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바둑에 대해 전부터 관심 많은 사람입니다. 안 그래도 요새 한국 바둑이 침체기라 바둑기사가 지니어스 나와서 활약을 좀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아쉽게 됐네요.
사실 이다혜가 섭외된것 부터가 조금은 의외라기보다는 탐탁치 않았습니다. 바둑실력만 놓고 보자면 남자가 여자보다 실력이 월등하긴 하지만 남자가 아니라 여자 기사가 출연한다는건 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건 바둑대회가 아니니까요. 그래도 이왕이면 바둑 중계 진행 등 방송 경험이 많은 사람이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무한도전에도 잠깐 나온적있는 한해원도 있고요. 일반인들에게도 나름 알려진 이슬아도 있죠.
바둑기사는 프로게이머와는 다르게 딱히 은퇴라는것이 없습니다. 조훈현 9단의 경우 환갑의 나이지만 아직도 현역입니다. 일류 기사들은 대회에 참가 해야 되고 이것이 부정기적으로 열리니 길면 세달씩이나 되는 스케쥴을 잡을 수는 없겠죠. 이다혜의 경우 여자대회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적이 준우승 한번이 전부입니다. 우수한 프로기사가 아니라 우수하지 못한 프로기사라서 섭외가 된겁니다.
하지만 이다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얘기 해봐야 선입견 밖에 안되죠.
이다혜에 대해서 실망한건 데스매치에서 보여준 모습때문입니다. 뭐 처음에 적응하느라 시간이 걸리고 긴장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결!합! 게임은 프로기사에게 아주 유리한 게임입니다. 초읽기라는 것도 바둑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바둑 두는 사람이라면 매일 수도 없이 겪는 상황입니다. 주어진 짧은 시간안에 최대한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되는 직업이 바로 바둑기사입니다.
프로기사를 말할때 자주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바로 승부사입니다. 이건 승부욕이라고 말 할 수도 있겠네요. 바둑뿐 아니고 프로게이머나 운동 선수 할것 없이 다들 승부욕이 강합니다. 이 승부욕이 집중력을 만들어내고 필요할때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승부를 만들어 냅니다. (승패에 집착해서 이성을 잃는 그런것과는 다릅니다. 그래서는 프로가 될 수 없죠.)
데스매치 상대인 조유영과 대조가 되더군요. 오히려 조유영이 승부사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다혜는 그저 어린나이에 프로기사가 되어서 바둑이라는 온실안에서 자란 화초고 조유영은 취업과 현실의 사회 생활을 견디며 단련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다혜를 두고 아름다운 패배였다고 하는 글도 본적이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프로기사 타이틀을 달고 나왔지만 프로의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못한 무기력한 패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