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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 여자 이야기(16).
게시물ID : love_409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35
조회수 : 1757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8/02/05 22:15:45
가을이 되었다. 
나에게 반팔은 4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입는 복장이지만,
몸이 냉한 체질인 D는 9월 1일부터 긴팔로 환복을 했다.

알바-공부-알바-휴식-오빠저녁밥-알바-수면 이던 D의 생활패턴도 바뀌었다.




"아!!!! 인턴 하나 꽂아줘요!!!"
"쥐뢀마!!! 니가 채용담당이야 뭐야?"
"작년까진 채용도 병행했잖습니까. 거 우리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모르는 사이고 쥐뢀이고, 대졸이상으로 뽑을라는데, 몇살?"
"대학교 2학년."
"쥐뢀드풍년백작님이세요?"
"아. 거참. 언제부터 우리가 그렇게 조건따지면서 채용했어. 아. 쫌. 형."
"차장님이라고 불러 임마."
"근로장학생 뭐 이런걸로 안 뽑아?"
"장학생을 대학교가 뽑지 우리가 왜 뽑아. 멍청아."
"아. 글타. 아 쫌!!!"
"시끄러. 나가나가. 왜 갑자기 이 층에 코빼기도 안뵈던 놈이 들어오나 했더니, 인사청탁을 해??? 나가임마."
"쳇. 두고 보자. 인사팀 예산 0하나씩 깔거다. 쳇."
"야!!! 그건...야!!! 너 예산 안잡잖아."
"흥칫핏!!! 영업한다고 짜잘한 복수 못할줄 알고!!! 두고 보자!!!"
나는 그렇게 나가면서 차장님 책상 위의 사탕통을 들고 냅다 뛰었고, 그거 안내놔!!!라며 차장님은 쥑일 기세로 또 쫓아왔다.




"집세 한달만 봐주라고???"
"...네."
"뭐 계약서 쓰고 들어온것도 아닌데, 뭘. 주고 싶을때 줘. 근데 왜?"
"...등록금..."
"...하??? 그렇게 잘 시간에 못자고 놀 시간에 못 놀면서 뼈가 부서져...아니. 저번에 너땜에 내 뼈가 부러질 뻔했지. 참....라 일했는데도 부족해? 좀 봐도 돼???"

등록금 고지서를 보니, 기가 막혔다. 
그 와중에 성적장학금을 받았더라. 
그리고, 그 정도로 알바를 해댔으면 충분히 매우고도 남을 금액인데...

내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D를 보니, 짠했다.
등록금때문이 아니라, 당장 이번달 방세 30만원을 못내서 고개를 푹 숙인 D.

"이번 등록금 오빠가 내줄께. 공부해. 그냥. 이 정도면 나 저번 성과급으로 내고도 남어."




우리가 워낙 투닥투닥하며 정든 사이이긴 한데, 그 날 정말 대판 싸웠다.
그걸 오빠가 왜 내줘요. 방세 한 달만 미뤄달라니까.
그 등록금받고, 차라리 공부해서 전장을 받던가!!! 왜 자꾸 몸버려가면서 힘들게 살아!!! 내가 빚내서 내준대??? 그리고 내가 공짜로 줄 것 같아??? 차라리 사채를 쓰고 말지. 라고 후회할 정도로 이자쳐서 받을거라고!!!!

뭐 이래저래 고성이 오갔다.




내가 어디가서 큰소리치는걸 그닥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D를 보고, 에이썅!!! 하고 현관을 나섰다.
예전같았음 술을 진탕 빨았을건데, 이제는 점점 습관처럼 아파트 상가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커피...1000원짜리 아메리카노 얼음 500원 추가해서 쭉쭉 빨고 앉았다.

당췌 흥분이 가라 앉질 안았다.
아니, 그거 뭐 얼마나 한다고. 내가 뭔 지 3학년 4학년꺼 다 내준대??? 집세까지 못낼 정도면 그냥 등록금 내줄께. 집세내고 맘편히 집에서 지내고, 남은 돈으로 도서관에서 책 빌리지말고 새 책 사서 공부하면 얼마나 좋아. 라고 투덜투덜대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옷을 잡아 당긴다.

