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광주에요.
나이도 많아요.
그제 저녁 술먹고 어제도 술먹고 인사불성으로 들어갔어요.
술 싫어하는 아내도, 팔순의 어머니도 '그래 먹어라. 그래서 잊혀지겠냐만 그렇게라도 잊어야지' 하시네요.

 

내 딸들에게는 자랑스러운 국가를 물려주고 싶었는데, 젊은 친구들에게 좋은 나라를 건네주고 싶었는데....또 연기됬네요.

40대의 한사람으로, 기성세대의 한사람으로 정말 많이 미안해요.

어젠 포털사이트도 오유에도 못들어가고 애꿎은 쇼핑사이트만 들락거렸어요.

아직 산타가 있다고 믿는 딸들에게 선물은 사줘야하잖아요.

그래요...난 속상한데 그래도 세상은 굴러가더라구요.

 

사실 두려워요.

10살때 겪은 5.18, 고딩때 겪었던 참교육전교조, 대학교때 내 눈앞에서 불타오르던 동기 승희, 그리고 숱한 투쟁들....

네오의 빨간약을 너무 일찍 삼킨 부작용인지 그동안 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눈에 훤해서...

MB때도 힘들었는데 자신에게 90%가까이 반대표를 던진 이 지역이 얼마나 거슬릴까 싶구요

그들로 인해 몸살을 겪을 대한민국이 눈에 아른거려요.

 

그래도 일어서야지요.

오늘 아침에 뉴스타파 정기후원설정하고 시사인 정기구독신청했어요.

힘없는 개인의 외침에 국가가 귀 기울이겠냐마는 그래도 가마니 뒤집어 쓰고 자빠져있을 순 없었어요.

 

그리고 오유에 접속했는데...온갖 드립이 난무하네요.

조롱과 야유, 그리고 체념과 절망에 침잠된 영혼들이 너무 안타까워요.

압니다. 어떻게든 쏟아내야 하는거.

 

비판은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상처가 안남아요.

더군다나 원색적인 지역드립, 그건 정말 지양했으면 해요.

온통 누나찬양일색인 지역에서 소신을 가지고 투표를 한 분들도 계셔요.

좌빨종북촛불좀비홍어땅크부릉부릉전라민국....지금은 거의 체념하고 살지만 지금도 들으면 속상해요.

나 속상하니까, 이게 다 네놈들 탓이니까 닥치고 들어라....이건 아니잖은가요.

 

난 오유에서 마음의 치유를 받았고 또 받고 있어요.

항상 감사하면서 접속합니다.

그 척박한 환경속에서 용기있게 한발을 내딛으신 많은 분들께 정말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지역에서도 배척받고 친구들에게도 따돌림 당한분들 많아요.

단지 정치성향이 다르다는 이유하나만으로요.

우린 오랫동안 겪어봐서 잘 알아요.

그분들도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오유에 오시잖아요.

우리가 안아주지 않으면 누가 감싸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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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오네요.

운전조심하시고 주말, 연말 잘 보내시길 바래요.

전 오늘까지만 술 먹을거에요.

광주는 속상해서 무료로 술 줄테니까 같이 먹자고 써놓은 가게들 겁나 많아부러요.

부럽지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