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좋은 라임에 어서오세요
"어서오시오. 추방자들의 마을 라임에 잘오셧소이다."
벤과 칼이 들어서는 순간,
머리에 희끗희끗한 새치가 보기 좋은 정도로 나있는 사람좋아보이는 중년신사 하나가 말을 걸었다.
"본인은 이곳 라임의 촌장인 길버트라고 하오이다. 비록 추방자 신세가 되었지만 서로 도우면서 잘 지내봅시다."
길버트가 내민 손을 잡은 벤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전 병사출신으로 힘쓰는 일에는 자신있는 벤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 친구는 칼, 보시다시피 희끄무리한 것이 머리는 푸르딩딩해서 딱 책벌레지요, 덕분에 먹물좀 빨았던 놈입니다."
"처음뵙겠습니다. 칼 이라고 합니다. 잘부탁드리겠습니다."
"앞으로 가족이 되실분들이니 연장자인 제가 하대를 해도 괜찮을까합니다만..."
"예?..예..그렇게 하십시오"
얼떨결에 대답한 칼과 벤은 길버트의 안내를 받아 마을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곳은 식량창고.
언제나 한달분 이상의 식량을 저축해 두려고 노력하네만 잘 안되는 실정일세"
"아..네.."
"이것은 창고건물이네,
지금은 비어있지만 조만간 떠돌이 밀수상인이오면 반정도는 체워질걸세"
"아..그래요"
"이곳은 병기창.
추방자들이라서 쇠붙이를 지니고 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 덕분에 거의 텅텅비어있네만 가끔잡은 몬스터의 가죽과 힘줄로 만든 활과 레더아머 정도는 비축하는 실정일세"
"아..그렇군요"
"이곳은 주택이 밀집해있는 곳이네.
현재 이곳의 인구는 정확히 자네들이 오면서 135명이 되었네 성인남성이 62명 성인여성이 54명 미성년이 19, 그밖에 2명"
"그밖에는 뭐죠? 성인도 아니고 미성년자도 아니면 임신중??"
"하하 그건 차차 말해주기로 하고 우리집으로 가지"
촌장의 집으로 가는길에 촌장이 지나는 말로 툭 칼과 벤에게 폭탄을 하나 던졌다.
"우리 라임마을은 알다시피 추방자들로 인해 생겨난 마을일세,
그래서인지 솔직히 쓸만한 사람이 오는일은 드물다네. 대부분 술주정뱅이나 창녀들...
에휴...
이렇게 학식있는 칼군 같은 젊은이와 검술을 할줄 아는 벤군이 와서 기쁘기 그지없네,
지식인이 절대 부족한 이곳 라임에서 행정업무를 칼군이 훌륭하게 도와줄수 있을것 같고 군 출신인 벤군은 이곳 치안업무를 훌륭하게 소화해 줄수 있을껏 같아 오늘 이 촌부는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는 다네 허허허 "
'이 아저씨가 우리한테 일 시킬셈이다 (칼) '
'호오... 이 아저씨 사람보는 눈이 대단한데.
내 진면목을 꽤뚫어보는 사람은 오랜만이군...후후 (벤)'
둘다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에 촌장의 집에 당도했고 그 사이 칼과 벤은 서로 눈으로 엄청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벤, 이건 아니라고 본다.
응?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지만 어떻게 우선은 이 마을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잖아.
나도 알아, 하지만 .... 아니 그건 아니지...에이...
우선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이 마을에 터를 잡고 조금씩 움직이는게 좋다고 보고있어. 그렇지? 너도 찬성할줄 알았어'
'칼. 저녁은 뭐가 나올까?
엥? 너도 고기가 나올것 같다고?
하지만 어떻게 이런 시골에 고기가 있으려고.
오크고기? 그런거 사람이 먹을수 있나? 몬스터도 먹을수 있는 거야? 에이~
그건 아니지..우선 드래곤슬레이어도 밥먹고 나서라고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고기반찬이 적절하다고 본다. 설마 점심시간인데 밥을 안주려고?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할줄 알았어"
촌장의 뒤통수에서 둘이 30년 지기 이상만 시전할수 있다는 '눈빛으로 말해요'를 완전 틀리게 시전하면서 온몸으로 무음의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촌장의 집에 도착했고 셋은 집안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은 중년의 길버트 촌장은 벤과 칼이 자리에 앉은걸 확인한후 입을 서서히 열었다.
