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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풀어보는 중대보급병으로서 짜증나는 대목
게시물ID : military_411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eeEtranger
추천 : 2
조회수 : 384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4/08 21:22:00
본인은 11년도 1월부터 12년도 10월까지 전방의 기갑수색대대에서 중대 보급병으로서 근무했던 오징어입니다.

9여단(9연대)이라고 하면 대충 아시는 분들 있을 듯

다들 소총수 등 전투요원으로 열심히들 근무하시고 빡세게 훈련 뛰는거 알고 있는데, 보급병으로 일하면서 겪었던 애로사항 몇가지를 말해볼까 합니다.








1. 보급





전방+직할대대+기계화 버프로 위에서부터의 보급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보급병으로부터 병사로의 보급=_=

보급병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뭔가요? 네. 부식과 생필품이 꽤 큰 이미지를 차지할 겁니다.







문제는 본 부대가 기갑수색이었다는 점입니다. -_-






일과시간에는 중대가 텅텅 빕니다. 수령해온 부식과 생필품을 불출하려 해도 중대에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면 일과가 끝나고 개인정비 시간을 이용해 불출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저희 중대는 간부들이 정말 개념이 잡힌 분들이 많았어요 =_= 소위 말하는 참군인들이었단 말이죠.

저를 불러다 한마디 합니다. 왜 일과시간에 일 안하고 개인정비시간에 중대원들 쉬는데 불출하냐. 너도 힘들고 받으러 오는 쟤네도 힘들지 않느냐.



네. 맞습니다. 맞는 말이죠. 중대원들도 쉬어야죠 ㅠㅠ 일이병 때는 이걸로 마음고생도 참 많이 했어요. 

한창 일하던 일병때는 에라 그냥 내가 다 갖다가 자리에 놓자 해서 생활관 다 돌아다니면서 하나씩 놓고 다니기도 했었답니다.

그래도 나중에 짬이 차고 일 처리가 빨라지니 그냥 소대별로 수 맞춰서 분배해서 다용도실 구석에 놔두고 

오후일과 집합때 소대별로 가져가라고 말하는 식으로 처리가 되긴 하더라구요.




2. 보급품 관리



사실 가스조절기 분실은 의외로 잘 일어나지 않고, 문제도 안 됐습니다. 

1) 중대원의 절반은 K2가 아닌 K1이나 K5를 썼고
2) 설령 잃어버렸다 해도 가스조절기 재고는 차고 넘쳤으며
3) 총기 담당은 병기계가 했거든요 =_=)a



문제는 장구류입니다. 

보급병으로 군생활 하셨던 분들은 알 겁니다. 전산재고와 실제재고는 절대로 맞는 일이 있을 수 없습니다 -_-;

훈련도 아닌데 대체 이 좁은 대대 안에서 무슨 분실이 그리 많이 일어나는지 놀라울 지경입니다 -_-

가장 많은 경우는 방탄헬멧입니다. 빨아서 건조대에 널어뒀는데 누가 뽀려갔다 이거죠 -_-;

심지어 방탄헬멧 본체(!)도 털리는 경우가 몇번 있었습니다. 내가 방탄헬멧 수량 맞출라고 얼마나 개-_-지랄을 하고 다녔는데!!

품목도 다양합니다. 방탄헬멧, 베개피, 모포, 전투조끼(!), 침낭(!!).... 

자기는 건조대에 말리고 있었는데 누가 뽀려갔다면서 울먹이는데 갈구지도 못하고 어쩝니까... 마르는거 하루종일 지켜보고 있으라고 할 수도 없고..ㅠ




이 때는 두 가지의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뽀리는 거죠. 슬쩍 한다 이겁니다. 우리 중대에서 없어진 물건은 분명 다른 중대에 있을 테니까요 =_=

대놓고 뽀리는 건 아니고, 주간정비 후 오일과 끝난 후 몰래 차량호에 올라가 놓고 온 물건이 있는지 뒤져보거나

대대에서 중대원 물건 받아올 때 몰래 한두개씩 더 챙겨와서 전산보다 실제재고를 슬금슬금 늘려놓다가 쓰곤 하죠.

