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과세에서 '성역'이 없어진다. 정부는 8일 공개한 세법개정안에서 목사·스님 등 종교인의 소득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헌법 20조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헌법 11조는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역대 어느 정부도 종교인에 세금을 내라고 하지 못했다. 1968년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무산된 게 마지막이었다. 이번에 기재부는 2015년 이후 발생하는 종교인의 소득분에 과세하기로 해 40여 년 간의 논란에 매듭을 지었다. ◇종교인에 기타소득세 부과한다 최대 쟁점이던 소득 분류 방법은 근로소득세가 아닌 '기타소득세'로 가닥이 잡혔다. 기타소득은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이자·배당소득 이외에 강연료·인세·자문료·사례금 등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에 붙는 세금이다. 기타소득의 80%를 필요 경비로 인정해 과세 대상에서 빼고 나머지 소득에 대해 22%(주민세 포함)의 세율을 적용, 원천징수한다. 이렇게 되면 소득의 4.4%만 세금으로 내게 된다. 종합소득세 신고시 일부 환급도 받을 수 있다. 기재부는 올 초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분류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지만, 기타소득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종교인들의 가장 큰 불만은 종교인을 근로소득자로 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며 "성직자가 사역하고 받는 돈을 사례금으로 보고 과세하는 내용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종교인 과세를 하고자 한 것은 그동안 과세 사각지대에 있던 부분을 일단 과세권으로 끌어들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과세대상 종교인은 누구인가 과세 대상 종교인의 정의와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재부는 세법개정을 통해 종교인을 '제사 및 종교의식을 집전하는 이'로 규정할 방침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종교시설은 9만여 개, 성직자 수가 36만5천명, 공식적인 헌금이 연간 6조 원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종교문화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한국의 종교현황'을 보면 2008년 기준으로 국내 종교계 교직자 수는 17만307명이다. 개신교가 9만4천458명(300여개 교단 중 124개 교단만 집계)으로 가장 많고 불교(4만9천408명), 천주교(1만4천607명·2007년 기준), 원불교(1천886명), 기타종교(8천126명) 등이다. 문광부 관계자는 "종교 단체는 법률상 등록·신고 절차가 전혀 없어 공식 통계도 없다"며 "과세당국이 종교인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춘호 기재부 소득세제과장은 "정교분리 원칙 때문에 종교단체가 국가에 등록할 의무가 없어 공식적인 종교 통계가 없다"며 "앞으로 종교계가 스스로 납세하면 데이터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의 세수효과는 100억원에서 크게는 1천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만, 향후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부동산 임대와 공연장·요식업 등 각종 수익사업에 세금을 추징할 경우 세수효과는 더 커질 전망이다. ◇종교관련 법인으로 과세 확대되나 일각에선 '종교법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종교기관은 세법상 상속세·증여세 비과세 혜택과 기부금 공제 혜택을 받는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교회·사찰 등은 현재 종교 관련 비영리(공익)법인으로 문광부에 등록되면 법인세 감면, 종교단체 기증물품의 부가세 면제 등 19가지의 조세 혜택을 받는다. 사학·복지기관·의료기관 등 비영리법인들은 관련 특별법을 통해 기본적인 법적 규제를 받지만, 유독 종교 관련 비영리법인만이 관련법이 없어 어떤 규제도 받지 않는다. 종교단체의 재정운영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와 관련, 작년 6월 서울 강남구는 소망교회 등 교회 10곳과 밀알복지재단이 수익사업을 하고 부당하게 내지 않은 세금에 대해 총 5억74만원의 재산세와 취득세를 추징한 바 있다. 현행법상 종교시설이나 사회복지법인의 부동산에는 재산세와 취득세가 부과되지 않지만, 관련 부동산을 이용한 수익사업은 과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종교인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세법개정안을 이제 막 내놓은 만큼, 제도가 정착할 때까지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