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우리집은 똥꼬가 찢어지게 가난했었습니다.
뭐 그당시엔 판자집이 빽빽한 마을에서 사는게 일상적이긴 했지만요.
당시 용접일을 하시던 아버지는
가정을 일으켜 보고자 사우디 아라비아로 떠나셨습니다.
사우디 건설현장에 그당시 간 사람만 20만명은 된다고 하네요.
가끔 한국에서 일하시는 베트남이나 동남아 국가의 노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사우디에서 일하고 오신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합니다.
제작년 명절때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평소 과묵한 성격의 전형적인 경상도 아버지는
술은 한잔 하시고선 무겁게 입을 열었습니다.
"내가 말이지.. 사우디에서 일할때 말이야...."
평소에 하지 않으시던 파견근로 당시의 일을 말하시는 모습에
약간의 취기가 오르신 아버지의 말을 들으려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이어서 들은 얘기는 그야말로 충격의 도가니 였습니다.
사우디에서 수년간 용접일을 하시던 아버지는 용접할때 생기는 빛에
장시간 눈이 노출되어 더이상은 일을 하기 힘드시다고 판단해서
같이 가셨던 지인분과 한국에 들어오기로 결심하셨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을 열심히 일하시고 한국에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나니
뭔가 선물을 사가야 하지 않을까 고민을 하셨답니다.
지인과 무엇을 사갈까 몇날몇일을 고민을 하다 결국 정한게
아버지가 그당시 묵던 숙소인근에 유명한 꿀을 파는곳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꿀을 사가기로 결심하셨답니다.
아버지 지인분과 같이 이것저것 다 파는 동네 잡화점 같은곳에 들러서
꿀을 달라고 해야 하는데 갑자기 꿀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생각이 안나시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그냥 손짓 발짓으로 벌이 날아가는 모양을 날개짓으로 표현하고
벌이 쏘는 모습을 애애애앵 ~ 콕 애애애앵 콕 소리를 내면서
묘사를 하니
가만히 지켜보던 점원이 손뼉을 탁 치며 okok 하더랍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선물을 사들고 한국으로 무사귀환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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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가만히 옆에서 ㅋㅋㅋ 하며 웃고계시던 어머니가 한말씀을 하시더군요.
"미친.... 에프킬라를 한박스 사왔더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