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이 시점에 박근혜 댓통령이 쿨하게 '재선거'를 수용해버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바보같은 생각인지 모르지만 솔직히 전 그게 정말 겁이 납니다.
생전 노무현 대통령이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듯이 박근혜 댓통령이'재선거'를 수용하면 야권은
2003년 탄핵역풍으로 박살난 한나라당 못지않게 치명적 타격을 받을 것이 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대선을 둘러싼 여러가지 의혹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MB정부쪽에 표적이 집중될 뿐 박근혜까지 표적으로 삼기엔 밝혀진 직접증거도 별로 없고,
국민적 공감대도 거기까지 발전했다고는 말하기 부족한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심지어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 중에서조차 '박근혜 하야'
구호에 대해서는 종종 의견이 갈리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또 지난 6개월간 워낙 아젠다 제시를 안했고, 일도 안했기 때문이라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 뿐이라고 폄하를 하더라도,
어쨌든 박근혜에 대한 국민지지율이 60~70%에 육박한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런 시점에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 한 방울이라도 보여가면서 "비록 억울한 바가 있지만 국민으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는 대통령으로 떳떳하게
서고 싶다"며 '재선거'를 전격수용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속없이 착하고 순진하기로 소문난 우리 국민들의 저변민심은 급격하게 '대통령지키기'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보수의 초결집도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할 것이구요.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면 야권 주자 중 어느 누가 대등한 게임을 펼칠 수 있을까요? 사실 야권역시 지난 6개월동안 점수 딸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후보선출 과정에서 혹시나 문재인이 다시 나서야 한다느니, 이번엔 안철수로 맞서야 한다느니, 아님 또다른 누군가에게도
기회를 줘야한다느니 등 국민들 눈에 볼썽사나운 담론이 벌어지는 순간, 게임은 해보나마나가 될 것이 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51.6%보다 더 높은 지지율로 박근혜가 재당선되어버리면 이후엔 무슨 짓을 해도 막을 수 없는 엄청난 권력이 박근혜 정부에
집중될 것이고, 그 때는 야권은 최소한의 견제조차 못하는 붕괴직전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저를 사로잡네요.
솔직히 지금 이 시점에서 박근혜가 왜 과거 노짱처럼 승부사 기질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블랙홀같은 재선거 정국으로 모든 의혹들을 단숨에 빨아들이고 덮어버릴 수 있는 대역전의 드라마를 쓸 수도 있을텐데요..
한편으로는 혹시 그런 시나리오를 준비하며 터뜨릴 시점만을 조율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래서 일단 지금 침묵으로 일관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저만의 기우일까요? 누가 제발 조목조목 제 생각을 반박해주셔서 이 걱정을 떨칠 수 있게 해주세요ㅜㅜ
오직 제가 희망하는 것은 (참 모순되지만)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손에 쥔 기득권에 한 눈이 팔려 '재선거'따위는 상상도 않고 '대선불복'프레임만으로
계속 강짜를 부려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박근혜의 침묵에 대한 실망과 짜증이 범국민적으로 확산되고 그 와중에 국조를 통해서든, 누군가의 새로운 양심선언을 통해서든,
대선과정에서의 부정행위가 새롭게 더 밝혀지고, 결국 박근혜의 직접관여 증거까지 드러나서 '재선거'가 아닌 '하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심정인 것이지요.
근데 어쨌든 이건 제 희망사항일 뿐이고, 혹시라도 박근혜의 저 이상한 침묵 끝에 '재선거'카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 정말 걱정이 되는데
이건 정말 어리석은 기우가 맞겠죠? 제발 그렇다고 해주세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