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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화날 때 하는 말
게시물ID : humorstory_4234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pro
추천 : 12
조회수 : 1162회
댓글수 : 31개
등록시간 : 2014/08/26 04:57:54
5년 전 청각장애가 있는 아내를 직장에서 만나 딸을 하나 얻게 되었습니다. 
결혼은 아직 못했습니다(다음주에 합니다~^^). 
그 딸이 벌써 31개월이 되었습니다. 
아내가 말이 많이 서툴러서(이웃들은 중국교포냐고 묻기도 합니다) 애를 낳은 후 걱정이 좀 되기도 했는데요. 
여자애라서인지는 몰라도 언어습득능력이 좋은 편입니다.  

아이들이 으레 그렇 듯, 딸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여과없이 흡수하는 스펀지와도 같기에, 나쁜말이나 욕설 등을 아이가 듣지 못하도록 많이 신경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그만한 것도 사람인지라 감정이 상하는 일이 생기는데요.  

얼마전 퇴근 길에 딸에게 주려고 초코렛 과자 하나를 사들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언제부턴가 내가 집에 들어가면 내 얼굴을 보기 보다는 손을 먼저 살펴보는 우리 딸이, 제 손에 들린 초코렛을 보고 예의 그 반짝이는 눈으로 까치발을 하며 다가오면서 말 합니다. 

" 아빠, 다녀 오세요~ㅇ(다녀 오셨냐는 인사입니다)."
"오이~. 우리 주원이 재밌게 놀고 있쪘쪄여?" 
"녜~. 긍데 아빠 이게 머야~?" 
"우리 주원이 주려고 아빠가 초코예(우리딸 발음) 사왔져여~!"  

많이 좋아하며 받아 갑니다. 
마치 절대반지를 다시 얻은 골룸이라도 된 마냥 빙글빙글 춤도 추고 동요도 부르면서 기뻐합니다. 
하지만 바로 먹으면 엄마에게 혼이 납니다. 일일적정당분섭취량을 먼저 심사 받아야 하기 때문인데요. 
그날은 이미 적정섭취량을 상회하는 사탕을 먹은 터라 초코예는 먹을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먹겠다는 딸과 안된다는 엄마의 실랑이가 몇차례 오가다 딸이 제 품으로 달려오더니 엄마를 노려봅니다. 
5초 정도를 노려보더니 갑자기 이런 말을 합니다. 
"매우거 머거~!!!!!!!!!!!!!!!!!!!" 

갑자기 이게 뭔말인가요??????  
화가 나서 한말인것은 확실한데 무슨 뜻인지는 모를 소리입니다. 
아내 역시 무슨 말을 한 것인지 모르는 표정입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주원아, 뭐라고??" 
 딸아이가 다시 말합니다. 

"고추 먹어~!!!!!!!!!!!!"  

....

이제야 이해가 되며 웃음이 픽 새어납니다.  딸이 엄마에게 욕을 한것입니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엄마가 고추를 먹고 고통스럽게 매워하는 모습을 떠올리고 한 말입니다. 
우선 꼭 안아준 다음에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하면 안된다고 말하며 초코예를 먹게 해주는 걸로 마무리했는데요.
일하다 화나는 일이 있으면 숫자나 동물명을 습관처럼 내뱉는 저에게 가르침을 주네요. 
앞으론 욕설을 하기보단 '고추 먹어' 나 '레몬 먹어', '오줌 참어'로 바꾸면 제 정신이 더 맑아질것 같습니다.  

초보아빠라 아이를 키우면서 배우는게 많아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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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서 퍼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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