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지난 4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한 첫 TV토론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전두환 정권에게 받은 6억 원’에 대해 묻자 “당시 아버지도 그렇게 흉탄에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들과 살 길이 막막한 상황에서 배려하는 차원에서 준다고 했을 때,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그것을 받았다”고 말했다. 6억 원은 청와대 비서실 금고에서 보관돼 있던 돈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아파트 30채 정도를 구입할 수 있는 거액이었다.
박근혜 후보는 ‘어린 동생들’을 이유로 들었지만 동생 박근령씨(육영재단 어린이회관 이사장)의 증언은 박 후보의 말과 달랐다. 박근령씨는 언니 박근혜 후보를 적극적으로 변호하면서도 돈의 용처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더군다나 근령씨는 이 돈을 만져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밤 서울시 가양동 모처에서 만난 근령씨는 “언니가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박근령씨는 6억 원을 ‘통치자금’, ‘눈 없는 돈’,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라고 말했다. 근령씨는 지난 68~69년께 패스만 미국 하원의원이 육영수 여사에게 25만 불을 줬지만 정수직업훈련원 건립에 사용했고, 박 전 대통령이 포항제철 건립 과정에서 받은 돈도 포항공대를 만드는데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버지가 살아계셨더라면 공(公)을 위해 사용하셨을 것인데 집행하지 못하시고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6억 원의 사용 용처에 대해서도 박근령씨는 추측만 할 뿐이었다. 근령씨는 돈의 사용처를 청와대에서 나올 때 ‘이사 비용’, 박정희 전 대통령 ‘유품 정리 비용’으로 추정했다. 그는 “우리가 (청와대에서) 이사 나가는데 돈이 들었지 않았겠느냐. (이사하는데) 도와주는 사람 있었나? 아버지 기념사업, 모든 유품을 정리해야 하고… 그게 모두 경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린이회관 시설 보수에 사용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근령씨는 “언니는 공과 사를 분명히 하는 사람”이라면서 “돈의 성격에 따라서 (아버지의 기준) 거기에 준하는 사용처에 쓸 분인데 어떻게 개인적으로 (쓸 수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6억 원’은 “국민의 세금이라든가 그런 돈이 아니기 때문에 언니로서는 가족 걱정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언니가 바보인가? 돈의 성격도 모르고 가족이 쓴다(는 것은) 용납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1차 토론 이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은 박근혜 후보에게 6억 원의 용처에 물으며 사회 환원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6억 원을 재산으로 신고한 적이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박 후보가 10일 2차 토론에서 사용처를 밝히고 사회 환원을 약속할지 주목된다.
다음은 ‘6억 원’ 관련 인터뷰 전문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친동생 박근령씨는 지난 총선 자유선진당 국회의원 후보였다. 근령씨가 출마한 지역은 충북 보은ㆍ옥천ㆍ영동이다. 특히 충북 옥천군은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다. ⓒ연합뉴스 |
“대통령은 통치자금이 있다. 통치자금 없는 대통령이 어디 있나? 말해보라. 아버지 보고 훌륭하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통치자금, 정치자금을 얼마나 자기 주머니로 넣지 않고 사회로 환원시키느냐, 사회를 위해 썼느냐, 거기서 아버지가 청렴하다고 듣는 것이다. 아버지께서 살아계셨으면 그 6억을 사회를 위해 쓰실 것인데 그 돈을 다 집행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본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느냐면 68년인가 69년도에 패스만 미국 하원의원이 한센인병 정착촌 찾고, 소록도도 가면서 좋은 일을 하는 영부인이 따로 쓸 수 있는 돈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어머니께 ‘이건 당신이 혼자 알아서 써라’라면서 줬다. ‘눈 없는 돈’이라고 하나? 단체나 국가를 끼고 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에게 25만 불을 줬다. 거기서 1만 불도 안 남기고 그대로, 우리가 가난한 이유가 그것이다, 그대로 아버지와 의논하셔서 정수직업훈련원을 만들었다. 우리는 산업화 과정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기술을 축적해야 하는데 직업훈련원을 만들어 기술자를 양성하려 했다. 그때 ‘일인일기(一人一技)’라고 해서 아주 기술자 우대하던 시절이다. 어머니가 탈탈 털어서 그렇게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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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있다. 칼빈총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버지가 무기를 샀다. 무기회사에서 아버지에게 ‘고맙다’면서 ‘이건 공식적으로 나가는 커미션이니 유용하게 쓰라’면서 얼마를 줬다. 처음에 아버지께서 그걸 사양하셨다. 그랬더니 그 사람(군수업체)이 ‘너한테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다 똑같이 주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이 돈을 내가 받을 테니 이만큼에 해당하는 무기로 바꿔 달라’고 했다. 그 사람이 아버지에게 감명을 받아 어딘가에 인터뷰를 했다. 그게 그대로 알려졌다.
