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는 부산토박이세요.
한 번도 민주당을 지지한 적이 없어요.
그렇다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구지 고르자면 한나라당으로 조금 기울어 있었어요.
어릴 때는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시고 다른 경로로 정치를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민주당은 무능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대학을 와서 반한나라당의 편향된 정보를 많이 접했어요.
그러고선 지식인이 된마냥 아버지 앞에서 재잘대기도 했죠.
한 번도 동의를 하시거나 하지 않아서 제 멋대로 아버지의 생각을 재단했나봐요.
오늘 아버지에게서 위로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지가 노태우가 당선됐을 때 깊이 절망한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왈칵 눈물이 나네요.
패배감에 젖어있지 않겠다는 제 다짐에 응원을 해주셨습니다.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제 말에 한 번도 동의하진 않으셨지만 한 번도 타박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죄송스럽고 고맙습니다..
정치에 관심갖기 시작한지 5년을 꽉 채웠습니다.
이제야 쏟아지는 정보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시작했어요.
정치에 관심갖는 어린 딸을 묵묵히 바라봐주신 걸 오늘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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