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메타포가 작품 속에 삽입되어 있으면 여러모로 확장시킬 부분이 많아집니다. 이 작품은 특히 그런 쪽으로 망상하기 좋도록 만들어놓았더군요.
예를 들어 작중에서 기체 내부를 성행위 장면처럼 묘사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기체에 타는 것 자체가 성행위 메타를 가진다고 가정해봅시다.
제로투와 세 번 이상 탄 파트너는 없다. -> 제로투와 세 번 이상 탄 파트너는 모두 복상사했다.
히로는 제로투가 받아들여주었다는 점은 제로투의 성향이 히로와 상당 부분에서 일치했다는 이야기겠죠. 당연하겠지만. ‘키스’한 것은 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했지만, 사실 키스는 키스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가 있거든요.
그런데 2화에서 이치고와 탔던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이치고와 키스하고 탔지만, 무언가 느낌이 다릅니다. 이치고는 히로를 성적으로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되는군요.
그동안 만난 파트너가 전부 죽어버린 제로투와 사실상 실패작이었던 히로는 오직 서로에게만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양쪽 다 특이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메타가 아닐까요. 제로투는 분명 S일 테고(그것도 하는 중에 상대를 죽여버릴 정도의), 히로는 —부전이라든지. 그동안 전혀 흥분하지 못해서 무성애인줄 알았는데 제로투를 만나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든지.
이치고는 대놓고 묘사되듯이 히로를 짝사랑하고 있지만, 히로는 그녀에게 전혀 흥분하지 않고 동료로만 대합니다. 여기서 엇갈림이 생깁니다.
이치고의 파트너인 고로는 5화에서 처음으로 이치고를 동료가 아닌 여자로 보게 된 것으로 묘사됩니다. 고로->이치고->히로<->제로투가 성립하는 걸까요. 이 관계가 어떤 파국으로 치닫을지 두근두근합니다.
다만 키스를 모른다고 묘사된 것은 성행위 묘사와는 꽤나 위화감이 드는 묘사가 아닐 수 없는데, 성행위가 종족 보존을 위한 행위이지 사랑과는 거리가 먼 원시 인류의 모습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제로투가 히로에게 키스한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 된 것도 이런 구성에서 보면 적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파파들의 명령을 거부하면서까지 서로를 추구하는 이상성은 그야말로 사랑이네요.
‘파파’라고 불리는 어른들은 키스를 아는 존재라는 뜻일지. 뭐, 패러사이트의 기원부터가 미심쩍으니 세계관에 대한 부분은 넘어갑시다.
각설하고, 제로투가 ‘타고 싶냐’고 묻는 대사는 이런 사고에서 보면 후배위를 상징하는 걸지도 모르고. (탑승 자세부터가 그렇지만) 히로의 몸이 제로투처럼 푸르게 동화되는 것은 성적으로 상대와 동화된다는 암시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건 기존 인간이란 종 전체에 대한 반역에 가까운데, 일단 이쪽은 여자 쪽이 주도권을 가진다는 점과 성적 취향이 심하게 마이너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어느정도 상징성은 있습니다.
5화에서 새로운 패러사이트들이 등장하는데, 기존 주인공 파티와의 차이는 ‘이름’의 부재가 결정적이네요. 성적으로 이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서로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식한다는 건데, 위에서 말한 ‘종족 보존’이 아닌 ‘사랑’으로서의 성행위에 좀 더 가까워진다는 이야기 아닐까요. 주인공 파티는 이름 때문에 패러사이트들 사이에서는 별종 취급받는 모양이지만. 아무튼 이 구인류에 해당하는 새로운 패러사이트는 다음화에서 다 죽을 것 같습니다. 슬슬 전환점이 나올 때이긴 해도, 신인류에 해당하는 주인공 파티 애들을 죽일 수는 없으니까.
조연급인 애들은 아직 나온 게 없어서 모르겠네요. 캐릭터성은 확고하지만 확실히 성행위가 나온 건 이쿠노 정도밖에 없으니. 참고로 이쿠노는 제로투 여왕님의 취향에 맞지 않았던 모양. 그렇다고 미츠루랑 잘 어울리는 것 같지도 않고.
그냥 횡설수설이 되어서 어디서 끝맺어야 할 지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 작품에서 중요한 건 키스입니다. 메챠쿠챠가 아니에요. 메챠쿠챠가 1차원적 욕구의 상징이라면 키스는 진화된 욕구, 사랑의 상징입니다. 메챠쿠챠를 전제로 하는 시스템은 그 추악한 실체가 밝혀져 무너져내릴 것이고, 마지막화에는 1화와 수미상관을 이루듯 히로와 제로투가 진한 키스를 할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다만 1화가 만남의 키스였다면 마지막화는 이별의 키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