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media.daum.net/m/media/issue/226/newsview/20130821163308617 ◆ '보이지 않는 위기'
미 시사주간지 더네이션은 19일 오염수 유출 발표를 두고 "후쿠시마 원전의 숨어있는 많은 문제 중 하나가 또 공개된 셈"이라며 "후쿠시마의 보이지 않는 위기"라고 지적했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사태 수습에 급급해 '부인과, 수습 지연, 시인, 공개 사과'라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
후쿠시마 원전을 사찰한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면서 "대책이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미 핵규제위원회 전 대표이자 도쿄전력 자문위원인 데일 클라인은 "최근 일본 정부가 취한 조치들을 보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적극적인 해명과 실상을 담은 보도가 부족하다"고 했다. 사고 당시 뉴스로 도배가 됐던 글로벌 석유회사 BP의 기름 누출 사고 때와 달리,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도쿄전력의 공식 사과 장면을 담은 사진만 간간히 뉴스에 오를 뿐이다.
오염수 바다 유출만 해도 도쿄전력은 일관되게 부인해오다 지난달 22일 처음으로 시인했다. 그러자 도쿄전력에 대책을 일임하고 수수방관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도쿄전력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책임지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뒤늦게 나섰다. 2011년 12월에 원전 냉각 작업이 성공적이었다는 도쿄전력의 발표는 마치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 초기에 했던 악명높은 거짓말과 같다고 더네이션은 전했다.
◆ "방사능은 '보이지 않는 죽음'"
전문가들은 "방사능에는 역설이 있다"며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무섭지만 역으로 무시하기도 쉽다"고 말한다. 유럽방사능위기대책 위원회(ECRR)의 크리스토퍼 버스비는 20일 러시아 영문지 러시아투데이(RT)에 낸 기고문에서 "방출된 오염수에는 무서운 양의 '보이지 않는 죽음(invisible death)'이 도사리고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체르노빌을 능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전 4호기의 핵연료 저장조에 담긴 방사성 물질의 총 규모가 1제타(10의 21제곱)베크렐이라고 했다. 무해한 가스와 요오드를 제외해도 10의 20제곱 수준이다. 이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의 50~100배 이상이라고 버스비는 말했다.
버스비는 2011년 5월 독일 방사능보호협회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연구 자료에서 "앞으로 10년 안에 후쿠시마 반경 200km 내에 있는 1000만 인구 중 대략 20만명이 암에 걸릴 것"이라며 "50년 뒤에는 40만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썼다. ECRR의 측정 기법에 따른 결과다.
이는 일본 정부 발표와는 거리가 있다. 일본 정부는 국제방사능보호위원회(ICRP)의 측정 기법과 기준을 사용, "매우 작은 양의 방사능에 노출됐기 때문에 암에 걸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지역 주민 대부분이 연간 피폭량 상한 기준치(20밀리시버트) 미만"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후쿠시마 대학병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후쿠시마 지역 0~18세 인구 17만8000명 중 12명이 갑상선 암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밖에도 15명에게는 갑상선 암이 의심된다는 진단이 나왔다. 2005년까지 후쿠시마 지역 0~18세 인구의 갑상선 암 발병률은 '0.0%'였다. 2년 만에 연간 발병률이 0.2% 오른 것. 후쿠시마 대학병원은 "원전 사고와 관련이 없다"고 했다. 버스비는 "이런 증가율이 우연이라고 칠 수도 있다"면서도 "후쿠시마는 갑상선 암의 발병 원인인 '방사성 요오드(radioiodine)'가 대량 검출되는 곳"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