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오늘 엄마가 아빠랑 연애하던썰 풀어줌
게시물ID : humorstory_4167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크타야
추천 : 13
조회수 : 1227회
댓글수 : 64개
등록시간 : 2014/05/06 18:24:51
사촌동생이 여행갔다가 선물이랍시고 1.5킬로짜리 쵸콜렛을 들고와 "먹고 살이나 쪄라."하며 놓고가서 귀엽기는 개뿔 싸가지가 없음으로 음슴체.
IMG_20140506_150008.jpg

오늘 집 정리하다가 장농속에서 곱게 접어 비닐에 싸놓은 종이뭉치를 발견함.
이게 뭐지?하며 까보려는데 엄마가 기겁을 하며 빼앗아서 못보게 함.
궁금해서 뭐냐고 계속 캐물으니까 엄마가 난처해하심.

내가 엄마가 잠깐 딴데 보는 사이 홱 뺏아서 보는데 내 등짝에 불꽃스매싱을 시전하심.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종이쪼가리 하나 펴봤더니 엄마랑 아빠 연애편지였음.ㅋㅋㅋㅋㅋㅋ

내용은 음...ㅋㅋㅋㅋㅋ오글거림ㅋㅋㅋㅋㅋ
그와중에 아빠의 빛나는 멘트: "제 마음을 그대에게 쏟겠읍니다."ㅋㅋㅋㅋ

아무튼, 어마마마 프라이버시 보호차원에서 조금 보다가 돌려드렸음.(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사실 울엄마 지금도 이쁘시지만 젊었을때 사진들 보면 꽤 미인이셨음.피부도 하얗고 눈도 크고 이목구비도 뚜렷하심. 키는 크지 않지만 몸매가 날씬하셔서 모델같은 포스...
근데 아빠는 키도 작고 눈도 작고 피부도 가무잡잡함. 아빠에게 미안하지만 옛날 사진 보면 엄마가 많이 아까움.

엄마한테 아빠가 이상형이였나고 물었더니 절대 아니였다고 함.
엄마는 잘생기진 않아도 키도 훤칠하고 덩치 듬직하고 털털하고 남자다운 사람이 이상형이였는데 아빤 정반대라고 함.
키도 쬐그맣고 덩치도 왜소하고 남자인데도 지나치게 꼼꼼한 아빠가 남자로 보이지 않았다고 함.
그래서 아빠가 처음 프로포즈를 했을때 바로 거절했다고 함.ㅋㅋㅋ

아빠는 또 쿨하게 며칠후 다른분에게 대시했다고 함.(엄마 은근 배신감up, 빡침up)
근데 또 차임.(ㅜㅠ 아빠...ㅜㅠ)
그리고 아빠 또 쿨하게 엄마에게 역시 너밖에 없다며 다시 찝적거림.
엄마 빡친김에 "니 의사되면 함 생각해볼게."라고 함.

그때 아빠는 고딩이였는데 담배피고 술마시고 친구랑 놀러다녀서 공부랑 전혀 인연이 없어보였다고 함.
아무튼 그렇게 튕긴뒤로 2년동안 연락도 하지 않고 찾아오지도 않았다고 함.

엄마는 포기했겠거니 하고 신경쓰지 않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어떻게 찾아왔는지 엄마네 집에 아빠가 뙇!!
그리고 엄마앞에 의대합격서를 뙇!!
황당해하는 엄마손을 잡아끌고 다짜고짜 외할아버지 앞에 가서 큰절을 뙇!!

외할아버지 당황하셔서 어?어? 하시다가 그래 자네 이름이 뭔가? 한마디를 겨우 뱉었다고 함.
엄마도 후에 알았지만 그동안 아빠가 계속 엄마 남친 생길까봐 노심초사하면서 공부에 매진했다고 함.
아빠가 자기만 바라보고 열심히 공부해서 의대에 합격한거 보고 정말 감동했다고 함.
외할아버지도 당돌한 아빠가 마음에 드셨는지 교제를 허락하심.
엄마는 그때 패기쩌는 아빠 행동을 보고 은근 남자로 느껴졌다고...

그러면서 너는 니 아빠랑 비기면 한참 멀었어 라며 모쏠인 날 은근 디스...(하...엄마까지...)

그때 합격서를 펴보이면서 웃던 아빠 얼굴이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다고 하심.

사실 그뒤로 아빠 학교때문에 타지커플이 돼서 편지를 자주 쓰셨다고 함.(엄마는 직장다니고 계셨음.)


