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게시판에 쓰는 게 맞는 지 모르겠지만 저는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수업 준비를 하려고 책을 펼쳤는데 그 속에 낯익은 이름이 보였어요.
신해철. 사실 저에겐 신해철보다 마왕이라는 호칭이 더 익숙하지만요.
학생들에게 마왕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할까 고민을 하다가
유튜브에서 대학가요제 때 노래 부르던 모습과 고인이 되시기 전 최근 모습이 담긴 영상을 찾아 보여주었어요.
길어봤자 한국에 온 지 1년이 안 되는 학생들이라 대부분 신해철 씨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로
20대에서 40대가 되며 많이 변한 겉모습만 보며 웃더라구요.
저도 같이 웃으며, “많이 다르죠?” “그런데 이 분은 죽었어요. 돌아가셨어요.” 라고 말하고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설명하니까 마왕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도 같이 안타까워해주는 모습이 조금은 고마웠습니다.
이미 책에 그에 대한 이야기가 충분히 실려 있어서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고
한국에서 의미가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사고로 돌아가셨을 때
사람들이 많이 슬퍼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정도로 마무리했습니다.
생전 모습을 학생들과 함께 보며 고인이 되셨다는 걸 설명하는데
저도 모르게 울컥 해서 조금 힘들었네요.
사춘기 때 마왕의 고스트스테이션을 들었던 기억도 나고..
살아 계셨다면 수업을 조금 더 즐겁게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었을텐데..
아마 오늘 수업 이후에도 마왕에 대해 계속 기억하는 학생은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신해철이라는 사람이 한국에 있었고 그에 대해 잠시나마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