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역사교사서 친일청산 삭제 이해안돼”
이인재 한국역사연구회장 "이명박 정권 왜 친일·친독재 역사교과서 만드려느냐"
조현호 기자 |
[email protected]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로 대체되고, 친일파청산과 독재정권이라는 표현이 빠지는 등 퇴행적 역사기술로 결론난 것과 관련해 역사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하고 있는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도 방송중에 친일청산 문제가 빠진 것이 많은 사람에게 이해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인재 한국역사연구회장은 10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교육과학기술부의 이번 집필기준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제공하는 대체적인 서술방향에 관한 지침”이라며 “1980년 국정교과서시대 준거안으로 시작된 것이어서 검정교과서 시대에는 필요 없는 것인데 살아남았다”고 개탄했다.
이 회장은 “집필기준 항목이 그대로 검정심사 때 검정기준이 되기 때문에 잘못하면 집필기준이 아니라 검열기준이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인재 한국역사연구회장.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이 회장은 2009년까지 쓰여진 역사교과서가 다시 지난해 검정을 거쳐 올해부터 적용됐다가 또다시 개정이 추진되는 개정이 잦다는 지적에 대해 “학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그 점”이라며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역사교과서도 바꿀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좌편향’이었다는 지난 정권 역시 마찬가지 아니었느냐는 뉴라이트세력의 주장에 대해 이 회장은 “2007년 교육과정이 만들어졌는데 (현 정부는) 2007년 개정교육과정을 시행도 하지 않고 없애버렸는데, ‘좌편향적인 교육과정’이라 판단한 것”이라며 “그리고 2009 역사교육과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새 정권 들어 또 역사교과서가 바뀔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 회장은 “슬픈 역사교과서가 된 것”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가 바뀌어선 안 된다. 그래서 정치적 의도를 개입시키지 말고 이번에 정부에서 꼭 바로 잡으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역사교과서에 사라진 ‘민주주의’ 용어 대신 자유민주주의가 포함된 것과 관련해 (역사학계가) ‘사회민주주의나 참여민주주의 등 다른 형태의 민주주의를 포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뉴라이트쪽의 의구심에 대해 이 회장은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인민민주주의가 들어간다는 것인데, 이는 북한 헌법정신”이라며 “왜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준해서 만드는 교육과정이 북한 헌법정신을 이야기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승만, 박정희 정부의 독재, 5·18 민주화운동 관련 언급들이 삭제됐고, 독재정권 대신 ‘자유민주주의 장기집권에 따른 독재화로 시련을 겪었다’는 주장으로 대체된 것에 대해 이 회장은 “식민통치나 독재통치는 반인륜적 반민족적 범죄”라며 “국민 일부가 식민지 근성, 독재 근성을 갖게해 마치 자발적으로 식민지와 독재에 찬성한 것처럼 될 수 있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이런 이유로 이를 학생들한테 가르쳐야 한다”며 “그런데 왜 이명박 정부가 역사교과서에 친일·친독재 문제를 (친)친일·친독재적으로 편찬하고자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탄식했다.
친일파 청산 문제가 역사교과서에 빠진 것을 두고 질문하던 진행자 손석희 교수는 “그건 글쎄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이해하긴 어려운 그런 상황일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자신이 ‘역사에 보수냐 진보냐가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이인재 회장은 “역사학적 주장을 할 때에는 사료적 근거가 있어야 된다”며 “가령 ‘UN총회 결의안’에서 인정한 그 범위가 어디냐 같은 것으로, 거기엔 보수·진보도, 선배·후배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어느 학자와 역사학자가 가장 정확한 역사적 자료에 근거해서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라며 “이번 정부에서 이런 논쟁들을 자꾸만 진보 보수이념으로 몰고 가는 것에 대해서 많은 학자들이 정말 울분을 토하고 있다. ‘왜 학문을 정치적으로 왜곡하도록 하면서 이념대결로 몰고 가느냐’는 것이 역사학계에 많은 학자들이 지금 갖고 있는 생각”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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