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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의 글
게시물ID : sisa_2760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꽃머슴
추천 : 1
조회수 : 25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12/09 22:20:10

https://www.facebook.com/bobby.chung.374/posts/2544743114216

 

같이 음악했던(지금도 하는)친구의 글입니다.

가슴이 뜨거워져서 알리고 싶어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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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12월 19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합니다.

부산 출신이면서도 경상도 아재 중에 이렇다 할 롤 모델을 찾을 수 없었던 제게, 점잖고 합리적인 문재인 후보는 뒤늦게 나타난 이상형과도 같습니다. 또한 참여정부 시절 보여준 청렴하고 강단 있는 모습은 정치에 관심이 많던 저와 제 친구들 사이에서 이미 오랫동안 화제가 되어 왔습니다. SBS '힐링 캠프'에 나오기 전부터 그는 제게 있어 스타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전업 뮤지션이자 한 사람의 음악 애호가로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제가 살고 싶은 나라는 재능과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뮤지션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자신에게 맞는 자리에서 기회를 펼칠 수 있는 그런 나라입니다. 이를테면, 자신이 만든 곡의 수익을 음원 유통회사가 후려쳐 가지 않는 나라입니다. 정부가 책정한 예산을 공무원들이 자신과 연줄이 있단 이유로 쓰레기 같은 음악과 의미없는 행사에 돌리는 일이 없는 나라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지론처럼 정부가 문화를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에 앞으로 더 좋은 음악이 나오고 다양한 색깔을 가진 아티스트가 등장하려면 가장 시급한 것은 기초생활보장과 음원시장개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수의 일부를 제외하면 뮤지션들은 대개 자기 음악만으로는 생활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녹음과 연주활동을 병행하려면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하는 일반적 직장 생활도 병행하기 힘듭니다. 방송에 출연하지도 않고 블로그 배경음악으로 깔리지도 않지만 자신만의 미학을 성취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시간제 알바입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차원의 컨텐츠 기금 따위가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과 유사시 생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사회안전망입니다. 저는 박근혜 후보보다는 문재인 후보가 이에 대한 의지가 더 확고하고, 참여정부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대책도 갖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음원시장문제도 시급합니다. 음원시장이 없었을 때 씨디 한 장을 팔면 만원이었으니 대략 곡당 600원에서 1000원 정도의 값어치는 있었습니다. 지금은 월 정액 다운로드제 등으로 인해 이의 반의 반토막도 안됩니다. 물가는 올랐는데 노래값은 오히려 곤두박질 친 것입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음원회사들의 편의와 확장만을 고려한 무제한 스트리밍으로, 한달에 몇천원만 내면 원하는 거의 모든 곡을 거저 들을 수 있게 되어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고 크게 꽃피울 수 있는 음악은 결국 음악 외적인 활동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아이템들입니다. 한마디로 현재의 음원시장은 음악을 팔아 음악을 소외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 분들 말을 들어보면 상황은 녹록치 않다고 합니다. 뒤에 대기업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후보만이 대기업의 횡포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문 후보도 현재와 같은 극단적인 대기업 중심 경제에 책임이 있습니다. 그가 재직했던 참여정부 동안 대기업 편중과 양극화가 심해진 것은 후보 본인도 인정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결국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중 한 사람이 됩니다. 저는 박근혜 후보보다는 문재인 후보가 지금의 음원시장을 개편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합니다. 두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를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있지만 박근혜 후보는 전통적인 지지층의 반발 때문인지 꽤 많이 물러선 모습입니다. 특히 기존순환출자는 인정하되 신규순환출자만 금지하자는 입장은 결국 현재 재벌들이 누리고 있는 기득권은 인정하자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보다 더 강력하고 선명한 노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언론과 정치평론가가 동의하는 사실입니다. 또한 수차례 ‘음악시장 정상화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지난 10월 19일에는 음원가격 정상화를 포함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도 문재인 후보가 속한 민주통합당의 최재천 의원입니다. 최재천 의원은 현재 문재인 후보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습니다. 문재인의 정부가 들어서면 적어도, 합리적인 선에서 손에 잡히는 변화가 일어날 기대라도 가져볼 수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정치 정책적으로 많은 결정을 내리는 자리이지만 동시에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5년간 그를 뽑은 사람들의 정서와 직결된다고 하는, 상당히 독특한 직업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불시에 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에 입맛을 잃고 밥숫가락을 던졌습니다. 당선자 시절부터 '홍대 앞 밴드 블랙 리스트를 만들라'고 했던 이명박 대통령. 전 대통령을 대우하는 문화만큼은 만들겠다고 하고 바로 표적수사에 들어가던 모습, ‘못생긴 여자가 마사지 솜씨가 좋다’로 대표되는 무수한 무개념 발언, 전방위적인 비리가 들어나고 있음에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 스스로를 일컫던 이 어처구니 없는 대통령 밑에서 4년을 보내는 동안 제 정신과 감성은 많이 힘들었습니다. 아니 오염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김기덕 감독은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고 ‘문재인의 국민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한 편도 본 적이 없습니다. 작은 영화를 많이 보는 저조차도 그랬으니 그를 주류감독이라고 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되면 김기덕 감독같은 예술가가 엄청난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거나 갑자기 문화적으로 큰 영향령이 생겨서 활개치고 다닐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는, 아픈 일도 많고 부조리한 점도 많은 세상을 보고 느끼고 다시 예술이란 필터를 거쳐 내보내는 일련의 정신적 감성적 과정에, 적어도 걸림돌은 되지 않는 대통령을 갖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남몰래 좋아했던 공무원 문재인을 이제는 대통령으로 갖고 싶습니다. 문재인이 당선되면 저는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 뒷자리에 앉아 5분 동안 우는 아저씨를 대통령으로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의 출마를 끝내 반대한 딸의 의사를 존중하여 언론에도 노출시키지 않고 유세현장에도 데리고 나오지 않는 아빠를 대통령으로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고양이 똥을 손수 치우고, 당선되면 유기견 유기묘와 함께 청와대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는 동물애호가를 대통령으로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 한 표로,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당신의 한 표로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제가 사랑하는 음악만큼이나 아름답고 멋진 일일 것입니다.

2012년 12월 정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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