"내 이름은 길버트 그레이엄, 한때 귀족이였고 작위는 백작. 예전에는 백작님 백작님 소리를 듣고 살았지만 동생에게 영지를 빼았기고 모반혐의로 인해서 이 먼곳으로 귀향을 오게 되서 지금은 길버트 아저씨나 길버트 촌장이라고 부르면 될걸세"
'이 먼곳? 이 아저씨 웃기고 있네 수도에서 걸어서 일주일 거리, 말타고는 3일정도면 가까운 거리아닌가?'
"아 혹시나 속으로 '웃기고 있네 걸어서 일주일 거리 말타고는 3일정도면 가까운 거리아닌가?' 라고 생각할까봐 말하는데 내 영지는 과거 북쪽산맥의 근처라 이곳과 한달정도의 거리였다네"
'헉!! 이 아저씨 마법사인가? 아니면 독심술?(칼 과 벤)'
눈을 게슴츠레 뜨고 벤과 칼을 쳐다보는 길버트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띄며 결정타를 날렸다.
"그 표정들은 뭔가? 마치 속으로 '마법사인가? 아니면 독심술?' 이라고 생각한 사람들 처럼? 하하하"
'......(칼)'
'......(벤)'
"농담은 이정도로 하고 이곳의 상태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겠네. 칼군은 유심히 들어야 할것이야"
"아..네..말씀하시지요"
"지금 이곳은 주수입은 간간히 마을근처에서 사냥되는 동물과 약한 몬스터의 사체를 이용한 암상인과의 거래로 생기는 이득일세.
이 이득은 그렇게 많지가 않아.
추방자의 마을이라는 약점때문에 거의 헐값에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구입하는 물건도 꼭 필요한 소금이나 몇몇 금속제품밖에 없다네.
나중에 서류를 보면 자세히 알게 될걸세."
'에구....이 아저씨 나한테 무슨 일을 시킬건지 이미 구체적이다...(칼)'
"그리고 이곳의 치안문제인데. 오히려 치안은 그렇게 나쁘지 않아.
몬스터의 잦은 출몰덕에 성인 남자 대부분이 전투에 대비하고 무기를 항상 소지하고 있지만 척박한 환경탓인지 같은 마을사람끼리 서로 의지하고 도우려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서 살인이나 강도같은 주민끼리의 사고는 발생하는 일이 거의 없네.
하지만 문제는 이곳이 비교적 몬스터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중형몬스터가 가끔 출몰한다는 거지.
벤군은 잘들어두게나.
중형몬스터 같은 경우는 암상인에게 구입한 발리스타로 겨우 잡아내고 있는 실정일세. 그 발리스타도 1개 밖에 없지만 다행스럽게도 조립식이라 숙달된 병사가 있으면 금세 분해.조립이 가능하다는거지.
중형몬스터가 2마리 이상 쳐들어오는 경우에는 한마리는 발리스타로 최대한 빨리 잡고 방책이 견뎌내는 동안 그 발리스타를 분해해서 옮겨서 조립해서 또 한마리를 잡는 식이라네
그래서 우리 마을은 비록 목재방책이지만 삼중의 두꺼운 방책을 만들어 항상 대비하고 있다네.
이곳에 특별이 경비대같은 것은 없고 날 따라온 2명의 기사가 마을사람들을 훈련시켜서 이곳 남성 전부가 병사라고 보면 될걸세.
아 그리고 참고로 마을의 모든 여자는 다 활을 다룰줄 아는 훌륭한 궁병들이라네"
"훌륭한 예비군 제도로군요. 전 주민의 병사화라."
"역시 벤군은 알아주는 구먼 , 이 곳의 실정이 그렇게 만들어주었네. 안그려면 이곳은 금방 몬스터의 발에 밟혀서 흔적도 남지않을꺼니까..."
"그런 몬스터의 침입은 얼마나 자주 있는 편이죠?"
"딱 정해져 있지는 않네만 한달에 한번 정도 있네"
"생각보다 적군요?"
"그건 방책 때문일세. 보면 방책이 좀 유난히 높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군에서 진지로 사용하는 방책과 흡사하지만 높이는 1.5배는 되겠는데요?"
"그렇네, 벤군은 야전에 대해서도 지식이 있군. 일개 병사출신 같지 않아. 대단하구먼.
방책이 높은 이유는 소형몬스터 때문일세.
소형몬스터는 한마리 한마리는 위협적이지 않지만 수가 많아서 모이게 되면 매우 위협적이라는건 벤군도 잘알고 있을거야.
소형몬스터는 키가 작기 때문에 방책을 높이 세우면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습성상 넘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것 같더라고 마치 원래 있는 바위를 돌아가듯이 자연스럽게 무리가 방책을 돌아가기만 할뿐 위협적인 공격을 한적은 한번도 없네"
'화술이 괜찮군 저래서 촌장이 된건가? 아니면 독심술때문에? (칼)
대답에 벤에 대한 칭찬을 교묘히 썪어서 말을 하는 길버트 덕분에 벤은 신이 나서 계속 말끝마다 질문을 퍼부었다.
