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Y대 여학생 위기 보고 생각난 일화 (영대 새내기 시절 버스여행)
게시물ID : humorstory_4204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델리케이트
추천 : 6
조회수 : 123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7/02 00:16:32
영대 새내기때의 일이다.
 
나는 초, 중, 고 시절 대구를 벗어난 적이 없는 대구 토박이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영대로 가게되었는데
 
영대를 처음 가보는 나로서는 대구를 벗어나 경산으로 간다는 것이 매우 두렵고 두근거리는 일종의 여행이었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거리가 5정류장을 넘어서는 대 이동을 하는 것이 처음이라 전날 학교를 가는 길을 미리 공부를 했었다
 
집에서 영대를 가기위한 최단거리.
 
하필 집앞에서 평소 타던 버스들은 학교로 바로가는 노선이 없어서 걸어서 약 15분을 가야 영대로 바로가는 버스를 탈 수있었다.
 
지금은 지하철 2호선의 노선을 연장해서 학교까지 지하철이 가지만 04년 당시는 오로지 버스 뿐이었다.
 
15분을 가서 타는 버스다보니 생소한 노선들이었고, 나는 영대로 가는 버스 노선번호만 우선 외우기로했다.
 
영대를 가는 버스는 약 10여개.
 
모두 외웠다가 처음가는 장거리(?)를 잘못 가게될까 염려되어 버스에 붙어있는 간략한 노선표를 공략하기로 결정했다.
 
포인트 지명은 약 4개
 
이걸로 충분했다.
 
몇몇 버스 노선을 다시 재검색 해 본결과 포인트 지명이 써있는 노선은 모두 학교를 가는 것으로 보였다.
 
학교를 가는 첫 날
 
미리 조사했던대로 버스정류장까지 이동. 성공.
 
혹여나 놓칠까 다가오는 버스마다 노선을 뚫어져라 보기를 약 10여분.
 
마침내 미리 봐두었던 지명이 적힌 버스가 왔다.
 
자연스럽게.
 
당황하지 않고.
 
태연한척 버스를 타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자리에 앉았다.
 
다행이 버스는 한산했고 나는 버스내부에 써있는 노선도를 다시한번 눈에 담으며
 
마치 늘 타던 버스인 듯 행동했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음악을 들으며
 
눈은 열씸히 바깥 풍경과 버스노선표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내가 여지껏 가봤던 한계를 벗어났다.
 
지금부터는 한걸음 한걸음이 신세계
 
나는 벅차오르는 가슴을 애써 다스리며 여전히 태연한 척 행동했다.
 
미리 봐둔 버스의 이동 시간은 약 40분
 
이동은 순조로웠다.
 
봄바람이 살랑이던 그날
 
문득 정신을 차렸다.
 
아뿔싸. 졸았구나.
 
나는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하면서 재빠르게 버스 내부의 상황을 살폈다.
 
어느덧 버스 안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음악을 끄고,
 
버스 내부에 울리는 정류장 안내음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한정류장
 
두정류장
 
조금씩 버스가 나아갈 때 마다 불안감은 커져갔다.
 
혹시나 지나갔으면 어쩌지?
 
하지만 시간을 보니 아직 지나갔을 만큼 많이 지난 시간은 아니었다.
 
다행이다.
 
조금만 더 있어보기로 했다.
 
버스는 계속 나아갔고 사람들은 내리기 시작했다.
 
마음속에 불안감이 조금씩 싹텃다.
 
하지만 버스는 언젠가 종점에 가지않는가
 
이 버스는 분명 영대를 가는 버스였고
 
분명 영대를 지났을 만한 시간은 아니었다.
 
나는 일단 기다려보기로했다.
 
뒤를보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앉아있었고
 
분위기를 보아 선배임이 분명했다.
 
기다려보자. 뒤에 학생이 타고있으니.
 
버스는 언젠가 학교로 갈꺼야
 
하지만.
 
버스는 점점 한적한 곳으로 달렸다.
 
계속. 계속.
 
어느덧 작은 농촌마을을 지나
 
시골에서나 보던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가는 굴다리를 지나고
 
산자락 까지 가기 시작했다.
 
시내버스가.
 
산어귀까지 들어가다니
 
어느덧 산 초입까지 들어간 버스는 작은 공터에 섰다
 
그리고 기사님은 내렸다....
 
버스안에는 나와 뒤에 있던 여학생 뿐.
 
나는 당황했다.
 
이 버스는 분명 영대로 가는 버스인데
 
어디서 잘못된걸까
 
잠시 졸았다고는 하나 학교를 지났을 것 같지는 않은데...
 
뒤에 있는 여학생을 바라봤다.
 
여학생도 나를 바라봤다.
 
"저기.."
"저기.."
 
"네 말씀하세요."
"말씀하세요."
 
우리는 서로 동시에 입을 열었다.
 
"먼저 말씀하세요"
 
나는 우선 여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혹시 영대생이신가요?"
 
역시. 그 여학생은 영대생이 분명했다.
 
"네... 전 이번에 새내기로 입학한 학생입니다. 혹시 그쪽도 영대생이세요?"
 
"네 전 XXX과 03학번 학생입니다."
 
역시 선배님이셨다.
 
"아.. 제가 사실 학교를 처음가는터라 잘 몰라서 그런데 이 버스가 영대가는 버스가 아닌가요?"
 
이왕 이렇게 된거..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아.... 저도 어제 친구집에서 자고 이 버스는 처음 타보는데..."
 
우리는 당황했다.
 
"이 버스가 학교에 가는 버스가 아닌건가요?"
 
"아뇨.. 제가 알기로는 이 번호는 학교앞으로 가는 버스가 맞아요 학교앞에서도 이 번호를 탄 적이 있어요."
 
"그럼 어떻게 된걸까요.... 혹시 중간에 이상하다고 생각 안드셨나요?"
 
"사실 중간에 길이 조금 다르다고는 생각이 들었는데... 앞에 그쪽이 앉아있길래 조금 둘러서 가는가보다 했었어요.
 그럼 그쪽은...?"
 
이런... 낯익은 버스를 탓고, 앞에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앉아있어서 쭉 기다렸다는 건가...
 
"전 뒤에 선배님이 계시길래... 일단 다른 학생이 내리기 전까지는 기다려보려고 했었습니다.
 중간에 내려서 헤메는 것 보다 종점까지 가다보면 학교가 나올꺼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두요....."
 
난감했다. 아까 내린 버스 기사님은 버스 근처에는 보이질 않았다.
 
"일단 기다려 보시죠. 기사님 오시면 물어볼께요."
 
나는 우리끼리 고민하는 것 보다 기사님께 물어보는게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약 10분 뒤
 
"거기 학생들은 왜 안내려?"
 
기사님이 오시더니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기사님 사실 저희는 영남대 학생입니다. 제가 신입생이라 학교를 처음가는데 이 노선이 영대를 간다고 듣고 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학교가 나오질 않아 계속 타고있었습니다."
 
자. 답을 내놓으라.
 
"이 노선은 간선이 있고 지선이있는데, 앞에 표지판을 보고 타야해~
 버스 노선 안내에 영대라고 써있어도 XXX라는 표지판이 달려있으면 그리 가는게 아니야"
 
?
??
???
 
무슨... 말이지?
 
나는 그때 처음으로 버스 노선이 갈라지기도 한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는 그날 기사님께 약 20분간 대구 버스노선의 실체 강의를 듣고
 
학교를 가는 방법을 사사받았고, 겨우겨우 하산했다.
 
물론. 그날은 지각이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