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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sewol_420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챀한칰힌
추천 : 14
조회수 : 29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4/17 02:27:53
한참을 울다가 나가서 소주 두병을 사왔다.
유튜브로 팩트 티비를 보면서 한잔 두잔.
주량을 넘길 정도로 마신 건 아니지만, 어째 정신이 점점 또렷해지는 것만 같다.
이 게시판의 글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다가 문득 게시판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호 '무사''귀환''기원' 게시판.
이 게시판이 생긴지 1년이 넘었음에도.
아직 사람들은 '귀환'하지 못했고, '무사' 하지도 못했다.
'기원'할 희망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고,
이제는 하다 못해 우리는 '추모'마저 할 수 없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라는 사실이 너무 참혹하고 비참하다.
잊자. 산사람은 살아야지.
여기에 산 사람이 누가 있는가.
산 사람은 그런 날카로운 말은 던지던 사람들 뿐 아닌가.
살고 싶다. 이런 죽은 삶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숨을 쉰다고 사는 일이 아니다.
생활이 바쁘다면서, 오늘조차 일을 하러 갔다.
개인적인 사정은 둘째치고서,
일하는 데서 초등학생인 학생이 평소와 다른 너무 침울한 얼굴이었기에 애써 말을 걸고 장난을 걸었다.
무언가 문제가 있냐고.
내가 잘못한게 있냐고.
아니란다. 혹시라도 내가 잘못한게 있고, 말하기 힘들다면 적어달라고 종이를 한장 쥐어주었다.
쭈뼛대면서.. 학생이 적어준건
ㅅㅇㅎㅅㄱㄴㅅ
라는 글자였다..
나한테 맞춰보라는 듯 내준 글자를 고민했다.
설마 했다.
설마하고 설마하다가, 옅은 색연필로 이게 맞냐고 되물었다.
'세월호생각나서'
맞단다.
순간 애써 아이들 앞에서 웃고 있던 내가 머저리가 된 기분이었다.
아이들도 이렇게 침울하게 하는 날에
나는 이렇게 평범한 나날을 보냈다.
비참하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 없다.
이 글을 쓰면서 한잔 두잔 마신 술이 두병을 넘었고, 당연히 평소의 주량은 넘었지만, 여전히 정신은 또렷하다.
스스로의 행동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본래라면 이런 글조차 쓰지 않았겠기에)
내일의 생활을 위해서 마시고 일찍 잠들자 했던 내가 또 너무 비겁하게 느껴진다.
사람의 삶은 고통받아야만 성숙한다.
내가 나름대로 되새김잘하는 말이었다.
고통받고 고통받으면서, 나는 성숙해지고, 발전하고, 완성된 인간으로 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기지 못할 정도로 고통받는 거 같다.
나조차 이렇게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고 괴로운데
아예 관계 없는 나조차 이렇게 눈물 흘리는데,
사람은 소통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결국 사람은 결국 소통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겪는 슬픔과 안쓰러움은 결국 당사자들의 1리조차 되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울다가 스스로의 의지로 눈 돌리고 고개 돌리면 눈물을 멈출 수 있고,
외면하면 그저 평범한 나날처럼 지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외면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외면하는건 고통에서 눈을 돌리고, 진실로부터 눈 돌리는 비겁하고 치졸한 행위란 걸 알고 있다.
이런 글조차 내 감정의 배설구일 뿐이며,
다른 사람들은 이런 조잡하고 쓰레기 같은 글에 거부감을 느낄 것 또한 알고 있다.
반대 아니 비공감을 배탈 날 정도로 먹고서 보류에 갈 가능성이 크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조금은 취한 정신에 생각하자면 아무래도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이게 내 본심이라고 생각한다.
성장과정의 문제인지, 혹은 그저 비겁한 자신의 태도인지, 나는 타인과의 분쟁을 두려워하고 거리를 두기 위해 필사적이었으니까.
여지껏 생활에서 타인과 분쟁 일으키기 싫다는 변명 아래서 정치적이건, 도덕적이건 모든 문제의 의사 표명에 소극적이었고,
그게 내가 옳다고 생각한 정의와 어긋남을 알면서도 이렇게 지내왔던, 내 자신에게 남기는 흔적이며 경고문이다.
아마도 내일쯤 된다면 아이디를 탈퇴하고 새로 가입할 수도 있겠지.
나는 그런 비겁한 사람이니까.
어떤 정치적 성향이건, 도덕적 의사 표명이건, 자신의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회피하는 사람이니까.
마신 술이 어느덧 평소의 주량의 1.5배는 넘어섰다.
내일은 해야지. 해야지.
모든 사건에 대해 명확히 밝혀서, 의미가 없어져야할 이 빌어먹을 노란 리본을 사야지. 가방에 달고, 팔찌를 차고, 옷에 달고서, 그렇게 다녀야지
이 견해에 대해 다르게 말하는 사람에 대해서 싸워야지.
내 인간관계가 문제가 아니라,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좀 더 도덕적인 삶을 위해서...
그래야 세월호 생각에 우울했다던 그 아이에게 내가 떳떳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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