마치 수업시간에 발표를 좋아하는 학생같다고 할까
"중형몬스터는 왜 그렇지요?"
"좋은 질문이네 벤군. 중형이나 대형몬스터는 대부분 육식종이라 사람의 냄새에 민감하고 숲의 나무정도는 뽑을 괴력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방책을 봐도 뽑거나 부수고 넘어갈수 있다고 생각하는것 같네"
"단순하군요, 하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위협적이군요"
벤의 말에 살짝 웃으면서 길버트는 갑자기 표정을 진지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이쯤에서 두사람에게 부탁을 하지."
'올게 왔군!!(칼)'
'왠 부탁? 딸이라도 주려나? 이 아저씨는 내 가치를 아는 아저씨니까 흠...(벤)'
"칼군 올게왔다는 표정을 하지말게 내가 괜히 무안해지네만"
"아..흠흠 죄송합니다"
'이 아저씨 독심술 했었지..깜빡했다.(칼)'
"지금 이곳의 행정업무는 먹물을 좀 먹었다고 이 촌장과 글쓸줄 아는 유일한 여성인 내 부인이 다 처리하는 실정일세.
사실 너무 힘들어. 이노부가 펜을 들고 늦은밤 잠도 못자고 검토와 검토를 반복하는 내 인생이 처량해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네...늦은시간까지 힘든 업무때문에 우리 부부는 자녀도 없네..그래서 말인데...부탁이니 학식이 풍부한 자네가 행정업무를 좀 도와주게나"
길버트 촌장의 눈에서는 그렁 그렁 눈물이 맺혔고 금방이라도 닭똥같은 눈물이 떨어질것 같은 표정으로 칼을 아련하게 쳐다봤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50은 되보이는 준늙은이가 울꺼 같은 표정을 하자 칼의 마음도 약해졌는지 자신도 모르게 승낙을 해버렸다.
"아...네....그럼 조금..."
길버트는 칼의 손을 덥썩 잡으며 격하게 흔들기 시작했다.
"고맙네 고마워. 이렇게 마음씨 착하고 잘생긴 청년이 이 마을에 오게 되서 얼마나 기쁜지 말로 표현할수 없네 그려."
"과..과찬이십니다."
그래도 백작이였던 귀족이 자기에게 저자세로 낮추고 들어와 부탁까지 한 상황에서 승낙하나로 감사를 격하게 표현하니 칼의 기분도 나쁘지는 않았다. 마치 자신이 현자라도 된 기분이였다.
그때 길버트는 갑자기 벤쪽을 휙 돌아봤다. 목에서 휙 소리라도 날것 같은 재빠른 목돌림이였다.
'조...좋은 목돌림이다.(칼)'
"벤군!!"
"네..네! 하명하십시오"
가뜩이나 독심술이 있는것 같아서 두렵게 느껴지고 있던 길버트가 갑자기 자기를 부르자 자기도 모르게 군대식 대답을 한 벤이였다.
"자네는 내 전 호위기사 두명을 도와서 이곳 라임마을의 방위를 책임져 주게나.
노기사들이지만 자네도 배울게 많을듯하네. 말만 잘들으면 대련도 하고 검술도 틈틈히 배울수 있을게구. 내 호위기사들이였지만 실력하나는 최고였으니까"
대련과 검술이라는 말에 벤의 눈이 반짝였다.
벤역시 무인이였다. 언제나 기사와의 대련과 검술에 대한 토론을 매우 갈망하던 터였더라. 조금도 망설임없이 벤이 오히려 길버트의 손을 잡고 흔들면서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촌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허허허 벤군은 패기가 넘쳐서 정말 좋구만. 나도 젊어지는 기분일세"
'멍청한 벤자식..저건 뭐 저렇게 단순하고 무식할까...(칼)'
한숨만 푹푹 쉬는 칼과 눈까지 반짝이는 벤의 모습이 참으로 대조되었다.
"그럼 우선은 숙소가 구해지기전에 우리집에서 묵고 내일부터 우리 같이 힘내세"
'아!!! 나 일하기 싫어!!!!!근데 밥은 안주나...?(칼)'
'근데 밥은??? 내 고기반찬은??(벤)'
유일하게 30년 지기만 시전한다는 '눈빛으로 말해요'가 통했다.
말하자면 밥으로 대동단결?
"아...밥은 우리 집사람이 들어오거는 간단히 먹도록 합세"
'이 아저씨 진짜 독심술 있는거 아냐?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