아씨 뭔데?하고 보니, 옷자락으로 대충 눈물 닦고 나온듯한 D가 서 있었다.

"...왜?"
'들어와서 자. 오빠 출근해야하잖아."
"너는 뭐 내일 출근 안하냐? 그리고 내가 애야? 때되면 어련히 안 들어갈까."
"안들어올것같이 나갔잖아."
"안들어가긴. 집에다 들인돈 아까워서 어지간히 지방출장아니면 집에 들어가서 자는 사람이구만."
"그러니까 얼른 들어가서 자."
"가서 음료수 하나 사와. 너 마실거."
"됐어. 얼른 들어가자."
"...사오셔...너 또 제일 싼거 고르지말고, 남이 사줄때는 내 돈 주고 사먹기엔 그랬던거 사먹는거여."

보나마나 바나나우유 사오겠지. 
역시.

나는 커피는 다 마시고 얼음녹은 물만 쭉쭉 빨아재끼고, D는 항상 그렇듯 그 시원한 바나나우유를 정말 천천히 아껴마셨다.

"내가 해본적은 없는데..."
"음???"
"야...뭔 부부싸움 한거 같냐-_-"
"푸우우우웁!!!"

내 앞에선 워낙에 빈틈없는 모습만을 보이던 D가 그렇게 무너졌다.
쇼윈도에 바나나맛 우유를 뿜어버렸다.

"...애쓴다. 애써. 나 웃기려고. 닦아. 코로 나온다."

D는 내가 건네준 휴지로 얼굴을 닦으며. 다른 손으로는 내 어깨를 막 때린다.
남은 휴지에 남은 얼음 꺼내올려서 끈적끈적해지기 전에 쇼윈도에 튄 바나나우유를 닦아내고 나서, 더 안때리길래 왜???하고 봤더니,
D는 무릎 사이에 양손으로 바나나우유를 꼭 쥐고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있다.
"...지금 그거 반성모드면 강아지처럼 한 손을 촥!!! 내밀라고. 그럼 나는 그럼 안돼!!!하고 콧잔등 한대 때려줄테니까."
"...콧잔등은 맞기 싫구...안그래두 코 납작한데..."
"너가 납작한게 아니라, 남들은 세운거지. 코만 보면 아주 한민족이여. 다들 고만고만하게 시공하거든. 넌 딱 예뻐."

여자애는 여자애. 
그 예쁘다는 말에 귀까지 빨개져있다. 

"미안해...오빠는 나 도와주려고 그런건데..."
"시원하게 거절당했으니 됐어. 이제 달래도 안줘. 흥청망청 탕진할거야. 은행에다 다 꼴아박아서...1년 뒤에 세금떼고 한 2만원 이자받을거야."
"나도 달라고 안해...방세. 한달만 유예해줘."
"알았어. 한 1년쯤 유예해도 돼. 나도 그 이상은 안돼....(정들어. 안돼.)"
"고마워..."
"고마우면 이제 고만 인나자. 너 몸 차잖아. 전기장판이든 보일러든 켜고자. 내가 항상 말하는데 너 그거 좀 켜고 잔다고 관리비 오른거 테도 안나니까 켜고 자. 옷에 깔려 죽겠더라."
"나 자는거 봤어?"
"그럼 방문을 좀 닫고 자-_- 너는 잘때보면 너무 긴장을 풀어. 오빠도 남자니까 조심 좀 해줘. 숙녀답게 행동하라고."
D는 겨우 미소를 짓고 대답하기 곤란할때마다 그래왔듯...또 내 어깨를 친다. 
안 아프게 치는거 보니까 마음이 적잖이 풀렸나보다.

"오...첨보는 술. 사갈까???"
"또또또. 안돼. 얼른 집에 가자."
"니가 내 마누라야? 니 등록금만큼 돈남았는데 이것도 못사?"
"안돼. 글쎄. 얼른 가자."

우리가 여지껏 이런저런 스킨십은 어영부영해왔는데, 
그날 우리는 처음으로 손을 꼭 잡았고, 나는 질질 끌려나왔다. 힘쎄더라.




