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 5년 일했던 회사에 사직서를 던진
이야기로 베오베 갔던 뉴질랜드 아재입니다.
지난글은 아래 링크에 있습니다.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49211 후기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은 없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단 한번 써봅니다.
사직서를 제출한 다음날부터
퇴사하기 전까지 남은 4주동안 끝마쳐야 할 일들과
인수인계 사항들을 매니저에게 넘겨주고 나니
비로소 5년간 몸담았던 이곳을 곧 떠난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나더군요.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순진하게
그동안 지낸 세월을 생각해서라도 마지막 까지
내가 할수 있는 한도내에서는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왠걸요...
이것들이 저를 투명인간 취급하기 시작하네요...
나이 35에 초딩들이나 하는 수준의
왕따를 당해봤어요 ㅋㅋㅋ...
하루종일 말걸어주는 사람도 없고 자기들 끼리
회의하고.... 그렇게 저는 한순간에 철저한
주변인이 되어버렸습니다.
뭐 그래서 저도 그 상황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있는듯 없는듯 남은 기간동안 말년병장처럼
끝마쳐야 할 일들만큼만 딱 맞춰서 해놓고
나머지는 탱자 탱자 시간 때우며 편하게 지냈죠.
그러던 어느날 저에게
Exit interview questionnaire
즉 퇴사자들을 대상으로
퇴사 이유, 그동안의 불만사항,앞으로 개선되었으면
하는점들, 매니저와 사장에 대한 평가,
기타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적어내는 질문지를 작성하라고 하더군요.
그동안 대부분의 퇴사자들은 이번 기회를
빌어서 평소에 차마 꺼내놓지 못했던
가슴속 깊숙한 곳에 있었던 불만사항들을
원색적이고 직설적인 어조로 거침없이들
써내려 갑니다. 어차피 마지막이니까요.
저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원색적이고 직설적으로
주욱 써내려 가면서 사이다를 원샷 했을거라고
예상들을 하셨겠지만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말만 써줬어요.
이곳은 정말 일하기 즐거운 곳이었고
다들 자신들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불만사항이나 건의사항은 없다라구요.
왜냐구요?????
솔찍하게 하고싶었던 말들을 원색적으로 늘어놓으면
순간적으로 감정의 배설은 될수 있을지 몰라도
회사 입장에서는 피가가되고 살이 되는 정보들을
갖다 바치는 행동이거든요.
그것이 이 질문지의 목적이기도 하구요.
사람이 가장 솔찍해질수 있는 헤어지는
마지막 순간에 회사의 입장에서는
정말 가치있는 정보들을 빼내는거죠.
저는 대부분의 회계사들이 2년이상 버티지 못했던
이곳에서 5년 넘게 버티면서 축적되었던
수많은 정보들과 개선사항들이
머리속에 있었지만 그들은 작별의 순간까지도
진실되지 못했던 태도로 저를 대했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그 어떤 형태의
이득도 안겨줄 생각이 안들었기에
저는 별다른 고민없이 질문지에
“너희들은 아무문제 없어. 너희들은 잘하고 있어” 라고
써주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새로 뽑은 친구는
몇달이나 버티려나 모르겠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