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0
전역한지도 어느새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아쉬움이 많았던 군생활이지만
군생활 중에 후회했던 일들을 다시는 하지 않으려고 부던히 노력하고 있다.
운 좋게 방학동안 학원보조강사 일을 하게되어 이번 학기 용돈은 풍족할 듯하다.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섰다.
10:00
2년 뒤면 군대갈 녀석들이 열심히 학원자습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이따금씩 군대는 어떻냐고 묻는 재수생들도 있지만, 군생활을 잘 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 내가 무슨 충고를 할까
그냥 웃어 넘길 뿐이다.
12:00
보조강사다 보니 내가 강의할일은 거의 없고, 내가 할 일은 자습실 감독이나, 숙제 검수같은 일이다.
그래도 안양 학원 중심가에서 일을 하다보니 페이는 괜찮은 편이다.
다른 강사분들과 괜찮게 지내는 편이라 오늘 저녁에는 아크로 타워 쪽 먹자골목에서 술이라도 한잔 하잔다.
어차피 자취방에 가도 할 일이 없는데다가, 모처럼 술이 땡겨서 나도 참석하기로 했다.
16:00
아무래도 보조강사다 보니까 여러가지 잡일을 좀 많이 하게 된다.
뭐, 어떠랴. 그냥 묵묵히 일을 하다보니 다른 사람들도 나를 바라보는 눈길에 잡티가 없다.
묵묵히 일을 하면 역시 인정을 받는구나 싶다.
18:00
오늘의 일은 끝났다. 종일반에서 9시 ~ 18시까지 일을 하는 강사들끼리 모여서 아크로 타워로 향했다.
미필인 강사분들도 섞여있는데, 그 사람들은 군대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을 하고 있다. 조언을 해줘야할까?
18:40
학원에서 17시에 간식을 줬기 때문에 다들 허기가 지지는 않아서 그냥 일반 호프집으로 향했다.
생맥 4잔과 소세지 안주를 시킨 뒤, 적당히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뒤쪽 테이블에서 무언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18:45
-야, 진짜 그 새X 때문에 내가 군생활 얼마나 꼬였는 줄 알어?
-진짜 뭘 좀 하려고 치면 산통 깨는 데 뭐 있었다니까?
-지가 뭐라고 되는 줄 알고 허구헌날 뭐라뭐라 하는 데 진짜 고문관이 따로 없었다.
뒤쪽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말들은 대충이렇다.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냥 귀만 기울이며 맥주를 마신다.
19:10
고문관을 씹는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결정타가 나왔다.
=야, 그 고문관 이름이 뭐냐?
-아, 걔 이름? 오창X이라고 있어, 이름도 X 같지?
순간 내 머리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다른 강사들이 의아해했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뒤쪽 테이블로 갔다.
그러자 잊을 수 없는 얼굴이 보였다.
"야, 신주X"
내가 나지막히 그 녀석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석의 표정이 순간 얼어붙는다.
19:20
"야, 너 지금 내 뒷담깐거냐?"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진다. 정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저녀석만은 내 뒷담을 까지 않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얼굴이 하얗게 질렸던 녀석이 다소 진정이 되었는지 안색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무언가 굉장히 기분이 나쁜듯,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리고 그녀석이 나에게 말했다.
"야이, 개새,끼야. 나 네 선임이야. 기억 못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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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입니다.
허구는 '시점에 따른 심리상태'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