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0일
1일차
아기를 데려오는 날이다. 두근두근. 일주일 넘게 가족들을 설득한 끝에, 러시안 블루 아깽이를 데려오는 날이다. 이미 이전 집사님과 만나서 아기 얼굴도 보고 제일 활발하고 잘생긴 아이로 데려오기로 했다. 아기의 생일은 9월 16일. 이제 갓 2달정도 된 아기. 그렇지만 잘먹어서 900g에 육박한다는 아기를 데려온다. 전집사분을 만나러 이동장을 들고 이동. 꿈에 부풀어있다. 집사님을 만나 간단한 이야기와 간식을 받고, 아기를 이동장에 들였다. 아직은 울지 않는다.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 순간 울기 시작했다. 너무너무 서럽게 울어 길에서 주저앉을뻔했다. 엄마와 떨어지려니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하는 생각과 함께. 내가 정녕 이 아이를 데려가도 되는 것인가 생각을 한다. 너무 울길래, 주변 사람들에게도 미안하고, 아기에게도 미안하고. 24살 남자가 길거리에서 울 뻔했다. 택시를 탈까 버스를 탈까 고민하다, 택시를 타고 빨리 들어가는게 아기가 스트레스를 덜 받을것 같다. 택시 아저씨가 좋으셔서, 애기가 계속 우는데도(정확히 말하자면 집으로 오는 40분간 2~3분 빼놓고 계속 울었다.) 원래 애기때는 우는게 일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집 도착. 내가 다 힘이 빠진다. 내가 못된 놈이 된것 같다. 후우...데려오지 말걸 그랬나..이동장을 침대위에 내려놓고, 열어주고, 재빠르게 거실로 나와서 애기 줄 사료와 우유 물을 준비했다. 방에 들어가니 운다. 계속 운다. 밥도 안먹는다. 운다. 물도 안먹는다. 우유도 안먹는다. 미쳐버릴것 같다. 안타깝다..그래도 경계심을 풀기위해 눈으로 다가가서 고양이 인사를 한다. 최대한 신경을 많이 쓰지 말고, 먼저 다가오게 하라는 말에 컴퓨터 하는 척 하지만 신경은 침대위의 냥이에게 가있다. 다가온다. 운다. 다가와서 운다. 우리엄마 어떻게 했냐는 눈빛으로 운다.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달래고 싶어 쥐막대를 가지고 같이 논다. 그러나 아무것도 안먹는다. 고양이용 캔을 가지고 와서 조금씩 덜어서 먹여준다. 먹는다. 다행이다. 이제 잔다.
새벽.
한시간 마다 일어나서 운다. 엄마를 찾아 우는 저 목소리에 심장이 아련해 온다. 내가 미안해..내가 미안해..내가 너의 엄마보단 못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보살펴줄께. 너의 체온을 따뜻하게 해줄게. 쓰다듬어 준다. 간신히 잠들었다. 이따금 일어나 울때마다 쓰다듬어 주며 안심시켜줘야했다.
2일차
여전히 사료는 안먹는다. 왜 안먹지. 캔사료만 먹는다. 혹시 입이 고급인가..이제 나에대한 경계가 풀렸는지 내 옆에 자주 온다. 내가 없으면 운다. 내가 나가면 운다. 다행이다. 나를 찾아줘서.
화장실을 안간다.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모래가 마음에 안드나? 왜 먹은게 있는데 화장실을 안가지? 화장실........긴장했나. 왜..왜....
오늘은 내 품에서 잠든다. 의자에 앉아 자는게 아니라 내 품에서 잠든다.
3일차
드디어 화장실을 갔다. 먹음직스런(?) 맛동산과 감자를 생산해냈다. 멋진놈.
난 가칭으로 사자처럼 자라라는 의미로 레오라고 불렀는데, 가족들은 코코라고 부른다. 나도 따르기로 했다.'풀어헤드 코코'라는 만화처럼 넌 세상을 구할 냥이가 될꺼야 코코
4일차
코코 이놈. 너무 피곤해서 조금 더 자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눔....불만이었던 거냐...왜 내이불에 쉬를 하는 거야....그것도 내눈앞에서....그러고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나 잘못한거 있어?'라는 눈빛으로 보면 혼낼수도 없잖니....근데...너...발톱좀 잘라야 겠다.. 내 몸이 만신창이야.
5일차
발톱깍기 fail. 코코 거실과 부엌으로 진출. 이제 다 자기 세상이다. 코코님 덕분에 집안 싹다 들어내서 청소했다. 엄마한테 식탁에 올라가려다 혼났다. 구슬픈 목소리로 야옹. 미안 코코야 내가 엄마를 이길힘이 없단다...
6일차
발톱깍기 success. 자는 동안 살며시 깍았다. 등에 흘러내리는 식은땀이란. 휴...이눔시키. 너무 이뻐서 미워할수가 없다. 가족들도 너무 좋아한다. 코코중심가족이 됬다. 아빠가 젤루 좋아하신다. 코코만 찾으신다 ㅋㅋㅋㅋㅋ 아빠가 코코를 위한 장난감을 사야겠다는 둥. 애기 짝을 만들어줘야 겠다는 둥 말씀하신다. 코코 좋겠다!!
7일차
다시 이동장에 들어가야지 코코. 1차 접종 맞으러 동물병원에 가야한다. 운다. 구슬프다. 버스를 탔는데 불안한지 운다. 많이 운다. 이눔 울지마. 너 좋으라고 하는 일이니까 울지마. 손을 넣어 만져준다. 자꾸 나오려고 한다. 우리 코코. 주사 꾸욱 많이 아팠지?. 가면 맛있는거 먹자. 엄마들이 아가가 버스에서 울때의 심정을 알겠다. 엄마 미안해요. 내가 이것보다 100배는 심했을텐데 엄마 미안해 ㅠㅠ 의사쌤이 맞고나서 힘이 없을수도 있다는데. 우리 코코는 우다다 잘만한다. 놀아달라고 야옹한다. 이눔자식 왜케 이뻐. 내새끼.
일주일만에 냥이중심가족이 됬다. 코코 니 덕에 너무 행복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