건 폐기치면 금방되는거 아닌가요?"
17시간동안 무려 50명에 가까운 관련자들이 피토하는 심정으로 만든 프로젝트를 한방에 보내는 일갈이었습니다.
뭐, 경위를 따지자면 완전히 바보짓한건 아니고... 그 이후로 프로세스를 정착시키면서 소위 말하는 1+1이나 묶음 판매같은
기법들이 수기 보정이 아닌 전산 반영으로 처리되며 마케팅의 발달에 도움을 준건 사실이라고 합니다.
6. 초콜릿
어느 점포에서 화이트데이 행사를 하는 중에 알수없는 소량 로스가 계속 발생함. 새로 부임한 신입 파트장이 로스를
잡으려고 CCTV를 설치함. 근데 확인해보니... 어느 초딩 여자애가 슬금슬금 물건을 훔친거였음. 그래서 현장에서
애들 잡아서 경위를 물어보니... 알고보니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과자 사먹을 돈도 없는데, 동네마다 화이트데이라고
확대 진열된 과자와 초콜릿들을 보면서 찡얼거리는 동생들을 보다 못해 누나가 해선 안될 짓을 한거였음
주변 사람들이 다들 불쌍하게 생각해서, 그냥 훈방 조치하자고 했지만... 원리원칙을 주장하던 파트장은 경찰서에
생활안전과 여경찰을 불러 애를 인계하고 처리하였음. 사람들이 너무 가혹하다고 뭐라 했지만... 파트장은 그냥 넘겨선
안된다고 강경하게 주장. 다행히 경찰서에서도 훈방으로 내보내고 여자애도 반성하며 마무리.
그리고 3월 15일, 여자애의 집앞에 초콜릿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음. 화이트데이 행사가 끝나고 매장에서 남은 상품 중에
팩키지가 파손되서 샐비지 처리해야 되는 품목을 어차피 폐기 비용 들이느니 기증하자고 누군가 품의를 올려서 합의 받고
여기저기 아동 시설들에 보내고, 일부... 아니 상당히 많이 여자애네 집에도 가녀다 놓은 거임.
그리고 그후로 몇년간 매년 3월 15일이면 그렇게 초콜릿 선물이 반복됨. 그러다 결국 여자애네 집안도 일이 좀 풀려서
아버지가 일하러 가신 지방에서 같이 모여 살게되어 이사를 가게 됨. 여자애가 점포에 찾아와 모든 직원들과 특히 자신을
신경써줬지만, 바쁘다며 안만나겠다고 한 파트장에게 감사를 표하고 떠남.
그리고 5년후... 점포에 알바 채용 인터뷰에서 파트장은 여자애와 다시 해후. 서울에 대학교 합격해서 상경하고, 등록금
벌려고 알바하러 왔다고 웃으며 말함. 그리고 앞으로는 많이 안줘도 좋으니, 단 한개의 초콜릿이라도 파트장이 직접 사서
주면 안되냐고 물어봄. 파트장은 인터뷰 테이블에 있는 ABC 초콜릿 던져주고 알바 자리 합격시킴.
이후 여자애는 대학을 무사히 졸업하고 회사 인턴으로 들어와 무사히 합격하고 본사 근무 중. 파트장은 회사 그만두고
유학갔다 와서 지금은 IT 관련 회사에 다닌다고 함. 최근에 둘이 딸을 봤음. 유통에서 도둑질만 배웠나... 나이 차이가 몇이여...
뭐... 이런 느낌입니다. 늘 그렇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술자리에 카더라에 의거한 내용이니 진위여부는 안드로메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