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으로는, 첫 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뭐어, 별로 로맨틱하다거나,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진눈깨비라 땅이 질척질척해지고, 신발은 다 젖고... 짜증만 솟구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결코 ‘아 날씨 좋네, 눈도 오고’라고는 농담으로도 할 수 없는,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의 어느 날 밤.
나는 그녀를 만났다.
라는 말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면, 정말 식상한 시작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잘 안다.
그럼에도, 딱히 시작할 말도 없고 하니, 그냥 이렇게 시작해 볼까 한다.
일해라 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