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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와 전의경에 대해서 - 전경 출신 관점으로
게시물ID : military_120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프로존
추천 : 17
조회수 : 145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2/12/23 22:09:49

저는 그냥 전의경에 대한 사람들의 많은 오해가 있는 거 같고, 시위대 경험자들이나 시위활동을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이해를 돕고자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근데 게시판을 어디다 써야할지 모르고;; 뭐 전경도 군대생활이니

밀게에 쓸게요;


* 참고로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것이 전의경을 대표하는 입장이 아님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저는 07-08년 동안 전경에 있었습니다. 특기사항은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을 경찰 내부에서

1년씩 겪었다는 점 입니다.


민간인과 아닌 세력이 충돌하는 장소가 바로 시위장소입니다. 시위대를 군대가 막을 수는 없고(그건 계엄령)

치안유지를 위해 경찰력을 이용하는 것인데, 문제는 그것을 징병된 '군인 신분'의 경찰들이 막게 되니 말이 참 많아졌습니다.


1. 먼저 전의경에 대해 간단히 소개할게요.

보통 전의경은 전경 / 의경으로 나누어지며 전경은 육군에서 강제 차출(강제라는 표현은 강제 맞으니까 -_-!)로 구성되고

의경은 자원으로 받습니다.(공군 지원하듯, 참고로 작성자는 차출된 전경입니다)

뭐 하는 일은 똑같은데 이것이 중요하겠냐마는,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차출된 이상, 아무리 건전한 애국자라도 본인이 원하지 않았다는 변명거리를 마음속에 품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각오가 안되있다고 해야 맞는 말일 겁니다. 시위대랑 맞부딪히는 상황을 상상이나 했겠냐고 이런식으로

대충 군생활로 끝내자 가 대부분의 전경 생각입니다.

의경은 시위를 막아야 한다는 상황을 알면서 지원한 상태입니다. 전경에 비해 어느정도 예상했으므로 각오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찰 경비 지휘부는 이 점을 대단히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뭐가 달라지냐면, 보통 시위대를 제일 앞에서 막아서는 부대는 '의경' 인 겁니다. 보통 차출된 전경은 경력(경찰력)이

부족하지 않은 이상 후방에서 경비합니다. !! 여기서 조금 놀라실 거라고 예상하고 싶습니다.(혼자 쓰면서 즐거워해)

네 맞습니다. 흔히 기동대라고 불리는 이 부대들은 의경 7 전경 3정도의 비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지금은 다르겠지만...뭐

틀리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제가 지휘부에 있던건 아니라 그냥 감입니다)

결국 이말은 전경출신인 저도 거의 후방을 지켰다... 라고 할 수 있겠네요;;



2. 경찰이라는 사회


 저는 그냥 전경으로서 경찰 내부인들을 겪었지만, 그 때문에 제 3자 입장으로서 평가할 수 있겠지요.

경찰이라는 사회로 말하는 이유는, 경찰이 대단히 폐쇄적인 집단이라 느꼈기 때문입니다.

군대와는 또 다른 식으로 사회에서 고립된 곳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개 많은 경찰 분들은 경찰이 되면서

일도 고되고, 라이프 사이클도 다른 일반적인 직장인과 많이 달라집니다. 게다가 근무하는 환경이 환경인 만큼

많은 범죄와 질나쁜 사람들을 겪다보면 자연히 경찰분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인맥과 일을 분리시키고자 합니다.

다루는 일 자체가 좀... 거시기 하니까요. 때문에 대부분 가까운 인맥은 같은 경찰끼리 이어지게 되며 

동호회 활동을 하는 정도로 소통을 합니다.

 폐쇄적이면 어떻게 되냐라면, 많은 외부 사회의 질타와 공격에 대해 상당히 방어적이 되며, 심하면 단체적으로 피해의식까지

발생합니다. 이 정도가 심하면 경찰이 아닌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고, 같은 경찰의 말만 믿고자 합니다.

(워낙 범죄자들을 가깝게 체험해봤기 때문일 겁니다) 멀쩡한 평화 시위대에게도 경계심을 가지는 현상을 예로 들고 싶습니다.

만약 이글을 읽으시는 분중에 경찰이 계시다면 미리 사과드리겠습니다. 직업경찰과 같이 생활하며 개인적으로 느낀 점입니다.


3. 07-08년도 경찰


07년도에 갓 배치를 받아 전경 생활을 하면서 제가 큰 오해를 하고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경찰도 같은 사람이며,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경찰들은 오히려 범죄자보다 시민들을 더 두려워 한다는 것입니다.