그리고 포항공대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느냐. 포항제철 만드는 과정에서 아버지께서 외국에서 시설을 들여왔다. 박태준 회장님이 ‘이건 공식적인 커미션이니 나라 발전을 위해 쓰시라’고 했더니 아버지가 ‘이걸 이대로 쓸 것이 아니라 학교를 하나 만들라’고 했다. 그래서 포항공대가 만들어졌다.
그런 아버지고 그런 어머니신데 그걸 굳이 6억 원을 가지고… 내가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 지금 20억은 사탕값이더라. 지금 모대통령 부인 수표가 600억 짜리가 돌아다니고 있다. 그런 비판을 이정희씨가 한다면 천벌 받는다.”
-박근혜 후보 말대로 생활비로 사용했나.
“박 후보가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나는 잘 이해가 안 된다. 그런 돈은 아버지께서 유용하게 쓰려고 한 것이니까 언니가 잘못 알고 한 얘기라고 느껴지는데 그렇게 큰돈이라면 아버지라면 (사회를 위해) 그렇게 쓰셨을 것이다.”
-시민들은 그 6억 원을 박근혜 후보가 어떻게 썼는지를 궁금할 수 있다.
“언니는 공과 사를 분명히 하는 사람이다. 그 돈의 성격에 따라서 (아버지의 기준) 거기에 준하는 사용처에 쓸 분이다. 어떻게 개인적으로 (쓸 수 있나?). 아버지는 어떤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족보다는 공(公)을 위해 쓰셨을 것이다. 언니가 어떤 차원에서 얘기를 했는지 잘 모른다.”
-6억 원은 어떤 돈인가.
“공식적인 커미션인지 그것도 모른다. 언니는 쓸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하니까 가족 얘기를 했지, 그것이 공적 자금이라면 절대 그렇게 얘기 안 했을 것이다. 가족이 써도 상관없는 돈이라고 알았기 때문에 언니가 그렇게 얘기한 것이다. 공적 자금이라면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언니는 아버지가 그렇게 돌아가시고 막막하니까 ‘이건 아버지가 받으신 당당한 커미션이라면 아버지도 어머니도 안 계신데 먹고 살아야지, 동생들 부양도 해야 하고…’ 그런 각도에서 말을 한 것이다. 그건 공적 자금이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니가 그렇게 말할 리가 없다. 그냥 써도 상관없는 돈(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부인이 일일이 사람들을 만날 때 쓰는 돈을 한 부처에서 받아서 쓸 수는 없지 않나.”
-넓은 의미에서 보면 통치자금이라는 것인가.
“그렇다. 그리고 국민의 세금이라든가 그런 돈이 아니기 때문에 언니로서는 아버지, 어머니도 없는 상황에서 가족 걱정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언니가 바보인가? 돈의 성격도 모르고 가족이 쓴다? 그건 용납도 안 되는 일이다.”
-박근혜 후보가 동생 지만씨와 박 이사장을 위해 사용했나.
“그걸 내가 어떻게 아느냐. 내가 알기로는 사적인 부분이고, ‘언니, 어디에 썼어?’라고 물어볼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청와대에서) 이사 나가는데 돈이 안 들었지 않겠느냐. (이사하는데) 도와주는 사람 있었나? 아버지 기념사업, 모든 유품을 정리해야 하고… 그게 모두 경비다. 기념관은 금세 생기지는 않았어도 유품 정리해야 하고, 서류도 정리해야 하고, 미국 같은 데서는 도서관 형식으로 만든다. 대통령으로 있을 적에 알아서 사저도 준비해놓고….
나는 아버지 경호실에 계셨던 분들 보면 마음이 아프다. 정말로 거리에 돌아다니면서 병품을 팔고 다녔다는 얘기도 들었다. 보통 도로공사 같은 국영기업체에도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하는데 아버지는 갑자기 돌아가셔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우리도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살아가는 생존권이 필요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아버지 유품 때문에…. 어린이 회관도 큰 영애가 계실 적에 시설도 보수하고, 그때 회관이 가난하다 보니까 대통령이 살아있으면 기금도 들어오고 하는데 이사장이 직접 내기도 해야 하고, 그러니까 육영재단이 유지된 것 아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