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
증오를 담은 목소리를 올리며, 나를 향해 손을 휘둘러 온다.
".........."
움직일 수 없다.
움직일 수 없으니까, 이제, 살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에?"
벽이 흔들린다.
유미즈카의 팔은, 나의 바로 옆의 벽을, 난폭하게 두들기고 있을 뿐이었다.
"거짓말쟁이────! 구해준다고, 내가 핀치일 때 구해줄거라고 말했으면서!"
또, 엉뚱한 곳을 그녀는 부수고 있다.
"어째서? 내가 이렇게 되버렸으니까 안되는 거야? 하지만, 그런거 어쩔 수 없어.....!
나도, 좋아서 이런 몸이 된게 아니니까........!"
탕, 탕.
억지를 부리는 아이같이, 단지, 그녀는 외치고 있다.
".....이렇게 아픈데, 이렇게 괴로운데, 어째서 시키군은 나를 구해주지 않는 거야!? 구해줄거라고 약속했는데, 어째서──"
탕, 탕.
출구없는 고뇌의 목소리.
언제 자신의 몸을 꿰뚫려도 이상하지않을 이 상황에서.
어째서인걸까, 이제부터 살해 당한다는 공포는 희미해져 있었다.
"시키군───시키군이 내 옆에 있어준다면, 이 아픔도 견뎌낼 수 있는데. 어째서, 어째서 당신까지 나를 받아들여주지 않는 거야.......!"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되풀이 되는 말은, 나에 대한 원한의 말따위가 아니다.
유미즈카 사츠키는, 계속, 계속, 어쩔 줄을 모르고 울고 있을 뿐이었다는, 건데───
────유미즈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제 손가락끝 정도 밖에 움직일 수 없게 된 몸으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본다.
......어째서일까.
유미즈카는 꼼짝도 안하게 된 나를 보고, 아연하게 서 있다.
......마치.
악몽에서 눈을 떠서,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는, 듯이.
"───시키군, 나.....이럴, 생각, 이었던게───"
유미즈카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다.
......냉정하게 되어 준 것 같지만, 그래도 역시, 그녀의 목소리는 울 것 같았다.
"........괜찮.....아"
───그렇게, 자신을 책망할 필요따위, 없어.
비록, 몸도 마음도 흡혈귀라는 것으로 돼버린다 해도.
그녀는 역시, 어쩔수 없을 만큼, 불쌍한 피해자인거다.
어차피, 이제 내 몸은 움직일 수 없다.
유미즈카, 네가 그렇게 혼자서, 아프고, 춥다고 말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다.
".......좋아, 유미즈카상"
"시키....군?"
"내 피로 좋다면, 빨아도 괜찮아.
약속이니까....너와 함께, 있어줄께"
그것은, 스스로도 모를 정도로, 부드러운 목소리였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망설인 후, 조용히 나의 앞에 앉아, 나의 몸을 안아 올렸다.
"───정말, 괜찮아?"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는, 망설임과 기쁨이 섞여있다.
".....뭐야, 지금까지 그렇게하고 싶어서 계속 쫒아왔잖아. 왜 여기서 사양하는걸까, 유미즈카상은"
"하지만───나, 정말로 그렇게 하고 싶지만, 하지만───"
───그걸 한다면, 이제, 정말 망가져 버릴 것 같아서───
그렇게, 그녀의 입술이 소리가 되지 않는 말을 잇는다.
"........"
......이 무슨 짓궂은 일인가.
확실히 그녀는 흡혈귀가 되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가장 소중한 부분에서, 인간의 마음을 남겨두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말로, 그 마음이 유미즈카 사츠키에게 흡혈귀인 자신을 "아프다"라고 느끼게 한다.
인간으로 있는 일.
그렇게 있는 한, 그녀는, 계속 아픈채인거다.
"───아프잖아. 그럼, 됐어. 나는 너를 구해줄 수 없어. 그러니까, 유미즈카상이 말하는 방법으로 도와줄 수 밖에 없잖아"
"......시키......군"
끄덕, 하고 끄덕이고.
그녀는, 나의 목덜미에 입술을 댔다.
"아───"
사라져 간다.
몸에 남아있던 작은 열이, 급속히 힘을 잃어간다.
고요한.
대단히 고요한, 죽음.
이제와서 그녀를 떨어트릴 힘도 없다.
이 눈에 보이고 있는 '선'도, 곧, 사라져주겠지.
───이걸로 끝.
곧 토오노 시키는 사라지고, 그걸로 전부 다 끝난다.
"───────아"
끝.....끝나서, 좋은, 걸, 까.
......돌아, 오실거지요......?
