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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목 맞추기가 섹드립 된 썰.txt
게시물ID : humorstory_4058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해파리친구
추천 : 11
조회수 : 3045회
댓글수 : 31개
등록시간 : 2013/12/09 03:56:24


5년도 더 전의 일입니다~
그 당시 저는 고삼이었고, 수능이 끝난 시점이었죠.
다들 아시겠지만 수능이 끝난 고삼 교실은 그야말로 카오스입니다.
컨트롤할 수 없는 해방감과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터져서 폭발하고 있었죠.
수업도 제대로 안 하겠다~ 애들은 교실을 놀이터로 만들었습니다.

초딩처럼 공기놀이 하는 애, 노트북을 가져와서 아예 미드만 주구장창 보는 놈,
수다 떨며 목도리 뜨는 팸, '안주팸'이라고 학교에 말린 오징어나 쥐포, 노가리를 가져 와서
음료수랑 같이 먹는 애들도 있었습니다 ㅋㅋㅋ 
그 밖에 학종이 따먹기, 딱지치기, 돈따먹기 등 수 많은 전통놀이(?)가 유행했고
집에서 커피포트 가져와서 차나 수프 끓여 먹으며 만화책 보는 사람, 침낭 가져오는  신종 미친x도 있었죠 ㅋㅋ

물론 수업 시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수업을 하시려는 선생님이 계시면 아이들은 '에~이!!!'를 연발하며
수능도 끝났는데 좀 쉬게 해 달라고 조르곤 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도 아이들이 불쌍했는지 수업 대신 영화를 틀어 주시거나,
다 같이 퀴즈 맞추기 등을 하며 시간을 떼우셨습니다. 
(지금은 야자까지 다 하는 학교도 있다고 들었네요 ㅠㅠ)

어느 날 근현대사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역시나 놀자고 했고 진도도 다 나가신 선생님은 알겠다고 하셨습니다.
근현대사 선생님께서는 젊고 귀여우신, 순수한 이미지의 선생님이셨습니다.
실제로도 서민정을 닮기도 하셨고 해서 인기가 되게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우리 반은 그 당시 유행이었던 '자음으로 영화 제목 맞추기'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 ㅊㄹㅁㄱㄱ 는 초록물고기, ㅍㄹㅅㅌㄱㅍ 하면 포레스트 검프를 맞추는 게임입니다.
한 명씩 술래가 나가서 칠판에 자음을 쓰면, 답을 알겠는 사람이 손을 들고 답을 크게 맞추는 거죠.

ㅅㄹ.
"슈렉!!!" 땡!
"소름!" 땡!
"쉬리!!" 딩동댕~~~
기어이 쉬리를 맞추고 제가 교단 앞에 나가 문제를 내게 되었습니다.
뭘 낼까.. 뭘 낼까.. 하다가 제가 생각한 영화는 
원령공주!!! 
그 때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에 한창 빠져 있을 때였습니다...
다른 애들은 막 야한 영화 제목도 내고 낄낄거리는데, 저는 이미지관리 차원으로다가..ㅋㅋㅋㅋ
건전하디 건전한 원령 공주를 출제했습니다.


칠판에 자음을 적고 답을 기다렸습니다..
아무도 답을 못 냈습니다. 다들 '뭐지?' 하는 표정에 선생님도 맞추시려고 노력하고 계셨습니다.
그 때...
우리반 여자 반장이 ...
큰 소리로 그만....


"오르xx!!!!!!!!!!!!!!!!!!!!!!!!!!!!!!!!!!!!!!!!!!!!!"
정적한 교실 안에 쩌렁쩌렁 울렸고 순수하신 선생님은 깜짝 놀라며 땀이 삐질...
3초 뒤 반장은 깨달았고 선생님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시며 
허겁지겁 칠판을 지우신 뒤 그 뒤로 영영 영화자음 맞추기는 사라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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