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말 눈 징하게 내리더군요.ㅋㅋ
밖에 나가서 골목길을 미친듯이 쓸었어요.
눈은 더 심해져서 제 어깨랑 머리에 쌓이기 시작했지만 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쓸었어요.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를 짠하게 봤어요.ㅠ
눈오는날 자기 집주변 쓰는건 당연한거라 생각은 하고서 한일이지만
수고하시네요 이말 한마디가 엄청 그립더군요..
쓸잘데기 없는 감성은 접어두고 쓸다보니 골목 한가운데 아무도 밟지 않는 넓은 공터가 나오더군요.
거기에 하트대신 ASKY를 적고 있었요.ㅋㅋ
나름 고퀄로 한다고 공들여 했어요.
혼자 흡족한채 ASKY한번 보고 하늘한번보고 눈물한번 훔치고 그랬죠...
그런데 뒤에서 수고하시네요라고 여자목소리가 나더군요.
얼굴이 하얗고 유난히 튀는 빨간목도리와 빨간입술이 잘 매치되는 귀여운 여자분이셨어요.
단정한 코트에 머리는 살짝 갈색.. 딱 제스타일이였어요!
24살?25살? 이동네사나?? 이런 생각들을 머리속에만 담고 저는 쑥쓰러워서 암말도 못했어요.ㅋ
근데 여자분이 눈쓸어도 안생겨요 그러더군요.ㅋㅋㅋㅋㅋ
안생긴단말은 좀 그렇지만 수고하시네요라는 말을 귀여운 여자분이 해주시니
정말 눈물이 날정도로 기분이 좋았어요.
그래서 저는 감사합니다 한마디 했어요. 그리고 어떻게 말을 이어갈까 고민만 했죠..
고민하는 시간이 역시 길어서일까 여자분은 그런 상황이 어색했는지
다시 수고하세요 한마디 하고 가시더군요. ㅋ
이런 상황에 흔히들 썸띵이 생기길 바라겠지만
저는 역시나 오유인이라 생각하고 ASKY 앞에 GRD를 더 적어놓았죠.ㅋㅋㅋ ㅠ
근데 십분쯤 지났을까 뒤에서 여기요라고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다시 뒤를 돌아봤더니 그 여자분이 따뜻한 캔커피를 사왔던거에요! ㅠㅠ
저는 폭풍감동을 받고서 감사합니다를 연달아 했고
아까 못했던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오유를 하는 여자였기에 관심사는 비슷하였고 서로 10분정도 이것저것 웃으면서 얘기했어요.
눈은 폭설로 바뀌어 그 여자 어깨에도 눈이 쌓이길래 미안해서 괜찮으면 따뜻한 핫초코나 마시러 가자고 했어요.
우려와 달리 여자분은 오케이를 했고 별다방에서 이런저런 얘기했어요.ㅋㅋ
관심사가 비슷해서일까 통하는게 많았어요. 물론 제생각이지만요^^;
암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떨리는 마음으로 여자분께 연락처를 물어봤어요.ㄷㄷ
여자분은 순간 멈칫했지만 동네사람이니 친하게 지내자고 하고 연락처를 주더군요!!
역시 착한일을 해야되ㅋㅋ
그리고선 20여분 더 이야기 하다가 약속이 있다고 바이바이 했죠.
어느덧 눈은 멈췄고 기분은 어찌나 좋던지 눈오는날 개마냥 날뛰었어요.ㅋㅋ
오면서 카톡으로 안부인사겸 이것저것 얘기하고 커피사준게 너무 고마우니 다음에 영화보자고 말했어요!
여자분은 콜을 외쳤고 26년을 보러가기로 했어요. 아 눈물나 ㅠㅠ
그리고 그 골목길에 가서 GRD와 S를 지우고 혼자 웃음을 지었어요.ㅋㅋ
난 생기네이러면서 ㅋㅋㅋ
혼자 행복에 젖어서 나머지 공터를 다 쓸고 한숨한번 쉬고 있었는데
뒤에서 수고하시네요라고 또 여자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오늘 대박터졌다 생각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그 여자였어요.
왜 또왔지 싶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집에 바래다 준다구 같이 걸었어요 ㅋㅋ
아깐 몰랐는데 향수도 은은히 나는데 이여자 매력에 더 빠지게 되더라구요.ㅋㅋ
걷다보니 깜박하고 빗자루를 놓고와서 잠깐만 기다리라고 공터로 되돌아갔어요
근데 제가 쓸었던 공터가 새하얗게 덮혀있더군요. GRD ASKY가 선명하니보이고..
멍하니 있는데 뒤에서 수고하시네요라고 그여자가 또 웃으며 서있더군요...
눈은 어느샌가 폭설이 되어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