그런말을, 아키하는 말했다.
8년간 내버려둔 자신의 여동생.
뭐 하나, 오빠다운 일 따위 해주지 못했던, 흑발의 소녀.
───계속,
저 넓은 저택에서 외톨이였던 토오노 아키하.
"───────"
방금, 나는 죽음이 구원이 되는 일이 있다, 라고 유미즈카에게 나이프를 향했다.
그렇게해서 지금도, 죽음이 구원이 되는거라면 하며 이 목숨을 내던지려 하고있다.
하지만, 그것은.
과연, 누구에게 있어서 구원이 되는 걸까.
적어도 토오노 시키라고하는 자신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에 대한 구원은, 절대 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키───하"
.....죽을 수 없어.
절대로, 지금은 죽을 수 없어.
"유미, 즈카───"
나이프가 움직인다.
.......그녀의 가슴에 있는 <선>.
자신을 완전히 믿고, 최후의 구원에 기대고 있는 그녀의 심장에 있는 선.
......그곳에, 나이프는 깊숙히 박혔다.
"────시키, 군?"
사츠키의 입술이 떨어진다.
그 힘이 급속히 제로가 되어간다.
"───미안. 나는, 유미즈카를 구해 줄 수 없어"
이런 방법으로 밖에, 구해 줄수 없어.
그 아픔에서 도망칠 수 없는 거라면.
하다못해──최후정도는, 아픔도 없이 떠날수 있도록 할 수 밖에, 없어.
"그런가───역시 함께 가주지 않는 거구나, 토오노군"
그녀의 목소리는, 굉장히 평온하다.
마치, 2일전 석양의 귀가길 같이.
"하지만, 기뻤어. 아주 잠깐이었다고 해도, 시키군은, 나를 선택해 주었으니까.
.....응, 이거라면 이대로 죽어버려도 나쁘지 않을까나.
그만큼 잔뜩 있던 아픔도 없고, 무서운 기분도 마법같이 사라져버렸고───"
사락, 하는 감촉이 발에 닿는다.
보면.
유미즈카의 양발은, 이제 무릎까지 재가 되어 있다.
"───게다가, 지금은 조금 따듯해.
에헤헤, 이거 토오노군의 체온일까나"
기쁜듯이 유미즈카는 말했다.
────나는 정말로.
후회로, 죽고 싶어졌다.
─────각오하고 있었다.
이 배신을 했을 때, 어떤 원한담긴 말을 들어도 좋다고, 각오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어째서 그런, 평온한 목소리로, 기쁜 듯 한 목소리로.
나를 원망하지 조차, 하지 않는거야.
"───미안. 나는───무력하고, 최저다."
눈동자가 뜨겁다.
뇌안이, 흐리멍텅해져서 시계가 희미해져버린다.
"아하. 토오노군 울고있구나.
......상냥하구나. 나, 나쁜 짓 잔뜩 했는데, 그래도 울어주는구나.
......응, 그런 점, 누구보다도 좋아했어.
중학교부터 계속 토오노군만을 봐 왔으니까────그런 아무도 모르는 일까지도, 나는 전부 알 수 있었으니까"
자랑스러워하는 목소리와, 사락사락하는 감촉.
그녀의 몸은, 이제 상반신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 좀더 토오노군과 얘기하고 싶었어. 실은 보통으로, 아무것도 아닌 클래스메이트같이 얘기하고 싶었어.
그러니까, 지금 죽어 버리는 것은 정말 싫어"
"─────────"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나에게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걸만한 말이 없다.
─────그녀는, 최후에 톡, 하고 자신의 뺨을, 나의 뺨에 기댔다.
"하지만, 분명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던거야.
─────그러니까, 울지말아줘, 토오노군. 당신은 올바른 일을 해 줬으니까"
나이프의 감촉이 가볍다.
사츠키의 몸에는, 이제, 심장이 없었다.
"아, 이제 소리를 내는것도 못할 것 같아.
그럼, 나는 집이 이쪽이니까. 슬슬 작별이네"
"유미───즈카......!!"
"응, 바이바이 토오노군. 고마워───그리고, 미안해"
삭.
한줌의 재가 바람에 날려 사라지듯이.
유미즈카 사츠키는, 이 눈 앞에서, 완전히 소멸했다.
이 장면에서 아키하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삿찡도 다른 결말을 맞을 수 있었을까요.
흡혈귀가 된 인간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것은 멜티 블러드에서도 확정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결국 사츠키에게는 해피엔딩이란 없을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도,
단 한번이라도 그녀가 행복해 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리메이크에서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궁금합니다.
일해라 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