그리고 후일담인데 결혼하고나서 엄마가 날 임신했을때 썰을 또 풀어주셨음.
아빠가 장남이고 그때 집안이 가난했던지라 우리 부모님은 할머니를 모시고 고모하고 고모부에 삼촌까지 한집에 다 딸려서 살았다고 함.
엄마가 시집살이 엄청했다고 하심.

시골사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김장철이면 고추를 손질해서 말려야 하는데 온 집안에 고무장갑이 두개밖에 없었음.
또 가난했던 때라 고무장갑 사는것마저도 할머니에게 허락받아야 했다고 함.
그래서 고무장갑은 할머니와 고모만 쓰고 엄마는 맨손으로 고추를 손질함.
시댁들 앞이라 손이 매워도 내색 안하고 하루종일 고추를 손질하심.
밤에 이불속에서 쓰리고 아파나는 손을 감싸잡고 몰래 우셨다고 함.

그 우는 모습을 아빠가 본것임.
그런데도 아빠는 아무말도 없었고 달래주지도 않아서 내심 서러웠다고 함.
그렇게 한해가 지나서 또 김장철이 됐는데 멀쩡히 출근하던 아빠가 몸이 아프다고 청가를 내심.
그날 고추 손질하는 날이였는데 심심하다며 자기가 직접 고추를 손질할테니까 엄마랑 할머니는 방해된다고 다 쫓아내심.
그뒤로 김장철이면 고추손질은 모두 아빠가 맡아서 하셨음.
엄마 폭폭감동.

그리고 모든 시어머니들이 그러듯 할머니도 엄마를 탐탁치 않게 여기셨다고 하심.

어쩌다가 고깃국 끓였는데 엄마가 고기도 없이 맨 국물만 두사발 드시는데도 여자가 그렇게 고기 좋아하면 못쓴다고 핀잔하심.
그때 엄마가 나를 임신했는데 집이 가난해 과일 한개도 못드셨다고 함.
어쩌다 앵두 한알이라도 생기면 의례 할머니께 먼저 드려야 했다고...
그날 서러워서 아빠에게 몰래 투정했다고 함.
당신 애를 임신했는데 국물도 마음대로 못먹느냐고...
내가 무슨 과일같은걸 바라냐면서...

아빠는 또 듣는둥마는둥 돌부처모드였다고 함.
근데 이튿날 아빠가 출근하면서 오늘 큰 수술 있으니까 저녁에 많이 늦을거라고 하며 나가심.
엄마는 별 신경 안쓰고 그러겠거니 하고 밤에 먼저 잠자리에 드심.
근데 늦은밤 식구들이 다 먼저 잠에 들었는데 어느새 왔는지 아빠가 엄마를 흔들어 깨우심.
엄마가 비몽사몽하는데 아빠가 쉿! 그러더니 뭔가 큼직하고 둥그런것을 보여줌.
이게 뭐지? 하고 엄마는 아직도 헤롱헤롱하고 있고 아빠는 그것을 장농속에 숨기고는 엄마쪽에 한번 더 쉿! 하고는 발볌발볌 소리내지 않고 현관쪽으로 가심.
그리고는 우렁차게 "다녀왔습니다!!!"하고 소리쳐서 식구들 다 깨고 밤중에 뭔 소동이냐 간떨어지겠다고 할머니한테 등짝스매싱...

이튿날 식구들 다 출근하고 할머니는 마실가고 엄마만 집에 남아있는데 전날밤 아빠가 장농속에 뭘 넣은게 생각나서 열어봤더니...
수박이 뙇!!!
엄마 또 폭풍감동, 그리고 수박 남김없이 폭풍흡입!! 
껍질은 잘 포장(?)해서 쓰레기통 깊숙히 증거인멸!!!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과일중 수박이 젤 맛있음.

아무튼 오늘 엄마한테서 꽤 오래 아빠얘기 들으니까 참 좋았어요.
아빠는 3년전에 췌장암으로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암투병생활 하시면서 걷기도 힘드신데 한사코 직접 가구점에 가더니 화장대 하나 골라서 엄마에게 선물했습니다.
엄마는 평생 살면서 자신만의 화장대를 가져본적이 없다고 합니다. 
고모화장대를 눈치보면서 같이 쓰거나 손거울로만 화장하는걸 보고 아빠가 계속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에요.

술 좋아하셔서 맨날 주정하실때면 미웠지만 떠나보내고 나니 새삼 그립습니다.

마무리가 왜 이렇게 진지해졌지?
음... 여러분, 부모님 살아계실때 잘해드립시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