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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J양의 하루
게시물ID : readers_42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광소년
추천 : 0
조회수 : 33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11/26 23:17:45

 때는 2020년 10월. J양은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학교로 향한다. 여느 여자 고등학생과 다르게 J양은 옷차림도 깔끔하고 화장까지 해서 나이에 비해 조숙해 보였다. 학교 수업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여느 고등학생들처럼 선생님의 강의에 집중을 하며 수업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J양은 놀랍게도 화장을 고치고 머리를 정돈하는 등 수업에는 통 집중하지 않았다. 외모 관리가 끝났는지 J양은 책가방 속에서 책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맙소사! J양의 책가방에서 나오는 것은 교과서도 참고서도 아닌, 패션잡지였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J양은 그 잡지를 몰래 읽는 것도 아니고, 대놓고 읽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놀라운 사실은 선생님을 비롯한 교실의 모든 학생들의 J양의 행동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당연한 일상인 양 여기는 것 같았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학생들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식당으로 전력질주를 했다. 혈기 왕성한 학생들이기에 식당은 시장바닥처럼 왁자지껄 하면서 활기가 넘쳤다. 그런데 J양은 여기에서도 돌출행동이다. J양은 밀폐용기에 포장된 샐러드를 꺼내서 먹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극소량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다른 학생들은 식판에 밥을 왕창 퍼서 와구와구 밥을 먹는데 비하면 허무할 정도의 식사량이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J양의 행동을 가지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체육시간이 되었다. 남학생들은 축구나 농구를 했고, 여자아이들은 피구를 하거나 운동장을 걸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J양은? 역시나 J양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J양의 손에는 요가용 매트가 들려 있었다. J양은 운동장 구석으로 가서 그 매트를 펼치더니 요가를 하는게 아닌가? 그래도 체육시간에 운동을 한다는 점에서 이 행동은 위의 돌출행동보다는 양호하다고 해야 하나?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나고, 해가 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에게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마련해준 독서실에서 공부를 시작하고 그렇지 않는 학생들은 각자 교실에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바로 야간자율학습이다. 그렇다면 J양은 야간자율 학습시간에 무엇을 할까? J양은 야간자율학습이 시작되기 전에 교무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에게 말한다.

“선생님.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학원 잘 갔다 오렴.”

짤막한 대화지만 여태까지 J양의 돌출행동을 모두 해결해주는 대화였다. 이 대화와 여태까지의 돌출행동을 종합해보면 여러분은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J양은 체대 입시생일 것이다!

바로 이렇게 말이다.

 모든 교실에 불이 환하게 밝혀진 학교를 뒤로 한채 J양은 지하철에 탑승했다. 그녀가 향하는 곳은 청량리. 가만있어보자. 청량리역 근처에 학원가가 있었던가? 그러한 의구심이 들려는 찰나, J양은 커다란 건물에 들어갔다. 수입이 좋은지 건물 전체를 다 쓰고 있는 학원이었다. 그런데 학원의 이름은 체대입시 학원이 아니었다. J양이 들어간 학원의 이름은.

‘국가공인 유흥서비스 취득 학원’ 이었다.

 그렇다. 계속되는 성범죄로 인한 문제가 극심해 지자, 정부는 음성적으로 행해지던 성매매를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이는 마치 네덜란드가 마약시장을 파괴하기 위해서, 국가가 나서서 마약을 파는 것과 같은 이치이리라. 즉 성문화가 전면적으로 개방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자격요건은 엄청나게 까다로워졌다. 일단 윤락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에서 시행하는 ‘국가공인 유흥서비스 자격증’을 취득해야 했다. 이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 비로소 윤락업에 합법적으로 종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 그 인원은 정부에서 관리해주고, 준 공무원 이상의 대우를 받게 된다.

자격증 취득 요건은 다음과 같았다. 일단 질병이 없는 건강한 신체를 분별하기 위해서 1차적으로 신체검사를 받으며, 이를 합격한 사람은 기본적인 인성과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하는 필기시험을 치르게 된다. 이를 합격한 사람은 더욱 심화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예를 들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할 때) 어학능력이나, 갑자기 생길 수도 있는 긴급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응급처지술등을 평가받게 된다. 이를 모두 합격한 사람은 최종적으로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파견한 평가원들로부터 면접을 받게 되고 면접까지 통과하게 된다면 국가공인 자격증이 발급되게 된다.

