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가 어쩌고 방송이 어쩌고 그런 문제보다도 저렇게 할 수 있는 더 본질적인 이유는 국민을 우습게 안다는거다.
토론 없이, 혹은 토론이라고 할 수 없는 이상한 방송을 내보내도 당선될 수 있다고 믿는데 문제의 본질이 있는거지.
'우리 나라 국민 수준은 대선 후보가 토론을 통해 자신의 비전, 정책이나 능력을 증명해주지 않아도 뽑힐 수 있다.
어차피 그런거 보고 뽑는게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다.'
이렇게 믿는게 정말 기분이 나쁜거지.
다른 세력들이 찬동해서 토론을 안하거나, 이건 토론이라고 부를 수 없는 토론을 하면 국민들이 절대로 안뽑아준다.
(존나 웃기잖아. 기본적으로 토론의 정의가 찬반 양쪽이 서로 대립하면서 논리적으로 서로의 주장을 검증하는건데,
토론의 정의에 어긋나는걸 토론이라고 부르고 있어. 이건 고양이가 아닌 생물을 고양이라고 부르는거랑 똑같지.)
이런 생각이 있으면 이렇게 못하지. 이건 절대적인 믿음이 있는거야.
무슨 믿음이냐면.
'국민들은 내가 내 능력이나 비전이나, 정치관, 철학, 지식, 대통령으로써의 역량 이런걸 증명하지 않아도 날 뽑을거야.
왜냐하면 걔네는 존나 멍청하거든.'
이런 믿음이지. 솔직히 어려운 얘기는 평론가니 누구니 많이들 하니까 집어치고.
토론 거부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이런 사고방식이 난 존나게 기분 나쁘다.
국민에게 자신을 내보이고 평가 받겠다는 마음 가짐이 아니라,
'너넨 닥치고 표나 찍어주면 되는거고, 멍청해서 내가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그렇게 해줄거라고 믿어. ㅎㅎ'
이따위 생각을 하고 있다는게 문제인거지.
민주주의의 대원칙이니 뭐니 어렵게 얘기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본질은 이거고.
그래서 난 기분이 나쁘다. 굉장히 나빠.
정치가는 표를 안주는걸 제일 무서워한다.
근데 지금 이건 얘네들은 존나 멍청해서 이렇게 해도 표준다고 믿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이러는거잖아. 정말 기분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