막내때부터 항상 배운 것은 시민에게 어떻게 해야 다가갈 수 있는지, 두려움을 주지 않고 더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등

시민과 함께하는 경찰이 되기위한 지침 같은 것입니다. 대부분의 교육이 '오해받지 않기' 에 대한 것입니다.

별거 아닌거 같지만, 실제 경찰복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면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때의 경찰 분위기는 '민주주의 경찰/시민의 친구/민중의 지팡이/친절한 경찰' 등등 이었던 것 같습니다.

훈련이나 교육 대부분이 최대한 시민을 보호하자는 것이었고, 전경인만큼 항상 철칙이 있었습니다.

'시위는 막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라고 마치 군대 정신교육처럼 계속 반복했지요.


08년도가 들어서면서 1월 1일부터 갑자기 바뀝니다.(이때 상경~ 잇힝)

경찰 표어부터 바꼈습니다. '강한 경찰' 이었던가... 확실하진 않은데 이런 분위기였습니다.

훈련, 교육내용도 달라졌습니다. 보통 훈련이라면 시위상황을 대비한 훈련인데(막 방패들고 밀집대형, ㄱ자 대형 등등)

08년으로 바뀌면서 체포술 훈련이 주된 내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시위 출동상황도 더 많아졌지요.

시위가 많아진게 아니라, 투입 경력을 최대한으로 유지한다는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시위대가 1이 오면 2를 보내고, 100이오면 1000을 보낸다! 라는 식이었어요. 그리고 불법시위자는 무조건 체포!

라고 위에서 분위기를 조성하니, 훈련도 당연히 체포술 위주로 할 수 밖에요.

시위는 더이상 보호해야할 대상인 게 아니라, 불법이면 무조건 체포고 아니면 절대 불법이 되지 않게 꽁꽁 싸매 막아라

라는 컨셉이었습니다. 정말 '강한 경찰'이 되고 싶었나 봐요.


07년도와 08년도가 왜 다른지는 위에 썼던 거 같으니 뭐 나름 판단하세요~


4. 과잉 진압? 폭력 시위?


 자, 전의경 구조와 경찰 사회에 대해 대강 토로하였으니, 무슨 오해를 풀고 싶은가 입니다.

바로 과잉 진압이라는 것인데, 제가 전경하던 시절에 진중권교수의 토론도 다 보았었고, 유시민 교수의 토론도 다 보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전경 신분으로서 그 두분께 큰 상처를 입었... 두분의 말이 틀린말은 아니니까 뭐 할말은 없네요. 흠흠.


 먼저 과거 한국의 시위 모습이 어땠는지 모두 기억 하실겁니다. 대학생들 시위는 기본 폭력이었고, 경찰들 대응도 기본 최루탄이었죠.

아주 스펙타클한 시위 역사였어요. 전의경으로 들어가시는 분들, 모두 경찰학교에서 옛날 시위 자료들은 다 보셨을 겁니다.

영상에는 한개 중대가 시위대에 먹혀 사라지는 거, LPG가스통에 라이터 들이대는 HID 북파 공작원분들의 패기, 죽창으로

찔린 수많은 전의경들의 병원 인터뷰 등등.

 먼저 분위기를 띄워요. 전의경들, 경찰들이 시위대한테 어떻게 호된 꼴을 당했는지. 그런데 그것이 과장이나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탓하지는 않습니다. 실명한 전우들, 불구된 전우들의 영상을 보며 누가 화가 안나겠습니까.


이것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기득권과 시위대를 뒤에서 선동하는 누군가(?)입니다.

시위대에게는 과잉 진압되는 영상들을 보여주고, 시위대 앞에 서서 시위대인 척 하며 전의경에게 먼저 공격을 가하는

전문 시위 알바생 같은 집단이 있습니다. 옛날 평택 공군기지 반대시위 같은 것이 그 예입니다.

전의경에서는 어떡하냐구요? 병원에서 불구된 불쌍한 전우들의 영상을 보여줍니다. 죽창, 화염병, 몽둥이, 돌 등등.

마치 싸움붙이기 같아요.

 폐쇄적인 경찰 내부에서 젊은이들의 의협심에 불을 지르고, 그 불을 땡기기 위해 시위대의 모습을 가장하고 전의경을 공격하는

알바 시위대들. 그 결과 폭력시위라는 오명과 과잉진압이라는 멍에를 양자에 얹어줍니다.

한마디로 전의경과 시위대 모두 눈 가림막에 싸여 상대의 본질을 모두 잊게 됩니다.


 몇가지 신기하면서도 우리 인식을 바꿀 사례를 써볼게요.