어차피 대대 군수과는 전산재고 삭제권한 있으니까....(미안해 대대보급계 ㅠㅠ)




또 다른 하나는 폐처리입니다. 재고에 안 잡히는 폐급 물건들을 미리미리 쟁여놨다가 대대에 폐처리로 반납하고 중고로 하나 받아오는 거죠.

언제 한 번 군장 대란이 난 적 있는데, 군장 하나를 몸체랑 등받이로 분리해서 따로따로 폐처리해서 군장 하나로 두 개 받아온 적도 있습니다 -_-b

(얼마 뒤에 군장 재고 산정기준이 몸체/등받이/허리받이/어깨끈으로 세분화되더군요. 제기랄-_-)



분실도 분실이지만, 중대원들이 잘못된 지식으로 장구류를 버리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일일상태검사라고 해서 장구류를 일주일에 걸쳐 매일매일 몇 종목씩 닦아서 새것처럼 유지하는 것이 있습니다.

수요일이 방탄헬멧이라고 하면, 중대원들은 수요일 일과 끝나고 개인정비 시간에 방탄헬멧을 세척해서 흙먼지를 닦아낸다거나 하는 건데요.

새로 보급해 준 가죽으로 된 방탄내피를 물에 담가서 불린다든가, 

우의를 세탁기(!)에 뜨거운 물(!)로 돌린다든가, 칫솔로 문질러(!) 닦는다든가. 니들이 코팅 다 벗겨놓고 우의에 물 샌다고 하지 마 얘들아 ㅠㅠ

대대에 지랄해서 받아온 보급품들이 저렇게 망가지면 참....속상합니다.

전 중대원들이 깨끗하고 좋은 장비 쓰게 해 주고 싶다구요.



3. 정치



기갑수색중대의 본부소대는 본부분대+정비분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본부분대는 인사/병기/교육/유선통신/무선통신/레토나 운전병/장갑차 운전병으로 이루어져 있고,
정비분대는 전차정비병1/2/3/두돈반 운전병/구난전차 운전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본부소대의 '소대장'은 행정보급관입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소대장 역할을 하는 사람은 정비반의 통신정비관입니다. 행보관은 행정반에만 있으니까요.





두 간부의 계급은 둘 다 상사고, 행정보급관은 중대 서열 1위고 통신정비관은 중대 서열 2위인데, 둘이 사이가 정말 안 좋습니다.









문제는 이 고래 두 마리 사이에 보급병이 한 마리 새우가 되어 등이 터진다 이겁니다 -_-






보급병은 일과시간에 행정반에서 일합니다. 보급병이란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행보관 오른팔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일은 행정반에서 하면서 분대는 정비분대에 속합니다. -_-



통신정비관이 하루가 멀다하고 저를 갈굽니다. 



'너 행보관 끄나풀이지? 이새키 이거 이번 휴가 나갈 수 있나 보자'


'저한텐 정비관님밖에 없습니다 ㅠ.ㅠ정비관님 제발..'





발전기를 옮긴다든지 솔벤트를 가져온다든지 하는 일이 있어 정비반에 일손이 부족해서 행정반 계원들 좀 빼가려고 하면 

행보관이 샤우팅을 시전합니다.



'야 새키야 왜 정비반 일에 본부 애들을 빼갈라고 해? 너네끼리 가서 해결해'

이렇듯 애매한 보급병의 위치 때문에 상당히 많은 정치질을 해야 했습니다. 동유럽의 친미 국가랑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행보관과 통신정비관의 임무지시가 상충될 경우에는? OX퀴즈입니다. -_- 가까이에서 실권을 잡고 있는 통신정비관이냐, 서열상 위에 있는 행정보급관이냐.

잘못 찍으면 한쪽에서 샤우팅이 날아오죠. 둘 다 성격이 불 같은데 '행정보급관/통신정비관이 이거 하라고 했습니다.'라고 말하면?

상상에 맡깁니다...




여러 가지 더 있는데 쓰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져서 여기까지만 쓸게요.

보급병으로 군생활 했다면 주위에서 꿀빨았다고들 하는데, 중대보급병은 결코 꿀이 아닙니다 ㅠㅠ 

다른 보급병 출신 있으면 리플로 다른 썰들 풀어봅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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