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치맛바람이 심하신 분이었습니다. 엄마가 한 번 지나가시면 대형선풍기 없어도 샴푸광고를 찍을 수 있을 정도였죠.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느 학원에 저를 보내야 제가 명문대를 갈까 여기 저기 알아보시다가, 얼마 전에 명문대를 여럿 보냈다는 학원에 면담을 하러 가게 됐습니다.
원장과, 엄마와 제가 셋이 면담을 했는데 엄마가 말씀하셨죠.
"얘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해요. 하루 종일 게임만 해요."
그러자 원장 선생님은 저를 보시더니 온화한 표정과 말투로, 말씀하셨습니다.
원장선생님 : 00야. 게임이 뭐가 재미있어. 게임은 자꾸 죽잖아.
나 : 저 잘해요. 잘 안죽어요. 그리고 깰 때도 있는데요?
원장선생님 : [좀 짜증남] 아무리 잘해도 결국에는 깨기 전에 몇 번은 죽잖니. 그때 스트레스 받는데 그게 재미있어?
나 : 그래도 그 과정이 재미있는데요?
원장선생님 : [얼굴 시뻘개짐] 과정은 소용 없는거야. 결국 죽으니까.
나 : 그럼 원장선생님은 돌아가실건데 왜 사세요?
원장선생님 : [미동도 없이 얼어붙은 상태로] 어...
엄마 : ....
원장선생님 : [켁쿡킥 등, 기침하는 소리를 억지로 내며] 애가 똑똑하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