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눕는다./비가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풀은 눕고/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다시 누웠다./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발목까지/발밑까지 눕는다./바람보다도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나고/바람보다 늦게 울어도/바람보다 먼저 웃는다./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나이는 서른살도 넘게 먹은 사내녀석이지만,
너무나 공허하고 마음이 아파 많이 울었었습니다.
그 와중에 문득 김수영 시인의 풀이라는 시가 생각나서
이렇게 옮겨봤습니다.
상심이 크신 오유 여러분, 잡초처럼 살아봅시다.
상식과 이성을 사랑했고, 사람을 사랑했으며 참된 자유와 공평을 원했던..
그 마음 끈질기게 살아남아, 좋은 날에 웃으면서 함께 즐거워 할 날을 기다려 봅시다.
아무리 태풍이 불고 눈이 내리고 불이 붙어도, 뿌리가 살아있다면 다시 푸르러지고 꽃을 피우는 잡초처럼,
비록 지금은 바람보다 먼저 눕더라도 꼭 다시 바람보다 먼저 웃는 풀처럼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