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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들
게시물ID : sisa_3308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yx008
추천 : 3
조회수 : 2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21 04:01:16

한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에는 돈 열심히 벌어오는 사업본부와 별로 하는 일 없이 이런저런 삽질만 하는 사업본부가 있었죠.

많은 회사가 그렇겠지만 실적 별로인데도 꿋꿋이 잘 버티는 부서는 회사 내에서 파워가 제법 셉니다.

그 파워로 이런저런 실책을 무마하며 삽질만 열심히 하는데도 되도 않는 사업 아이디어만 잔뜩 쏟아내고 지원은 빠방하게 받아요.

웃긴 게, 회사 업종은 미디어 분야인데 별로 하는 일 없는 이 부서는 어디에 연줄 대서 뭔가 있어보이는 걸 끌어오는 건 또 곧잘 합니다.

회사 본연의 업종과는 상관이 없어서 의 주가를 올리는 데 별로 기여를 못하는 게 문제지만요.

그런데 이게 또 임원진에게는 쏠쏠합니다. 제법 때깔도 나고 떨어지는 떡고물도 좀 있거든요.

그렇다보니 회사 내에서 발언권도 세지요. 딸랑거리기도 잘해서 임원진이 예뻐합니다.

반대로 실적 잘 내는 부서는 묵묵히 일만 열심히 하다 보니까 임원진들이 돈이 제법 들어온다는 것만 알지 그 부서 직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는 관심도 없어요. 그도 그럴 게 일하느라 정신없어서 부서장들이 임원진들에게 어필을 잘 안하니까. 비위 맞춰 줄 시간도 없고 여력도 없고.

실적 좋은 부서 직원들은 불만이 쌓여갑니다. 불만이 많으면 뭐하나요. 당장 오늘 업무시간 내내 일만 하기도 빡센데.

그래도 눈치는 보였는지, 임원진들이 제법 그럴듯한 시스템 만듭니다.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회의도 가끔씩 해보고 노사위원회 같은 걸 만들어서 직원들의 의견을 창구도 만듭니다. 보기에는 그럴싸해져서 '우리회사는 민주적임 ㅇㅇ'하며 임원들이 만족합니다.

그런데 그 창구에 임원들이 예뻐하는 실적 별로인 부서들을 박아넣습니다.

그렇다 보니 실적 좋은 부서 직원들의 의견이 잘 올라오질 못하네요. 열심히 이런저런 의견을 올리면 임원진 심기 불편할까봐 어지간한 건 쳐내고 과격하다 싶은 의견이 올라오면 조용히 해당 팀장이나 직원 불러서 훈계합니다. '회사가 어려운데 이러면 쓰나?'

이런 창구가 만들어져서 쾌재를 불렀던 실적 좋은 부서 직원들은 멘붕. 그래도 시스템은 나름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기에 저런 형식상의 창구에서 결정된 사항들을 묵묵히 따릅니다. '논의해서 나온 결정이니 승복해야지 뭐'

이런다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대인배스럽다며 대견해하냐면 그건 또 아닙니다. 의견수렴 창구를 맡고 있는 실적 별로지만 임원진 사랑을 받는 부서 사람들은 임원진들 불편하지 않게 까칠한 의견 잘라낸 게 스스로 대견합니다.

이렇게 일 열심히 하는 부서 사람들은 다시 일에 파묻히고 바뀌는 건 없고 또 호구가 됩니다. 나름 합리적으로 결정된 사항을 어른스럽게 따른다며 스스로 위안해 보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들죠. 그런데 그런 생각 할 틈이 어디 있나요. 내일 할 일이 또 잔뜩인데. 노조같은 거 만들자는 얘기라도 꺼내면 '거 쓸데없이 분란 만들려고 까칠하게 왜그래? 일이나 해'라는 핀잔 듣기 일쑤입니다.


그리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지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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