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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인자다?
게시물ID : humorstory_4025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구매니아
추천 : 12
조회수 : 56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11/04 20:05:21
'나는 살인자다'
http://todayhumor.com/?humorbest_631937


저도 희성군과 같은 군생활을 했던 사람 중 한명입니다.
며칠 전에 알았습니다. 
제 군생활 겪었던 사건 중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일이
어쩌면 저도 가슴한켠에 묻어두고 잊고 싶었던 그 이야기가
다시한번 세상의 수면위로 떠올라 재판까지 갔었다는 것을요.

오늘 제가 적을 이야기는 너무나도 민감한 부분입니다.
저는 아마 여러분들께 나쁜놈으로 비추어 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은 희성이에게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적어도 이 이야기만큼은 진실로 알려져있기를 바라기에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며칠전에 주변 지인을 통해서 K(윗 글의 작성자가 본인을 K라 칭하였으므로 K라 부르겠습니다)가 쓴 글을 보게되었습니다.
읽으면서 다시한번 그 때 기억이 떠올랐고 저 역시 가슴 한켠이 아려왔습니다.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한가지였습니다.
'이건 사실이 아니야!'


여러분!
올해 있었던 사건 중 혹시 명동 딸기모찌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아니면 채선당 사건은요? 국물녀 사건은 들어보셨나요?
이 사건들에 대하여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하나같이 입을모아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역시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보아야 한다.'

비록 이 이야기에서 양쪽은 존재하지않습니다. 어느쪽 어느쪽 나누고싶지도 않고요.
그렇지만 저는 오늘 여기서 진실을... 여러분께 진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아이가 처음 전입온날, 상담에 따라서 관심병사로 분류되었습니다.
K가 작성한 글 그대로입니다. 

매주 상담사를 불러 상담시간을 가지게하고, 멘토병사를 붙였습니다.
담당 간부들(소대장, 중대장, 행보관)은 주말에도 부대에 출근하여 부대관리를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는 전입 이후 몇차례 사건을 일으켰습니다.

관물대에서 목매달아 자살하는 법을 인쇄해놓은 A4용지가 발견이 되었고

몰래 커터칼로 손목을 그어서 자살을 시도한적도 있습니다.

멘토병사가 그렇게 붙어있었음에도 말이죠...


누구도 그 아이를 괴롭히지 않았는데, 군대라는 자유가 제한된 공간 자체가 저 아이에게는 부담이 되었었나봅니다.

결국 희성이는 청평 정신병원으로 2~3개월간 입실을 하게됩니다.


그리고 다시 부대에 돌아오던날, 지휘관들은 병사들에게 지시하였습니다.

다시한번 멘토병사를 붙이고, 다시한번 전우들은 그에게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관심과 사랑이 그에겐 부담으로 다가왔는지 어느날 중대장님께 이렇게 말합니다.

입실해 있는기간 자기는 정말 보통사람이고 싶었다고... 그리고 이제 자기는 다 나았다고 보통사람이라고 

특별병사관리하듯 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실제로 행동도 입실전보다 나아져서 정말 이제는 일반병사 같았습니다.

간부들 눈에도 그렇게 보였고 주변 우리들도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가 안일하게 생각한 사이 그 사건이 일어나고 맙니다... 

어쩌면 그날 사건에서 가장 큰 주범은 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1년 12월 4일 일요일 저는 당직근무를 마치고 생활관에 복귀하였습니다.

그날따라 몸이 너무도 피곤하던터라 신속하게 씻고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자다가 11시30분경 잠에서 깨어 화장실을 다녀왔습니다. 그때 희성이는 생활관 한쪽 구석에서 책을 읽고있더군요.

그 때 제가 다시 잠들지 않았더라면... 희성이를 구할수있지 않았을까요?

아니 애초에 그전에 평소와같이 아침에 씻고 성당 종교활동을 다녀왔었더라면... 잠을자지않고 그 친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당직사관이 희성이를 찾는 방송에 눈을떴습니다.

그리고 생활관에 희성이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불안감이 엄습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후임이 뛰어와서 안좋은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그 이후로는 많은 사람들이 부대를 오고갔습니다. 헌병대가와서 조사하고 진술서를 작성하고... 


근데 이 와중에 잠을 잔 병사가있다구요? TV보면서 과자먹으면서 웃고 떠들었다구요? 못씻었다고, 못 쉰다고 죽은희성이를 욕했다구요?

아무도 슬퍼하지않았다구요?


확신합니다. 모든 병사들이 슬퍼했습니다. 

많은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데 자고잇는 사람? 아무도없었습니다.

생활관별로 TV가 틀어져있었을지는 몰라도 그걸보고 웃고 떠들고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못 씻고 못쉬었다고 죽은아이를 희롱한사람? 절대 없었습니다.


K는 현장을 제일먼저 목격한 최초 목격자입니다.

헌병대와 사령부에서 사람들이 오고 진술을하고 진술서를 작성하느냐고 생활관에는 있지도 않았습니다.

하루종일 행정반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활관에서 전우들이 웃고 떠들고는걸 봣다구요? 


K에게 묻습니다.

진짜 그랬냐? 누가 그랬는지 콕 찝어서 말할 수 있냐?


K는 아마 이사건이 병사들에게 너무도 빨리 잊혀졌다고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제 일기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하고 2일만에 새벽3시 사단 전체에 훈련진돗개 "하나"가 발령되었고 희성이 아픔을 느낄 여유도 없이 훈련에 참여해야했습니다. 그리고 훈련이 끝나고 그날 저녁 바로 신병이 들어왔습니다. 

군생활 처음 시작한 아무것도 모르는 신병이 들어왔는데 "어제 사건이 있었다"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 신병들은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누가 슬퍼하지않았겠습니까? 다만 내색하지 않았을뿐이지...



K는 또 한가지 거짓말을 했습니다.

중대간부들이 피해가 오는것이 두려워서 병사들에게 입단속을 당부했다고 글을 썼더군요.

기억은 바뀔수도 있는 것이기에... 혹시나 제 기억이 잘못된건 아닐까,

과거 같이 군생활 했던 전우들에게 한사람 한사람 연락해서 직접 물어보았습니다.(지금은 다들 전역해있죠)

그 누구도 중대장님, 행보관님, 소대장님이 입단속을 시켰다고 하지 않더군요.

그 누구도 거짓을 작성하지 않았고, 사실만을 있는 그대로 말했습니다.

심지어 중대장님, 행보관님, 소대장님 세분 모두 사건이 일어나고 사령부에서 조사를 받고 장례식장에 가고 중대원들에게 입단속 시킬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K는 한가지 거짓말을 더 하였습니다.

글을 작성하고나서 행보관님께 안부전화를 직접 드렸다고 하더군요.

글 내용을 보면 부사관 시험을 쳤느니 뭐니 딱 그 아이일 수 밖에 없는데, 

그 글을 쓴거 너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는 아니라고 말했다고 하더랍니다.

왜 아니라고 했을까요?



모두가 잘못했습니다. 모두가 희성이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살고있습니다.

그 누구도 잊지않았습니다.

거짓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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