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에 막 도착해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는 건데여... 혹시 길어지더라두 이해해주세요^^;;
암튼... 저는 80년생이고 이제 조금만 있으면 30대의 마지막에 접어드는 38세예요.
대체로 제 또래라면 10대 시절에 우상으로 삼았던 사람이라면, 연예인으로는 서태지와 아이들이거나 듀스였을 거예요. 저는 전자를 좋아했는데, 일단 유명세가 반 정도에 우리 또래 이야기를 해준다 정도가 반 정도? 사실 '우상'으로 부르기엔 좀 모자라지만, 아무튼 좋아라 했었어요. 이후에 H.O.T나 젝키 등이 나왔고 많이 좋아하긴 했지만, 우상으로까지 본 적은 없고요.
20대가 되었을 때는 솔로로 돌아온 서태지 씨를 우상이자 인생의 롤모델로 보려고 했어요. 콘서트도 가고 자신의 꿈을 이뤄낸 그 사람의 행로를 동경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20대 중반을 지나고 개인적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나면서 우상이고 가수고 계속 우선순위에서 밀려가더라구요. 그냥 삶의 풍파에 밀려서 꾸역꾸역 살았달까. 어느덧 가수뿐 아니라 누군가 우상으로 삼는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었어요.
그런데...
오늘 새로운 우상이 생겼어요. 바로 방탄소년단이요... (부끄)
2014-15년 경 독일에 살았을 때 현지인 친구가 그들 이야기를 꺼내며 최고라고 추켜세웠을 때도 코웃음 치며 그 친구를 약간이나마 한심하게 생각했었고, 작년 말경부터 다시 한국 가요, 아니 K-Pop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을 때도, 그리고 그네들이 마음에 들어져서 앨범까지 구매하게 되었을 때도 이런 기분이 들게 될 줄은 생각조차 못했거든요.
사실 앨범까지 구매했어도, 그들 행적을 막 파고 들었던 것도 아니고 뮤직 비디오를 분석하지도 않았고 유명한 곡들 중심으로 듣는 리스너일 뿐이었어요. 본격적으로 관심이 깊어진 게 올해 8월경이었으니 그들이 지난 5년간 어떤 삶을 살았는지도 알 리도 없었고 알 수도 없었죠. 그냥 좀 특별한 구석이 있어 보이네? 정도였지...
근데 오늘 파이널 콘서트에서... 완전히 무너졌네요.
정말 멋있는 사람들이구나, 그냥 귀염귀염한 조카급 아이들이 아니구나... 정말 그렇게 느꼈어요.
막내 정국씨조차도 그냥 귀염둥이가 아니더라구요.
반성하지만, 솔직히 팀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도, 실력도 잘 모르고 예능에서 버벅대는 모습만 보고 그냥저냥으로 봤던 슈가씨는 정말 최고의 퍼포먼서였고요.
웃기는 분위기 메이커 정도로 생각했던 제이홉씨는 세상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진지함을 품고 있는 사람이더군요.
콘서트가 막 시작했을 땐 그냥 박수 치고 웃었는데, 사이퍼 부분부터는 박수를 칠 수가 없었어요.
너무 압도당해서요...
그리고 마지막 멘트...
밝디 밝던 제이홉씨의 눈물부터 각 멤버들의 아쉬워하는 표정과 멘트들 들으면서 약간 눈물이 고이긴 했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그들의 5년간 행로를 모르는 저로서는 그렇게까지 공명할 수 없었어요. 안타깝게도.
근데 RM이 그 특유의 진지한 말투로 4년 전 자신들의 모습을 정말 꼬질꼬질했다.
뭘 하면 사랑받을까, 이런 걸 하면 미워하지 않을까 고민하며 지냈었다.
하지만 이젠 아파도 아파하지 않고 슬퍼도 슬퍼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예전의 꼬질한 모습들을 계속 가지고 가겠다. 그런 모습들조차도 자신이다.
또, 사람들의 아픔이 100이라면 자신들이 그걸 99, 98 아니 97까지 정도라도 줄여주는 이들이 되겠다...
이런 취지의 멘트를 던지는 순간, 정말로 눈물이 터져서 울어버렸어요.
한국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아내도 엉엉 울었구여.
이유는 정확히 설명하기 힘들지만, 뭔가 마음 속에 잠들어 있던 상처나 곪아있던 곳을 보다듬어준 느낌이랄까?
그 순간, 아... 계속 이들의 팬이 되고 싶다. 지켜보고 싶다. 또, 지켜보면서 저 따뜻함을 받고 싶다 이런 느낌이 들더라구여.
이미 사이퍼 부분부터 그들과 나의 나이 차이는 완전히 잊은 채로 푹 빠져들긴 했지만,
이 즈음에선 이 친구들을 새로운 우상으로 삼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느낌이 지금 받고 있는 치료의 영향으로 체내에 남성호르몬이 거의 남지 않아서인지 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요^^;;
상남자였던 예전의 저였다고 하더라도 거의 같은 느낌이었을 거예요, 아마 :)
여하튼 이들의 진가를 너무 알아보고 입덕도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윙즈 에피소드의 마지막 열차에나마 올라타게 되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고 복잡하네요 ㅎㅎㅎ
제가 40대에 접어들더라도 계속 그들의 멋진 모습,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고 싶네요. 다들 진정성 있고 멋지지만, 특히나 RM의 미래는 더욱 기대되고요. 물리적으론 제가 어른이지만, 이미 그가 나보다 어른 같다는 생각마저 드는데 몇 년 후에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네요. :)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정말 길고 지루한 글 참고 봐주셔서 고마워요.
너무 감동해서 주저리주저리 쓰고 말았네요^^;;;
그래도 아마도 현장에서 같은 감동을 느꼈을 분들, 그 감동을 느끼고 싶으셨던 분들과 제가 느꼈던 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기뻐요^^
마지막으루... 오늘 찍은 사진 몇 장 올리고 갈게요.
아, 저는 일본에 살아서 영화관에서 라이브뷰잉이라는 동시 생중계로 봤어요. 직접 현장에 있지도 않았으면서 오버다 싶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방탄소년단의 피부에 흐르는 땀까지 보일 정도로 정말 지근거리에서 보는 감각으로 볼 수 있었고요. 일본 아미들도 엄청 와서 현장에 있구나 싶은 느낌으로 콘서트를 즐겼답니다^^
그럼 정말로 마칠게요. 남은 주말 잘 보내시구여. 다들 좋은 날이 앞으로 많기를 바랄게요!
영화관에 모인 일본 아미들이에요.
잘 보면 RAP MONSTER 후드티 입은 분 보일 거예요.
요건 전에도 한 번 올렸던 티켓이구여.
상영관 앞에 똭! 붙은 포스터... 인데 좀 초라하죠 ㅜㅜ
흑백이라뉘...
시작하기 전에 나온 화면이에요.
여기까지만 찍었어요. 이후에는 일단 규칙 위반이기도 하고 찍다가 걸리면 쫓겨나기 땜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