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인으로서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어제는 하도 더워서 저녁에 와이프랑 자동차 극장에 가서 디워를 봤습니다. 작년에도 이맘때쯤 자동차극장에서 괴물을 봤습니다. 원래 영화보는걸 좋아하는데, 애기땜에 1년에 한번 정도 자동차극장에서 괴물영화만 보게되는군요...ㅠ_ㅠ (저는 30대 중반에 벤처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영화쪽하고는 하등 관계도 없는 IT직종이지만 예전에 애니메이션 벤처 기업을 공동 창업하고 그랬던 경험도 있고, 또 가슴 한켠에 정말 세계에 이름을 떨치는 애니메이션 한 편 기획 하고 싶다는 꿈도 아직 남아 있는 사람입니다...) 요즘 하도 말도 많고, 흥행도 잘되고 전 국민이 한번은 봐줘야되지 않을까란 의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작년에 괴물 흥행할 때하고 비슷한 분위기 같더군요. 햄버거 사서 맥주 한캔 마시면서 봤는데... 피곤해서 그랬는지...중간 중간 졸았습니다. (제가 보러 가자고 그랬는데, 졸아서 와이프가 자꾸 옆에서 깨웠습니다.) 컴퓨터 그래픽(C.G)은 이미 관련 예고편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별로 신선하거나 스펙타클하게 느껴지지 않고, 내러티브는 편집의 실수인지 시나리오의 실패인지 몰라도 너무 전개가 끊어지면서 빠르더군요... 사건 전개만 빠르면 스피드감이 있는건줄로 알고 편집을 한건지... 아님 막대한 분량을 찍어놓고 상영시간의 압박으로 분량을 줄이다가 그렇게 된건진 몰라도 편집만큼은 너무 서툴렀던거 같습니다. 두돌 다 되어가는 딸내미는 좋아하더군요~ 뱀이 무서울텐데도 별로 무서워하지 않고 신나서 고함지르더군요... 역대 괴수영화도 무척 단순한 스토리였지만 마지막 도심 대 격투신의 클라이막스를 위해 서서히 분위기를 달궈가는 맛도 있고, 나름대로 주인공이 죽을랑말랑하는 서스펜스가 있는데... 디워는 그런 맛이 좀 덜했던거 같습니다. 암튼 그래도 C.G 기술 하나만은 정말 비약적으로 발전했더군요... 예전에 90년대 초에 486이나 586 컴터에 3D Studio로 렌더링 한번 걸면 몇일씩 걸리고 그랬던 시절도 생각나고... 그때 미국애들은 CG 작업할 때 대당 몇 천만원하는 워크스테이션 수 십대를 병렬로 연결한 렌더팜으로 렌더링한다는 얘기듣고 인프라의 엄청난 차이점을 절감하곤 했었죠... 사실 국내에서 개발된 3D 그래픽 소프트웨어 하나 없이 이만한 CG를 일궈낸다는게 참으로 대단한 일이긴 합니다. 요즘 CG S/W들이 워낙에 좋아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실 그만한 질감이나 운동감을 얻어내는게 무수한 시행착오와 CG 소프트웨어 자체의 커스터마이징을 거치지 않으면 힘든 일이거든요... 그래서 예전에는 CG 많이 쓰인 영화 한편 만들면 관련된 매터리얼과 라이브러리를 모아서 새로운 CG 소프트웨어가 하나씩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몇 십년전부터 핵미사일 만들고 달나라 가면서부터 축적해온 군사 시뮬레이션 기술이 바탕이 된게 헐리우드 C.G 기술인데 그걸 심형래 감독이 단 10여년만에 얼추 비슷하게 따라잡은 것은 그만큼 요즘 하드웨어나 미국산 C.G 소프트웨어들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평가하기로는 예전 우리 나라에서 설탕 만들던 S그룹이 반도체 만든거나, 드럼통 뚜드려 펴서 자동차 만들고, 암것도 없는 갯벌에 조선소 만들어낸 H그룹의 역사적 성과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지금 디워가 다진 기술력이나 문화적 영향력이 우리 나라를 문화산업 선도국으로 만든다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정말 그와 비슷할 겁니다...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고요... 앞으로 우리 나라는 미국의 ILM이나 픽사 정도는 안되더라도 옛날 홍콩 영화 시장이 와이어 액션은 꽉 잡았듯이 호주나 영국처럼 미국 다음의 CG 선도국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용가리 이후로 영구아트무비 출신들이 우리 나라 광고계나 영화계에서 CG 전문기술인력으로 많이 진출한 것도 사실이구요... 그런데, 역시 스토리는 별로였던것 같습니다. 스토리야 다른 블럭버스터도 다 단순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스토리는 단순해도 그것을 요소 요소마다 잘 풀고 양념을 잘 해서 얼마나 재미있게 하는 것이 블럭버스터로서의 관건인데... 요컨데 감자탕으로 치면 등뼈는 잘 삶겨졌는데 양념이나 채소가 좀 부족했다고나 할까요... 기획, 시나리오, 제작, 감독을 모두 혼자 해낸 심감독이 일견 대단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결국 사람의 한계를 가져다 오는 일이기 때문에 정말 제대로된 분업화 시스템을 앞으로는 정립해야 할겁니다... 그리고, 애국심 마케팅과 논란의 영향으로 국내 흥행에 뒷바람을 좀 받았다면 진정한 평가는 미국 등 해외 흥행실적으로 평가받으면 되겠죠... 해외에서 돈 많이 벌어오면 애국하는 거니까 애국심에 호소한 마케팅 좀 해도 되는거고... 해외 극장이나 케이블TV, 비디오, DVD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수익 창출은 가능할 걸로 보입니다. 또, 그래야만 하고요... 그래서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이제 한 1,000억짜리 프로젝트로 기획을 해도 해외 시장 진출용으로 제대로 만들어 보자는 투자 기반이 생겨날테니까요... 끝으로 인간 심형래의 끝없는 도전 정신과 불굴의 의지에 큰 존경을 보냅니다... 저라면 정말 그렇게까지는 못했을거 같습니다. 지금 제가 구상중인 시놉시스가 하나 있는데... 3부작인데, 정리해서 나중에 심형래 감독에게 한번 들고 가봐야겠습니다. SF라서 제대로 만들려면 편당 한 1,000억은 들지 싶은데...=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