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음으로 음슴으로 갑니다.(뭔지는 다 아니까.)
지금은 아니지만 초딩때는 내가 꽤 귀엽게 생겼었음.
같은 반 남자애랑 싸움나면 여자애들은 무조건 다 내편 들어줄 정도로 나름 인기가 있었음.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한테 특별히 관심을 보이던 여자애가 있었는데 나를 지 신랑(남친도 아니고 "신랑"이라고 함.)해라고 대놓고 들이댐
그때는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몰랐고 걔가 그러는거 굉장히 싫어했음
그런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걔도 조금씩 철이 들었는지 들이대는것도 뜸해지고 서로 관심도 줄어들었을 즈음임.
어느날 방과후 선생님 심부름 하고 마침 그 애와 단둘이 교실에 남게 됐음.
근데 얘가 내 책가방 옆으로 비죽이 튀여나온 리코더에 눈이 간거임.
그러더니 " 니 리코더 불어볼래." 이러는 거임.
나는 순간 앞이 캄캄해짐.
그도 그럴것이 울집은 성교육이란거 해본적이 없었고 나는 순진하게 뽀뽀하면 아기가 생긴다고 믿고 있었음.
뽀뽀하면 서로 침이 묻으니까 침을 삼키면 그게 뱃속에 들어가니까 임신하는구나 하고 내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었음.
그런데 리코더에 내 침이 묻어 있고 내 침을 얘가 삼키면 임신할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감이 확 몰려듬.
나는 "야 , 안돼 ,불지마." 이러면서 리코더를 사수하려했지만 이미 늦었음.
얘가 어느새 내 리코더를 뺏어가지고 도망감.
다급해진 나는 걔 뒤를 쫓아가면서 "안돼! 임신해!"를 온 교실이 떠나갈듯이 외침.
근데 얘가 그 소리를 듣더니 도망가다 말고 배를 부여 잡고 자지러지게 웃어대는 거임.
그러면서도 요리조리 피하면서 리코더를 안내줌.
나는 계속 "야! 너 그러다 임신힌다,"만 연발하면서 쫓아가고 얘는 계속 깔깔거리면서 나랑 술래잡기 함.
그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그렇게 공포일수가 없음.
나는 거의 울기 일보직전이고 얘는 웃으랴 도망가랴 숨이 차서 헉헉댈 쯤이였음.
걔가 갑지기 리코더를 확! 물어버리는데 나는 진심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음.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고 얘는 그런 날 골려주듯이 내 리코더를 신나게 불면서 내 주변을 뱅뱅 돔.
나는 이제 얘랑 결혼해야 하는가 아빠가 돼서 출근해야 하나 학교는 어쩌지 엄마한테는 뭐라고 하지 등등 온갖 잡생각이 다 듬.
결국 목놓아 울어버렸는데 소동을 듣고 그때까지 퇴근 안하셨던 담임쌤이 교실로 오심.
선생님은 울고있는 날 보시고는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고 나는 훌쩍훌쩍 하면서 "쟤 임신해요, 어떡해요..ㅜㅜ"이래 버림.
선생님도 이게 뭔소린지 어안이 벙벙해서 걔쪽을 쳐다봤고 걔는 얼굴 빨개지면서 잽싸게 밖으로 도망감.
선생님은 울고있는 날 한참 달래고서야 사건의 전말을 아시고는 그냥 웃으시면서 걱정하지 말라함.
조금 진정이 돼서 울음도 그치고 선생님이 집까지 데려다 주셨는데 내내 큭큭하시면서 웃으심.
이유도 안알려 주고 마중나온 엄마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얘기하시고는 두분이서 또 한참을 웃으심.
난 무지 심각했는데.ㅋㅋㅋㅋㅋㅋ
엄마는 뽀뽀하면 애기가 생기는게 아니라고 니가 크면 알게된다고 넘어가심.
그때 아마 한달은 얘가 임신할가봐 전전긍긍했던 기억이....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우연히 걔를 다시 만났는데 남친이랑 있더라 시베리안...
내 흑역사를 이미 다 불었는지 남친한테 날 소개시킬때 멘트가 "얘가 날 임신시킬뻔했던 남자야.ㅋㅋㅋ"
그 남친색히가 날 보면서 "아 그러세요? 왠지 순수하신분 같았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면서 끆끅거리며 웃음을 참는데 레알 숨고싶었음.ㅡㅜ
지금 집에 돌아와서도 이불 뻥뻥...
어머님, 성교육이 이렇게 중요한 겁니다. 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