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제 막 2주차 들어가는 풋내기 커플입니다.
어제쯤 하여 거사(?)를 치루게 되었는데...
남친이 첫 경험이고 나이도 적지는 않다보니 잘 서지를 않았습니다.
저는 처음 할 때 심리적인 불안함에 발기가 잘 되지 않기도 한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은 안썼어요.
뭐 다음에 또 시도하면 되지란 느낌으로..
그런데 남친이 옷을 벗어보라고 하더라구요. (상의를 입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저는 좀 민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별거아니지란 생각에 응해줬어요.
그런데..... 저보고 시각적인 자극이 안된다는 얘기를 하는거예요....ㅠㅠ
전 살면서 이런 말을 들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연예인 뺨 칠 정도는 아니지만 어디 가서 볼륨감있다거나 라인이 좋다는 소리 꽤 듣는 편이고
어렸을때 외모 트라우마가 있어서 스스로도 관리하려고 굉장히 노력해요 ㅠㅠ 계속 다이어트중이구요.
제 연애사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남친들은 몸보고 칭찬을 하지..
이런 반응을 보인 사람은 처음이었어요...ㅠㅠㅠ
그래서.. 제가 정신적 충격과 수치스러움에 열받아서 남친한테 화를 내야 정상인건데...
문제는 화가 별로 안 나요.....;;;
처음에 그 말을 들었을 땐 좀 충격이긴 했는데.. 찬찬히 보면 남친 상황도 이해가 가는거죠..
이성과의 접촉이 30대 중반까지도 없었던 대현자님인데다.. 열을 알려주면 하나만 해결하려는 천연 공대생이고.. 첫 경험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실망시키면 안된다는 긴장되고 두렵기도 한 상황에서 발기가 잘 안되다보니
시각적인 자극이 있으면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문제해결적인 태도 취했던거 같고요.
(실제로 본인이 나중에 사과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제 몸이 섹시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틈이 없었던거지요.
그런데 저도 여자이고.. 이쁘다란 말 한마디도 좋지만 백마디하면 좋은 건데 왜 나는 생각을 못해준걸까..ㅠㅠ
거사를 위해서라면 발기가 중요할지라도 연인인 내가 우선이 아닌가.....
차라리 그 말을 안했으면 안된걸까.. 날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기는 하나?란 생각도 들어요.
평소 남친은 너무 둘이 대화도 잘맞고 죽도 잘맞아서 소소하게 드립치고 노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그런 사람인데
어제 저녁에는 너무 당황하고 충격이어서 헤어져야하나까지 생각했었네요.
결국 제가 너무 당황하고 정색하니까 뒤늦게 본인이 말실수한 남친이 너무너무 미안해하면서
본인이 실수한거 인정하고 네 몸을 평가하려는 의도에서 얘기한건 아니다라고 싹싹 빌긴 했어요. 저도 섭섭한 마음 다 털어놨구요.
그런데 저는 남친한테 화가 나기보다는 제 스스로한테 화가 나요.
아예 화내버리고 헤어져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상황인데 다른 좋은점이 많아서 그러지도 못하겠고.. 남친 상황도 이해가 가니까 짠하기도 하고..
섭섭하고 서운한 마음도 있고..ㅠㅠ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시간을 두고 좀 더 생각해야할지.. 그냥 모르겠네요.
두서없이 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