"야."
내 책상위로 툭 놓이는 서류봉투.
"...뭡니까? 왜 사직서를 저한테 내세요?"
바로 들어오는 헤드락. 그럴줄 알고 얼른 왼손을 들어올린 터라, 바로 빠져나왔다.
"어쭈. 이놈보게. 야. 그거 인턴채용서류여. 확정은 아닌데, 팀장님 부장님께 보고드렸더니, 뭐 어차피 임원면접도 있는데 알아서 걸러지겠지. 한번 보라고 해. 라시더라. 작성해와."
"오~인사차장님. 빠와가 있으셔."
"글쎄 확정된게 아니라니까."




는 개뿔. 
그렇게 D는 화수목 저녁, 토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우리 회사 사무직인턴으로 채용되었다.

이 탄력적인 근무시간은. 우리 엄정하신 상무님께서, 사정을 듣고, 
시간표 줘봐요...화수목 왜 오후에 수업이 없어??? 아...아르바이트...그럼 그 시간에 아르바이트하면 얼마 버나???...
그럼 그 알바 다 그만두고 여기서 일해. 자료입력하고 서류정리하는 정도겠지만, 그 시간에 알바하는것 이상으로 쳐줄께. 
김부장. 이거 그렇게 처리할 수 있는지 확인 좀 해주고, 가급적 최대한 배려해서 이 인턴은 그렇게 채용할 수 있도록 힘 좀 써봐요.
라고, 하셨다고 한다. 면접자리에서.

차장님이, 아...우리 낙하산으로 잘 안뽑는데...라면서...이거 김과장이 떼써서 일단 서류는 받아준거라고 언질을 했다한다.
사장님은, 면접무서버. 안뽑아줬다고 나 떼찌하면 어떡해. 상무야. 니가 막내니까 니가 가서 봐라. 라고 떠밀었고,
역시나 대학교때 고생 무진장 하셨다는 상무님은. 넌 그냥 일단 채용. 하고 뽑으셨다 한다. 

기왕이면 이력서 한 줄 올라갈정도로 일하라고 하시면서.




"뭐? 우리 회사 그렇게 물렁한 회사야?"
"야. 니가 과장달고 버티고 있음 말 다했지."
"희망퇴직받으면 뒤도 안보고 내야지. 아무튼 형. 아니아니. 차장님. 고마워요."
"그냥 니 추천이라고만 했어. 그리고 아가씨가 되게 똘망똘망하더라. 대답도 잘하고. 뽑힐만해서 뽑힌거여. 그러니까 난 소고기."
"그래 먹어라 먹어. 내가 살께 형이 계산해."




솔직히 우리 회사 인턴오면 일 못배워. 맨날 잡일만 하거든. 일배운다는 생각은 하지말고, 안시킬때 그냥 너 공부해. 다들 그러고 나가. 여기서 그러고 있다가 공무원 붙은 사람도 있었어. 진짜로. 뭐 단박에 인턴채용됐다니까 내가 좀 놀랬다잉....뭐 먹고 싶냐고??? 김치찌개나 덮혀놔. 애가 안쓰던 돈을 쓸려고 그러네. 뭐??? 그래도 사주고 싶어??? 올때 배맛 쭈쭈바나 하나 사와라. 고기??? 까불지 말고 깡깡 언 걸로 하나 사와. 고맙긴 뭐가 고마워. 면접 본 차장님이 너 면접태도가 너무 좋았대. 니가 잘해서 된거여. 왼손은 거들 뿐이지. 오냐오냐. 달달달달 떨면서 애기하지 말고, 오빠가 기프트콘 하나 아니아니 두개 보내줄께. 너 학교친구...그 누구지??? 너 절친. ㅇㅇ 갸랑 가서 양탕국 한잔 해. 어 끊는다. 오빠 바이어온댄다. 오냐오냐. 바이어오면 저녁먹고 들어가니까 늦어. 알바하는데에다가 사정 잘 설명하고. 어. 아. 거 고맙단 말 고만하라니까. 끊는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본다.

그 때, 소리치며 싸우던 그 날. 
야. 너 그렇게 돈 벌어서 도대체 어디 쓴거야???라고 물었음. D는 그날로 짐싸고 나갔을거다.

















그리고 우리의 짧은 사랑은 시작조차 안했겠지.




















출처 내 가슴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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