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고, 나는 그 옆에 앉아 그녀의 옆모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긴 속눈썹에 눈 결정이 두어 개 올랐다.
얼굴에 닿자마자 녹아버리는 눈이 차갑다. 사람은 눈을 맞으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는 다만 코가 시큰거릴 뿐이었다.
그녀의 조막만한 코도 빨갛게 달아있었다. 나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그녀의 다리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 작은 움직임조차 한없이 조심스러워진다, 마치 눈이 내리듯이. 혹시나 조그마한 떨림이 그녀의 마음속에 눈사태를 일으킬까.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위로였다.
그녀에게 너무 차가운 밤이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다는 듯 눈을 감고 있었고, 나는 그 옆에 앉아 그녀의 다리에 턱을 기대고 함께 눈을 맞았다.
길가에 연한 가로등 빛만이 남아있고, 가끔 방황하는 택시가 옆을 지나치는, 그런 늦은 시간이었다. 나온 곳은 있지만 돌아갈 곳은 없는 그녀는, 그녀와 나는, 그저 서있는 수밖에 없었다.
“미안.”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떠 한 동안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여자로서 말이다.
결국 먼저 심연에 발을 디딘 것은 어머니였다.
“엄마는 열심히 살았고, 지난 일 년 동안 너때문에," 어머니는 신중하게 말을 머금었다.
"너로 인해서."
"네가 너무 무거웠단다. 나 혼자 버티기에는 네가 너무 무거웠어." 어머니는 많은 어려운 말을 했지만 결국 그건 전부 다 혼잣말이었다.
//5년동안 글을 썼지만 이렇게 공개해보는 건 처음이네요. 즐거운 이벤트 만들어주신 책게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