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사고 끊이지 않아도 "군대 간접체험 교육효과" 수백곳 성황 등록된 병영캠프만 60여곳… 최근 고교생 사망사고에도 여름방학 훈련 버젓이 진행 "국토대장정 꼭 가 봐야" 대학생들 사이서 인기 2,3일만에 익히는 것은 명령과 복종관계 적응뿐 멈추지 않습니다. 제대로 걷습니다!" 통영에서 서울까지 총 540여㎞를 걷는 국토대장정 8일째. 낮 기온 35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날씨에 박고은(27ㆍ여ㆍ중앙대 4)씨의 발걸음은 쇳덩이를 단 듯했다. 발바닥은 이미 물집으로 뒤덮였고, 어깨에는 15㎏의 배낭이 얹혀 있었다. 21일 안에 서울에 도착하기 위해 하루 30㎞를 강행군하는 중이었다. 진행요원들은 전혀 휴식을 주지 않았다. 오후 2시가 넘자 일행 중 탈진한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남녀 할 것 없이 20여명이 고꾸라졌다. 박씨 앞에서 걷던 남학생도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사람이 쓰러지는 것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라는 박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더 놀라운 것은 자주 봐왔던 장면인 듯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진행요원들"이라고 그는 말했다. 응급차에 쓰러진 사람들을 태운 뒤 진행요원들은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쓰러진 일행의 배낭은 앞뒤 동료가 메야 했다. 배낭을 건네 받은 이들의 짐은 30㎏이 됐다. 그렇게 다시 두 시간이 지났을 때쯤 진행요원들이 일행을 멈춰 세웠다. 앞서 탈진으로 후송된 일행 중 한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과 함께였다. 박씨는 5년 전 여름의 국토대장정을 잊을 수 없다. 그녀는 "접수 도전 3년 만에 국토대장정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며 "극기 체험을 통해 인내심과 자신감을 키우고 무엇보다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첫 국토대장정은 마지막 국토대장정이 됐다. 고등학생 시절 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줄곧 동경해 온 '도전'의 이미지는 2008년의 경험으로 산산조각 났다. 박씨는 "성취감도 얻고 추억도 만들고 싶었지만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국토대장정은 "육체적 고통을 강제하고 연대책임만을 강요하는 군대 체험"일 뿐이었다. 국토대장정, 해병대 캠프, 병영체험 캠프 등의 극기체험은 한마디로 '작은 군대'다. 참가자들은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극한 상황에 던져져, 조교나 지도요원의 권위적 지시에 복종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는 않으면 연대 책임을 지게 돼 있다. 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쓰거나 외부 통화를 차단하는 일 등이 다반사다. 사정이 이런데도 극기 체험의 인기는 꾸준히 높아져왔다. 업계에 따르면, 병영캠프의 경우 2006년 약 20여 곳에 불과했지만 2013년 7월 자치단체와 해양경찰에 등록된 사설해병대캠프 등 총 6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등록 업체까지 합하면 전국에 수백 개의 병영캠프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월 18일 태안 앞바다에서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사설병영캠프 참가 중 사망한 사고 이후에도 유명 사설병영캠프 업체들은 큰 타격 없이 여름방학 훈련 스케줄을 소화해왔다. 국토대장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8월 H업체가 주관한 국토대장정에서 전과 21범이던 총대장 강모(56)씨에게 성추행과 폭행을 당한 초∙중∙고교생 참가자 56명 전원이 경찰에 구조되는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매년 발생했지만, 여전히 대학생들 사이에서 꼭 가봐야 할 체험활동 중 하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극기체험의 인기가 "군대식 통제 방식을 따르는 프로그램이 참가자들에게 군대를 간접 체험하는 교육효과를 준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군대를 간접 체험함으로써 체력적 한계를 견디고 이겨내는 극기심과 정신력, 다른 구성원을 도와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는 협동심과 조직력, 애국심과 안보의식까지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극기체험의 교육효과가 없지는 않지만 방식에 따라 정도가 달라지며, 자발적인 선택이 아닐 경우 교육효과는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광식 한국국방연구원 박사는 "군대식 훈련 방식은 강한 군인을 양성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일반인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강압적인 말투로 권위를 내세워 지시한다고 해서 정신력이 강해지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박사는 "단지 군대의 '방식'에만 몰입해 무조건 상명하복하면 인내심이 생기고 책임감이 생길 것이란 생각은, 변화를 추구하는 군대보다 더 뒤처진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상인 순천향대 청소년교육상담학과 교수는 "특히 청소년들은 성인보다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예민하기 때문에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어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를 강제하는 것보다 단계별로 하나씩 성취해 나가는 교육 프로그램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명령과 폭력에 순응하는 법만 배우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2년에 가까운 군 복무기간을 통해 배우는 점이 물론 있지만, 길어야 한 달밖에 안 되는 시간에 이를 습득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병영캠프 생활 2~3일 만에 익힐 수 있는 것은 명령과 복종 관계에 적응하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극기 체험을 통해 인내심과 정신력을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개인주의를 거세해 조직문화에 순응할 줄 아는 조직원을 만들기 위한 그럴듯한 포장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m.hankooki.com/m_hk_view.php?WM=hk&FILE_NO=aDIwMTMwODE0MDMzMDQzMjE5NTAuaHRt&ref=t.co 보통 문제가 아니군요 성추행 사건에 심지어 사망 사고까지 극기 체험이 아니라 지옥 체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