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제 31, 상대방은 30 이네요.
전 이학박사를 따고 취직했고, 상대방은 인문계 석사를 아직 다 못 딴 상태고요.
8년 정도 연애했고, 당연히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학자의 길을 포기하고 취직을 선택한 것도 절반은 결혼 때문이었고, 어떻게든 집 장만해서 1년 내로 성혼하려 했죠.
특히 이번에 취직하면서 신혼집 대용으로 집을 잡고자 백방으로 뛰었습니다.
상대방 성격이 강한 편인지라, 당신 자존심 살리려면 일단 취직을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계속 이야기했고
어차피 돈은 제가 벌게 되리라는 각오 정도는 하고 있었습니다. 대기업 과장급인데 제가 설마 두 사람분을 못 벌까요.
그리고 일주일 전에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상대방 부모가 이 결혼을 미뤄야겠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5급 공무원 일반행정 공부 시작해서 최종합격할 때까지.
그 집 부모는 목표의식이 있으니 1-2년 정도 공부하면 붙지 않겠냐고 하던데, 저는 좀 생각이 다르군요.
유관전공도 아니기에, 지금부터 시작해도 3년이면 빨리 붙은 것 아닐까 싶네요.
저는 그냥 그 동안 믿고 기다려 달라는군요.
아무리 자기 자식이 남의 가족 앞에서 보이는 위신이 중요할 수 있다지만
그 반대급부로 제가 이 따위 대우를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합격할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리라니.
상대방 본인은 양쪽에서 서로 다른 길을 이야기하니 취직해야 할지 고시해야 할지 아예 갈피도 못 잡고 있길래
바로 제가 면담 신청하고 상대방 부모 불러서 따졌습니다.
제가 3년은 절대 못 기다린다고 하니까 일단 1년 기다리고 판단해보자-라는 말만 하고
제가 이 사람은 이러이러해서 장기 프로젝트 못할 것 같다고 하니까 부모로서 기분 나쁘다는 말부터 나오던데......
저에 대한 양해나 사과의 말은 결국 한 마디도 받지 못했습니다.
며칠 울화통 터져서 끙끙대다가 오늘에야 좀 나아져서 질문해 봅니다.
제가 상대방 부모에게 예비가족으로서 인정 못 받는 상황인 것인지
아니면 제가 부모 대 부모도 아니고 남의 부모를 불러내서 담판 지으려 한 게 무례했던 것 뿐인지.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냥 '결혼'이 하고 싶은 거라면 지금 결혼정보회사 등록하는 게 더 빠를 겁니다.
공무원 준비시켜 보자는 제안은, 제 나이가 3살만 어렸다면 받았을 것 같습니다.
전 이 사람을 사랑하기에, 그리고 함께 한 시간이 너무나도 길기에 더 괴롭네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4주의 유예 기간을 두고 세 번 생각해서 결정하고자 합니다.
조금만 도와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