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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쉽.
게시물ID : love_41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쁜말만하자
추천 : 17
조회수 : 1696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6/06/04 03:12:24


우리가 아직 사귀지 않았을 때

나는 솔직히 내 감정이 조심스러워서 나는 잘 몰랐었다.

적어도 네가 우리학교로 오기전까진

그 날 너는 우리학교에 왔고

나는 비로소 알게 됐다.

이제 내 맘을 멈추기 힘들지도 모르겠다고.

너에게 학교 구경시켜준다고

그 밤에 널 데리고 학교를 나간건

너에게 순수하게

우리학교는 이래요 저렇게 생겼어요가 아니고

그냥 너와 그 밤을 걷다보면

내 맘을 더 잘 알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너의 손을 살포시 잡고

풀벌레 찌르르 우는 길을 걸어 갈때

내 심장소리가 달그락 달그락 거리는게 들킬까봐

너무나 무서웠지만

그 보다 더 크게 느껴진건

긴장감에 젖은 귀여운 너의 작은 아기손이었다.

그 손끝의 바르르 떨리는 그 긴장감이

자꾸 톡하고 내 피부를 건드는게

마치 방울뱀이 내 살결을 핥으며 오는 것 마냥

긴장되고, 또 긴장되서 차라리 꼬옥 잡고 말았다.

그렇게 서로에게 긴장감을 핑퐁핑퐁 넘겨주었다.



너의 손을 잡고 걷는 밤공기가 그렇게도 시원했던지

더위를 잘 타는 나는 기분이 좋았다.

아니, 아마 밤공기가 더웠다면 더워서 기분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네가 곁에 있으므로

좋았던 것이니까



네 손을 잡고

'여긴 내가 수업하는 곳이야' '저긴 밥 먹는 곳이야'라고 말을 하지만

나는 그런게 아니고

눈에 보이는 거라고는 

네 작은 입술

그 입술이 너무 찰랑이며 자꾸 내 마음에 물수제비 던지는게

자꾸 퐁당퐁당 하얀 포말을 만들어서

도대체 어찌할 바를 몰랐었다.

운동장으로 내려가는 길엔

제법 경사도가 높은 계단이 있었다.

경사도가 있는 만큼 계단도 길었다.

나는 네게

'우리 운동장 한번 내려갔다오자'하고

말하자

'오빠 그냥 내려가는건 재미없으니깐 가위바위보 해서 이긴 사람이 한칸씩 내려가요'

'그럼 먼저 내려간 사람 소원 들어주기?'

'콜!'

'내가 어떤 소원 말할지 알고..얘가 세상 무서운 지를 모르네'

이런 대화를 하며 노란 가로등 밑에서 마주섰다.

가위바위보를 할 때 마다

점점 나는 내려가는데

너는 울상이 되어 윗계단에서 볼이 퉁퉁 부은채 씩씩 될 뿐이었다.

그럴 땐 센스 껏 바위만 5번 연속 냈는데

왜 대체 넌 이기질 못하니...

그래서 차라리 한템포 늦게 네가 내는 걸 보고 일부러 지곤 하였다.

그렇게 겨우 겨우 나는 내려갔고

너도 조금씩 내려왔다.

두계단정도 남았을 때

그놈의 사내의 승부욕이 뭔지 결국 나는 이겼다.

가위바위보도 못하냐고 그렇게 나는 핀잔을 주다가

나는

'내 소원은...'

에서 더 말을 하지 못하고

너의 보름달처럼 동그랗고 박속같이 하얀 네 얼굴을 부여잡고

너의 귀 뒷머리를 쓸어넘기며 너의 얼굴을 조금 더 자세히 보기위해 다가갔다.

적막한 계단 밑에서

비추는 거라곤 오직 가로등의 노란 불빛 뿐인데.

벌레 우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그냥

그냥 그렇게 

네 입술이 동맥마냥 펄떡거리는게

그리고 작은 사슴마냥 너의 긴 속눈썹이

감은채로 파르르 떨리는게

그 모습이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나는 너를 사랑할 수 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너의 발그레한 볼이 너의 입술이 그리고 너의 촉촉히 젖은 눈빛이

그리고 가로등의 노란 불빛 밑에서 내뿜어지던 너의 가뿐 숨이 


오늘따라 사슴을 닳은 너의 속눈썹 마냥

내 마음을 간질이는게 도저히 오늘밤은 참을 수가 없어서


오늘도 그 가로등 아래에서 서서

그 노란 불빛을 빛 잃은 장님처럼 더듬으며

마른 기침 한번 해본다.



내일은 아마 비가 오려나 보다.

하늘이 뿌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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