정부가 처음 이 정책을 내세웠을 때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다. 각종 보수단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종교단체들은 격렬하게 반대를 했다. 심지어는 이제는 성까지 관광상품으로 내건다면서 비아냥거리는 측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찬성하는 쪽도 있었다. 일단 윤락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적극 환영이었다. 음성적으로 행해지던 윤락업을 국가에서 관리하게 되면 윤락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인권도 향상될 것이고 자신들 또한 합법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비단 윤락업에 종사하는 여성 뿐만이 아니었다. 극심한 취업난에 허덕이는 일부 여성들도 이 정책에 조금씩 동요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양론이 티격태격 하는 사이에, 약삭빠른 사람들은 벌써 유흥서비스 취득 자격시험학원을 차리고,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돈벌이에 나서기 시작했다. 설명회는 의외로 많은 인원이 붐비었다. 이 현장은 9시 뉴스에도 보도되기까지 하였다.

 그렇게 정책에 대한 찬반여론이 들끓게 되자, 정부는 국민투표라는 최후의 보루를 꺼내게 되었다. 처음에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이 정책은 폐기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예상 밖의 상황이 펼쳐졌다. 정책에 찬성하는 사람이 반대하는 사람보다 많은 것이었다. 분명히 방송사에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윤락업 합법화에 반대하는 사람이 월등하게 많았지만 막상 투표를 할 때에는 찬성표를 던진 것이었다.

 사람들은 겉으로는 도덕적인 척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욕망과 이해득실을 따지는 존재라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남자들은 더 이상 불법행위를 안 해도 된다는 이점이 있었고, 여성들은 취업난을 타개하는 또 하나의 직업이 생기게 됬다는 점, 그리고 특별한 기술 없이 단지 외모가 출중하면 된다는 이유 때문에 찬성하였으며, 장사치들은 이를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결국 모두 고고한 척 했지만 모두 검은 속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윤락업 합법화 법안은 근소한 표차이로 통과되고 말았다. 이제 국가에서 시행하는 자격시험에만 합격하게 된다면, 합법적으로 윤락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J양이 현재 보려는 시험이 바로 이 정책이 통과된 후 처음으로 열리는 자격시험이었다. 이 시험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어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경쟁률을 기록하였다. 얼굴이 예쁘면 크게 노력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점이 ,꿈은 없지만 돈은 필요한 여성들을 마구 긁어모은 것이다. 물론 이 시험에 통과 하는게 이 여성들의 새로운 꿈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이 시험이 생기기 전까지 J양은 예쁜 여학생들이 으레 하듯이 연예인을 꿈꿨었다. 하지만 끝이 없는 연습생 시절을 보내야 한다는 점, 게다가 연습생을 오래한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피눈물 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J양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이도 저도 아니게 방황하는 J양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이다. J양은 정책이 통과하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부모님을 설득했다. 부모님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아버지는 한번도 때린적이 없었던 딸의 뺨을 후려치면서 불같이 화를 내셨고, 어머니는 딸의 말이 믿겨지지가 않는 듯이 절규를 하면서 말렸다. 하지만 J양은 완강했다.

‘아빠 내가 윤락업에 종사한다고 범죄자가 되는게 아니야. 국가에서 인정해준다고!’

‘국가에서 인정하고 안하고가 중요한게 아니잖아! 너의 소중한 몸을!! 그렇게 마음대로 놀리다니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냐!!’

‘아빠 시대가 어느시댄데 그런 소리를 하고 있어! TV에 나오는 연예인들 봤지? 걔네들이 과연 자기의 실력만으로 그 자리에 섰을까? 절대 아니야! 기획사 사장이나 스폰서한테 성 상납하고 스타가 되는 거라고. 오히려 걔네들이 더 몸을 함부로 놀리는 거지!’

