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난 아무렇지 않은데 다들 왜 그러는 걸까
게시물ID : gomin_4194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는왜살까
추천 : 10
조회수 : 35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2/10/01 16:34:16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왜 우리 엄마는 내 동생 옷을 사주면 어디서 얻어왔다 그럴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동생방 열린 문틈으로 쇼핑백을 옆에두고 새로 산듯한 옷을 입어보는 동생이 보였다

"옷 새로 샀어?"

당황한 엄마와 동생의 표정.

"새로 사긴, 누가 주더라고"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사실대로 말해도 아무렇지 않은데

동생 옷 사줘도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나는 고등학교 때 부터 용돈모아 옷 사입었다고 해도

그렇다해도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그냥 오늘도 속아 넘어간다  

 

밥을 먹을 때 반찬을 동생 밥그릇에 덜어주며

많이 먹으라고 하면

동생이 내 얼굴을 쳐다본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왜 너는 그런 표정으로 날 보는걸까

 

공부하는데 스탠드가 너무 갖고싶었다.

중학교 때 마트에서 경품으로 탄 스탠드

스탠드 빛이 너무 세서 눈이 이따금 시리기도 했다

몇년 동안이나 스탠드 얘기를 해왔었다

이사오면서 그 스탠드 마저 버려졌다.

솔직히 좋은 스탠드가 갖고 싶었다.

얼마전에 스탠드를 사주셨다. 여전히 눈이 부셨다.

그 스탠드 마저 동생이 쓴다고 가져갔다.

새로 사달라고 했는데, 너 마음에 드는 것 사오라고했다.

며칠전에 엄마가 동생 10만원대에서 옷 사라고 한 것이 기억났다.

그럼 나도 어느정도 좋은 스탠드 사도 되겠지

기분이 좋아서 스탠드 사러 갔다.

스탠드가 이렇게 비싼줄 몰랐다.

집에 있는 눈부신 스탠드를 제외하고 다 7만원대였다.

몇년 전부터 좋은 것 사달라고 얘기했으니 오늘만큼은 사도 되겠지.

9만원짜리 스탠드를 사왔다.

집에들어오자마자 엄마가 말했다 뭘 이렇게 비싼걸 샀냐구

환불한다고 했다.

동생의 그 경악스런 표정을 잊지 못하겠다. 철 좀 들으라는 그 표정.

눈물이 나왔다.

환불하고 원래 집에 있던 것과 똑같은 것을 사왔다.

 

나는 용돈을 받지 않은지 오래됬다. 그래서 수중에 돈이 별로 없다.

지금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더 서럽다.

어쩌다 돈 만원이 생겼다.

그 돈으로 동생이 배고프다고 해서 햄버거 사먹었다.

엄마가 밥먹으라고 준 돈 만원하고 합쳐서 사왔다.

만이천원이면 되겠지 하고 팔천원은 남겨올 줄 알았다.

동생이 남겨온 돈은 사천 몇백원이었다.

사천 몇백원을 아껴쓰다 오늘 천 육백원이 남았다.

청소하려고 천원을 잠깐 책상위에 두었다.

 

엄마랑 쇼핑을 갔다.

쇼핑을 가면서 오다가 아이스크림 먹어야지 했다.

아이스크림 뭐먹을거냐고 물어봐서 구구콘 천원짜리 먹는다고 했다.

엄마가 마트에 들어가면서 빙수 먹을거냐고 물어봤다.

그래라고 대답했더니 그럼 너 아이스크림 사먹을 돈 천원 달라고 했다.

마음이 쓸쓸해졌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좋은 딸도 아니고

좋은 누나도 못된다

 

나는 왜 사는 걸까

나는 왜 태어난 걸까

나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왜 오늘따라 유난히 눈물이 나는걸까

서럽다

서럽다

많이 서럽다

 

엄마는 부정하지만

몇년전 안방에서 들리던 그 말이 생각난다

날 낳은것을 후회한다고

내 배에서 저런게 나왔다는게 믿기지 않는다고

나도 궁금하다

왜 날 낳았을까

동생 먼저낳고 난 낳지 말지

 

내가 없어도 우리 가족은 행복하다

아니 내가 없으면 더 행복하다

 

내가 이 세상에 발디딜곳은 없다

아파트 몇층에서 떨어져야 죽을까 궁금해졌다.

기사를 검색했다.

아 우리 층에서 떨어져도 죽는구나

 

문득 항상 잔디에 누워있던 고양이가 생각났다

내가 떨어지면 고양이가 다칠까

무서워졌다.

나는 무서워서 죽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고통없이 죽고싶다

 

밤에 자전거를 타러 나간다

그러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다

집에서 멀어질 수록

더 가벼워진다

그러나 돌아가는 길에 나는 더 쓸쓸해진다

 

날 찾아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날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나는 아무렇지 않다

오늘도 아무렇지 않고, 내일도 아무렇지 않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