 저희 부대가 서울 시위 상황에 투입되어 방패 벽을 쌓고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멀리서 시위대는 소란스럽게

우리와 대치중이었지요. 그런데 시위대 중 하나가 우리에게 접근했습니다. 우리 모두 경계합니다.

(대치중일때, 전경은 어떤 상황에서도 시위대에게 먼저 공격을 해서는 안되며, 상호작용도 있으면 안되기에

눈도 마주치지 않고 먼~산을 봐야 합니다.) 그런데 그 접근한 시위대 사람이 눈에 익습니다.

반년 전 쯤 전역한 고참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씨익 웃으며 담배 한보루(부대에서 살 수 없는 양담배로다가)를

친한 후임에게 넘겨주었습니다. 고생한다면서 말이죠. 그리고 그 고참은 다시 시위대에 합류했습니다.


 이거는 전해들은 다른 부대의 상황입니다.

 시위 상황에서 대치하던 도중, 학교 선후배가 시위대와 전경으로 마주치게 됩니다. 그 상황은 상당히 격렬한 상황이었고

서로 듣지못할 욕설을 퍼붓는 와중에 서로를 알아보고 머쓱해 합니다. 나중에 선배가 과자를 사줬다고 한 거 같기도 하고...


 이런일이 실제로 벌어졌답니다.

이런 사례를 드는 이유는, 전경은 다 같은 한가족이면서, 당신의 의견에 대해 동조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왜 과잉진압같은 큰 충돌이 일어나는 걸까요.


문제는 바로 이 전경이 공권력을 상징하는 대표신분 이라는 것입니다.

군대입니다. 명령을 따라야 합니다. 위에서 명령하면, 그대로 실천해야 합니다.

명령을 수행하다보면 보통 그 명령이 시위대의 의지에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공격을 받습니다. 저는 이점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예전에 고 노무현 대통령의 기일에 시청 광장에서 행사가 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걸 전경이 제사상을 뒤엎었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그 상황에 놓인 전경이었으면 어떻게 했어야 할까요.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모두 아실 겁니다. 시키면 잔말 없이 한다는게 원칙이잖아요. 그것이 아무리 부당해도 말이죠.

막 드라마에서 말도안되는 명령에 반항하는 멋진 군인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는 한국이고, 징병제입니다.

반항하면 잘리고 좌천되는 수준이 아닙니다. 2년 동안 개고생하는 것도 억울한데, 괜히 게겨서 군생활 늘어나고

낙인 찍히면서 명령을 어길 분 계십니까. 저는 그런 용자가 못됩니다. 만약 저라면 저상황에서 제사상을 뒤엎을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라니까, 내 의지는 아니지만, 행사 당사자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속으로 눈물이 흐르겠지만, 했을 겁니다.

네 비겁하죠. 저는 아직 순교자가 될 수 있는 각오가 없나봐요.

긴급한 시위상황 속에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자신을, 자신의 부대를 무너뜨릴 선택을 할 수 있을 위인이 된다면

그리하겠습니다.


 대신 시위자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전의경이 시위 상황에서 행하는 일들, 모두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물대포 쏘는거, 방패로 미는거, 시위대를 공격하는거, 체포하는 거 모두 명령에 의한 겁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전의경의 행동 원칙은 바로 '가만히 있는다' 입니다. 모두 수동적으로 대기하고 있다가 명령에 의해 움직입니다.

만약 어디선가 '전경이 먼저 시위대를 때렸다'라는 소리가 들렸다면 단언컨데

1. 먼저 공격을 당했거나 2. 명령에 의한 것

이라고 하겠습니다. 전의경은 정신병자 집단이 아닙니다.(아 ... 물론 예외인 몇몇은 있을 수 있어요; 미친놈은 생각보다 세상에

많습니다) 시위대를 자의대로 먼저 공격하는 일이 발생할 수 없습니다. 지나가는 멀쩌한사람 두들겨 패는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심지어 그것이 부대가 단체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그런 돌발행동 했다가는 그놈 먼저 매장당합니다.(전경 군기 아시죠^^;;)


뭐 글을 길게 쓰다보니 어째 전경을 옹호하는 글처럼 되어버렸네요. 이거 마무리도 잘 못하겠지만


요약하자면


1. 경찰은 시위를 막을게 아니라 보호/관리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2. 전의경의 행동은 90% 이상 명령에 의한 것이고, 그들의 의지가 아니다.(그들을 때리지 말아주세요)

3. 시위대는 경찰에게 보호 받을 권리가 있고 요구할 수 있다. 그들을 경계하지 말자.

4. 경찰, 여자시위대 좋아한다. 여자들은 전의경 후배들을 위해, 시위 두번하자. 세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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