‘왜 하도 많은 직업중에 하필 윤락업이니.. 그딴것보다 훨씬 돈도 많이 벌고 좋은 직업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많은 직업중에 이게 가장 내 마음에 드는걸 어떡하겠어. 아빠 비단 나뿐만이 아니야. 내 친구들도 벌써 그 학원 다니는 애들이 많단 말이야. 이제는 윤락업에 종사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시대는 지났어. 이제 윤락업도 하나의 전문직종이라고!’

‘전문직종 좋아하네! 너는 이렇게 까지 애비 애미의 맘을 찢어놓아야 속이 후련하니!’

‘아빠 엄마 슬프게 할 생각 없어. 난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도 하고 돈도 버는게 좋을 뿐이야. 내가 돈 많이 벌면 엄마 아빠 호강시켜줄게.’

‘하이고. 니 몸 팔아서 번돈 이 애비 애미가 아주 웃으면서 편하게 쓰겠네.’

‘아빠....’


 

 그러는 와중에도 정부에서는 이 새로운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TV를 켜면 프로 사이사이마다 새로운 정책을 알리는 공익광고가 떴고, 미녀 여배우를 홍보대사로 발촉하여 이 정책의 안정성과 이점들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대기업에서는 벌써 유흥업소를 대형화하여, 우수한 1회 합격생을 받기 위해서 벌써부터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었고, 이로 인해 영세적(?)으로 윤락업을 하던 점포들은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해외에서는 대한민국의 이 초급진적인 정책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 정책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를 주목하였다. 이러한 여러 나라들의 관심은 많은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많은 외국인들이 이 새로운 윤락정책을 경험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를 찾는 현상까지 발생하였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재빠르게 이러한 현상을 윤락업 합법화 정책의 경제적인 효과라고 선전하기 시작했다.

세태가 이렇게 흘러가자 J양의 부모님도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지인들의 자식들도 하나 둘 씩 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얘기가 귀에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대한민국 부모들의 심리상태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바로 ‘우리 아이만 뒤쳐지는게 아닐까?’ 심리 말이다. 바깥의 소식과 J양의 끊임없는 설득이 계속되자 결국 J양의 부모님은 J양의 요구를 들어주게 된다.

‘정말 안전한거 맞지?’

‘그럼요. 대기업에서도 이제 유흥업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니깐요? 제가 만약에 합격하면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요!’

‘병같은거에 걸리지 않을까?’

‘그럴리가요. 국가에서 무상으로 건강검진비까지 지원해줘요. 거의 준공무원 수준이라니깐요.’

‘그래? 너의 마음이 정 그렇다면 부모된 입장에서 반대할 수만은 없겠구나. 알겠다. 학원비를 지원해주마. 단 애비 애미 힘들게 한 댓가로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아니지 합격해야 하는 걸로는 안된다.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야한다.’

부모의 허락이 떨어지자 J양의 얼굴에서는 그제서야 웃음꽃이 피었다.

‘알겠어요!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서 엄마 아빠한테 효도할께요!’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낸 J양은 학교 담임선생님에게 찾아갔다. 야간 자율학습을 빼고 그 시간에 학원에 다니기 위해서였다.

‘선생님. 저 학원 때문에 야자를 못할거 같아요.’

‘무슨 학원? 설마 너도냐?’

‘예. 저도 국가공인 유흥서비스 자격증 따려고요.’

‘부모님의 허락은 받았니?’

‘예.’

‘그래. 경쟁률이 엄청나다는데 자신 있니?’

‘그럼요!’

그래 부모님이 허락하셨다는데 내가 막을 자격이 있겠니. 알겠다. 야자 빠져도 된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열심히 해서 꼭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유흥업소 들어가길 바란다.’

‘예 꼭 그렇게 할께요.’

선생님의 허락까지 받은 J양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교무실을 빠져나가려다가 다시 선생님을 부른다.

‘선생님!’

‘응? 왜?’

‘제가 나중에 성공해서 대기업 유흥업소 들어가면 선생님 한번 초대할께요 히히..’

‘뭐? 하하하하!’

교무실은 J양과 선생님의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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