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문재인 님에게
안녕하십니까. 서울사는 아무개 입니다.
이렇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염치없게도 문재인님께 두번째 부탁을 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문재인 님..
제가 옆에 조각은 저의 참담한 마음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 눈물을 섞어 만든 작품입니다.
근데 왜 반쪽만 만들었는지 아십니까?
입상은 안에 뼈대를 넣어야 세워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근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런 입상을 만들기 위해 한달 열심히 돈을 벌어 흙을 사고,
다음 한달 열심히 돈을 벌어 뼈대를 사면 먼저 사논 흙이 굳어 못쓰게 됩니다.
그래서 다음 한달을 또 열심히 돈을 벌어 흙을 사면 뼈대가 삭어서 못쓰게 됩니다.
그래서 뼈대없는 반쪽밖에 만들 수 없습니다.
이렇게 밖에 만들 수 없는 이유가 지금 저를 비롯한 많은 청년들이 처한 입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언젠가 이 반만 만들어진 흉상을 보고 누군가가 희망을 얻고, 위로를 받는다면 제가 처한 궁핍함 정도는 털어 넘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꾸준히 만들다 보면 언젠가는 튼튼한 입상을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지금 저와 비슷한 많은 사람들은
너무 지쳐서 더이상 이런 반쪽짜리 흉상조차 만들 여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당신께서 대통령이 되어도 개인적인 궁핍함이 눈에 띄게 좋아질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을 의지하고 믿었던 것은 당신을 내가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이에 두고 당신의 따뜻한 한마디에 위로를 얻고 싶어서 였습니다.
저는 당신께서 사람이 먼저라는 말과 그 의지를 믿었고, 그래서 당신이 저를 비롯한 이나라의 청년들을 믿어준다면, 이런 반쪽짜리 흉상을 만들어도 언젠가는 이것이 큰 기쁨이 될 거라는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참담했지만 좌절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당신께서 하나의 가치로서 우리곁에 남아 있어주셔야 합니다.
힘들고 지친 사람들을 당신곁에 두게 만들기 위해 수많은 재야인사들이 모든걸 다 던지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습니다.
만약 당신께서 낙담하시거나 외면해 버리신다면 그 분들도 그러실테고, 결국 우리도 따라 주저앉게 됩니다.
문재인이 있어야 안철수가 있고, 윤여준이 있고, 심상정이 있고, 나꼼수가 있고, 표창원이 있고 이외수가 있고, 공지영이 있습니다.
그 분들이 버텨줘야 우리같은 배고픈 무지렁뱅이들도 버틸 수 있습니다.
전 민주주의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뭐가 더 옳은 가치관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확실히 알겠는 것은 당신이 우리곁에서 우리를 응원해 주어야 많은 사람들이 죽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분노해 왔고 또다시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 분노가 튀어져 나갈 곳이 마땅치 않아 가족에게 화내고, 친구를 비난하고 이웃을 핍박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당신을 보며 우리는 많은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이 우리의 분노를 식혔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른 이들의 부정과 부패와 모욕을 목도하면서도 그것을 옳은 방법으로 해결할 때 까지 참을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께서 그렇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보이지 않으면 우리는 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분노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래서 부탁합니다. 우리가 또 다시 분노하지 않게 해 주세요.
우리가 다시 편을 나누어 이웃을 적으로 만들고, 그것을 비난하지 못하게, 당신께서 우리를 위로해 주셔야 합니다.
대통령을 안하셔도 좋고 정치를 안하셔도 좋습니다.
부디 곁에서 당신의 웃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게 해주세요.
당신을 보며 한사람이라도 용기를 얻고 힘든 시기를 버텨낼 수 있도록 제발 우리를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당신이, 그리고 당신을 아직도 믿고 있는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세요.
당신을 반대했던 사람들을 우리가 더이상 미워하지 않게, 우리가 계속 볼 수 있는 곳에서 함께 서있어 주셔야 합니다.
당신과 우리가 함께 믿었던 많은 가치들을 우리가 좀더 용기내어 다른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당신이 우리의 손을 잡아 주셔야 합니다.
사람이 먼저 라는 것을,
그것이 언젠가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참 가치로서 남아있을 수 있게, 우리곁에서 우리를 지켜주세요.
제발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