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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긴 글 써봅니다.
게시물ID : sisa_2992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제패토
추천 : 10
조회수 : 30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12/17 00:10:22

 마지막 토론회를 봤습니다.

후보는 확실히 자질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끝까지 지지해야 하는 분들을 보면서 마음 한쪽 구석이 참 쓰라렸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분들이 치열하게 사셨던 세상을 
저열한 '악'이 판쳤던 세상으로 규정하고 몰아 부쳤던 상황이 참 미안합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그 어려웠던 시대에 분명 많은 것을, 혹은 모든 것을 희생해서 멋지게 자식들을 키워주셨는데, 

그 자식 놈들은 배가 불렀다고 자신들이 살았던 때를 가열차게 비난하니 얼마나 억울하시겠습니까.

제가 바라던 정권은
어쩌면 그분들에겐 자신의 피땀으로 얼룩진 젊은 시절의 모든것을 바쳤던 존재적 가치를 무참히 부정당하게 만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회적 심판자가 될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문제인 후보는 국정수행을 잘 할 것이고, 그것을 보면서도 ㅂㄱㅎ가 상징했던 그 시대를 그리워 한다라고 언급하기엔 너무 젊은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할 테니까요



그래서 바꾸자고 하는, 바껴야 산다고 생각하는 나와 같은 분들께 감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정권만 바뀐다고 만사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갈등하고자 하는 마음도 바꿔야 합니다.


단지 나와, 우리와 뜻이 다르다고 해서, 그 분들이 사셨던 시대의 기억까지 몰수해서는 안됩니다.

설득이 되지 않는 다고 해서 퇴물 취급하는 것도 절대 안되며, 개념이 없다고 비꼬아도 절대절대 안됩니다. 
그것이 그분들의 실존적 가치였기 때문입니다. 


어디선가 우리가 투표라는 권리를 행사하게 된 이유는 민주투사들이 목숨바쳤기 때문이라는 글을 봤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분들의 피땀으로 우리가 이렇게 토론도 하고 민주주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음을 부정해선 안됩니다. 
역사는 연속성에 근거합니다. 즉 한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그분들의 실존을 부정한다면, 유구한 중국의 문화적 가치가 문화혁명을 톤해 한순간에 사그라들어 버린, 그런 역사 자체를 부정한 행동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 바뀐 정권에 희망을 노래하고 박수를 치며 춤 추고 있을 때, 
그분들은 그 춤추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과거에 저질러진 남의 잘못을 강제로 반성해야 하는 불행한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분명히 미래는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미래와 과거의 갈등의 해소는 오랜 세대의 흐름안에서 사회문화적으로 설득을 주고받으며 실행 해야지, 당장 앉은 자리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분명히 앞으로의 정부의 관념과 사회성은 과거의 정부와 달라야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관념과 사회성을 부정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적 개념이지, 과거사 반성 에 관한 얘기는 아닙니다.)

진정으로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라면, 

과거의 반성은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을 손가락질 하며 비난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옳지 못한 가치관이 내 마음으로 스며드는 것을 통제해야 하는 것이고, 
과거를 그리워하는 그 분들이 
현재와 미래에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드리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설득'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만, 토론을 보며 한참 말다툼을 벌인 어머니에게

그의 시대를 비난하던 제 자신이 너무 죄스러워서 한마디 썼습니다.


전 얼른 가서 사과드려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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